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22일 07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 사외이사의 임기가 끝날 때마다 불거지는 논란이 있다. 바로 '노조추천이사' 선임이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 대표가 직접 이사회에 들어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다.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놓고 기업은행 사측과 노조가 얼굴을 붉힌 지 햇수로만 6년째다.올해 역시 양측의 충돌이 예상된다. 김정훈, 정소민 사외이사의 임기가 내달 7일 만료된다. 노조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후임에 노조 측 추천 사외이사를 앉히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내부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인물과 상의하고 있는 단계로 전해진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 멤버로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사업계획, 예산, 정관 개정 등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소수 경영진의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경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도입의 근거로 쓰인다.
근거로 쓰이는 주장들을 비춰봤을 때 노조추천이사제가 도입되면 지배구조 측면에서 기여하는 바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기업 경영진이 임직원 및 관계자 등의 의견을 무시한 채 독단적이고 방만한 경영을 펼쳐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즉 회사가 치명적인 지배구조 문제를 안고 있는 제한적인 상황이어야 한다. 기업은행은 과연 치명적인 지배구조 문제가 있는 걸까. 사실 기업은행은 이런 문제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국책은행으로서 당국 관리를 받는 한편 상장사로서 일반주주 눈치까지 살펴야 한다.
실질적으로 경영진의 독단 경영이 가장 어려운 곳 중 하나다.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도 이중 검증을 거친다. 은행 자체적인 검토를 통해 은행장이 제청하면 금융위가 임면하는 방식이다. 한국ESG기준원 등으로부터 지배구조 부문 A등급을 받은 것도 이런 절차적 장치가 마련된 결과다.
오히려 노조가 추천한 인물이 이사회에 합류할 경우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생긴다. 회사의 중장기적인 발전보다는 이사 본연의 역할과 상충되는 근로자 위주의 특정 이해관계를 우선시할 가능성이 있다.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한 수출입은행에서 선임 당시 노조가 먼저 "사내근로복지기금에 목소리를 내겠다"고 한 게 그 예다.
사업구조조정과 해외사업 진출 등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 등에서 주주의 이익이 현재보다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립·갈등적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하면 이사회를 노사 간 갈등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경영상 의사결정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저해할 위험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외에도 노조가 목소리를 낼 방법은 있다. 노사간 협력과 타협 등에 대한 문제는 현행법상 존재하는 노사협의회 및 단체 교섭을 활용할 수도 있다. 지배구조에 특별한 결함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갈등과 주주이익 훼손을 초래할 수 있는 노조추천이사제의 도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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