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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기술특례상장의 명암]높아진 문턱, 기평 넘어도 2차 관문 '거래소' 쉽지 않다①45영업일 규정 '사문화', 예심기간 지연…후기임상 요구 등 어려운 관문

한태희 기자공개 2024-02-29 10:56:50

[편집자주]

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바이오기업에 있어선 단비와도 같았다. 기술밖에 없는 기업들이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비전을 연결하는 가교였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이 제도에 대한 평가는 '양가적'이다. 제도덕에 바이오 기업들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매출 및 법차손 요건 등 영속하기 어려운 허들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엔 기술성평가 후 거래소 심사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더벨은 달라진 바이오텍 기술특례상장의 양상과 명암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7일 10: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솔바이오 212일, 피노바이오 190일, 그리고 하이센스바이오 126일. 한국거래소의 상장 삼서 결과 '45영업일' 규정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늘어지는 상장 심사기간 속에 기업들이 자진 철회를 선택하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바이오텍에 있어선 유일한 상장 창구였던 '기술특례제도'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과거 대비 대폭 늘어난 심사기간은 바이오 업종의 상장 문턱을 높였다. 2016년 90%에 달했던 기술특례상장 기업 중 바이오사 비율은 작년 기준 26%로 줄었다던 것도 이 영향이다.

1차 관문인 기술성평가의 무게감이 줄어든 게 주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기존 기술성평가 성과와 무관한 거래소의 '2차 심사'의 벽을 넘지 못했단 분석이 나온다.

◇달라진 기술특례상장 양상, 바이오사 비율 '90%→26%'로 감소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2005년 바이오 업종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다.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재무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혁신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기술특례상장은 자기자본 10억원 또는 시가총액 90억원 이상이면 매출 없이도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허용하는 제도다. 거래소가 인증한 전문 평가기관 중 2곳에서 A, BBB 등급 이상 결과를 받으면 코스닥 상장 자격을 얻고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수혜를 본 업종은 바이오다. 하나의 신약이 임상을 거쳐 출시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0년 이상으로 그 기간 막대한 자금 조달도 필수적이다. 이 제도를 통해 작년까지 상장한 206곳 중 절반 이상인 110곳이 바이오기업이다.

특히 기존 의약품 매출이 없는 신약 개발사의 경우 기술특례상장 제도 도입 후 공모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용이해졌다. 기술성평가 통과 후 코스닥에 상장해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2016년 기준 기술특례 상장기업 중 바이오텍은 10곳 중 9곳으로 한때 90%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바이오 기업의 기술특례상장 제도 내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 3년간 비바이오 업종 기업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2023년 기준 상장한 바이오사는 35곳 중 단 9곳으로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이러한 흐름은 기술특례상장의 근간인 기술성평가의 무게감이 흔들리면서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기술성평가를 통과하더라도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하나둘씩 나타났기 때문이다.


작년에 IPO를 철회한 바이오 기업들이 눈에 띈다. 엔솔바이오사이언스, 피노바이오, 하이센스바이오와 같이 내로라하는 바이오텍들은 모두 기술성평가에서 A, BBB 등급 이상을 받았다. 그러나 기술성평가 통과 후 거래소심사 문턱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눈길을 끄는 건 영업일 기준 100일 넘게 지연된 거래소 심사 기간이다. 212일, 190일, 126일이 소요된 끝에 상장을 철회했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2장 6조에는 45영업일을 상장예비심사의 1차적 기한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이를 훌쩍 뛰어넘고도 상장에 실패한 셈이다.

이전까지 기술특례상장을 신청한 바이오 기업 중 가장 길었던 심사 기간은 2022년 상장을 추진했던 지아이이노베이션이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유니콘특례에서 기술특례로 상장 트랙을 선회하며 시간이 오래 소요됐다. 영업일 기준 176일 만에 예비심사를 승인받았다.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안 제시, 넓어진 거래소 관할

기술성평가를 넘어도 거래소 심사 문턱을 넘기 쉽지 않아졌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작년 7월 발표한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안과도 연관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개선안을 통해 심사 및 사후관리 분야에서 거래소 책임 영역을 더 넓혔다.


거래소 심사 단계에선 상장위원회 위원 중 기술 전문가가 최소 2명 이상 포함되도록 했다. 예상 영업실적과 파이프라인 기술성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목적으로 상장심사와 기술평가 업무를 고도화했다.

예심 신청 기업은 증권신고서 제출 직전 월까지 결산 실적을 기재해 예상 매출 가이던스를 명확히 제공해야 한다. 예상 매출을 판단한 근거와 시나리오별 예상 매출 계획도 제출해야 한다. 자본잠식 기술기업의 경우 해소 계획을 명시해야 하는 의무도 추가됐다.

사후관리 측면에선 상장을 추진하는 주관사인 증권사의 책임을 강화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3년 이내 주관사가 상장을 주선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부실화되면 향후 기술특례상장 주선 시 풋백옵션(환매청구권) 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증권사의 과거 심사 내역을 투자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작년 상장을 추진했던 바이오텍 중 신약개발기업들이 연달아 고배를 마신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어떡해서든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들과 달리 오롯이 신약개발에만 집중할 경우 매출 가이던스를 추정키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술성평가를 통해 파이프라인의 유망함을 검증받아도 '거래소'라는 또 하나의 심사 관문을 넘어야 하는 셈이다.

거래소 단계도 녹록하지 않았다. 거래소는 예비심사를 청구한 신약개발기업들에 최소 임상 2상 데이터 또는 해외 기술이전 이력 등 '실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바이오텍에 있어선 가혹한 조치라는 의견이 뒤따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상 진입 그리고 후기임상으로 갈수록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이오텍 입장에선 IPO 말고는 사실상 답이 없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기술특례상장'이었지만 본래 취지와도 상충하는 이슈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신약하는 회사가 매출 추정을 정확하게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컴플라이언스와 심판 역량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방향성이 흔들리고 있어 일관성을 갖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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