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 확장 전략]빅2 집중, 이젠 '중국' 전면에 이그니스 그리고 장진강③뇌질환 블루오션 시장성 주목…현지 합작사 이그니스에 신규 임원 배치
차지현 기자공개 2024-03-28 09:11:04
[편집자주]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 신약을 앞세워 글로벌 정복에 나섰다.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통해 미국에서만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겠다는 포부다. 향후 7~8년간 최대 5조원의 현금을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눈에 띈다. 세노바메이트는 국내 첫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더벨은 SK바이오팜의 전략과 미래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6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빅2, 미국과 중국. 신약 상업화 영업 역시 이 두 곳을 빼놓을 수 없다. SK바이오팜이 미국 다음 행선지로 택한 곳이 바로 중국이다. 미국 직판이 어느정도 안착되자마자 중국 시장에 힘을 싣는 분위기가 감지된다.SK바이오팜이 최근 뇌전증 치료제의 30개국 판권을 국내 제약사에 한방에 넘겨버리는 결단을 내린 것도 이와 연관된다. 현재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자산에 대한 이 같은 결단 뒤에는 '선택과 집중' 의지가 담겨 있다.
◇美 다음 상업화 전략 선택과 집중, 30개국 판권 넘기는 통 큰 결단
SK바이오팜은 올 초 동아에스티에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30개국 판권을 이전했다. 국내를 포함해 동·서남아시아,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튀르키예 등의 상업화 권리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의 핵심 자산이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캐시카우다. 신약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허가, 상용화까지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한 신약이라는 점에서 임직원들의 애정과 자부심도 남다르다.
그만큼 이번 판권 이전이 꽤 큰 결단이었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 30개국의 판권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걸로 전해진다. 처음 계약이 공개됐을 때만 해도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를 역임한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와 김민영 동아에스티 대표의 인연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뒤늦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치열한 입찰(비딩)을 거쳤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 5곳 정도가 참여했다. 동아에스티 계약으로 SK바이오팜이 확보한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업프론트) 은 50억원이고 계약 총규모는 190억원이었다.
'통 큰 결단'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시장성이 큰 국가에 회사 역량을 모아 매출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시장에선 직판 승부수를 내건 것과 달리 타 국가의 경우 현지 파트너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간접 진출하려는 움직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유럽 시장은 세노바메이트 상업화 권리를 획득한 스위스 아벨 테라퓨틱스(현 안젤리니 파마)가 인허가 및 판매를 이끌고 있다. 일본은 2020년 전략적 제휴를 맺은 오노약품공업을 앞세워 공략 중이다. 2021년 12월엔 아일랜드 제약사 엔도그룹 산하 엔도벤처스에 캐나다 지역 내 독점적 권리를 이전했다. 캐나다 내 상업화는 캐나다 소재 제약사 팔라딘 랩스가 맡았다.
동아에스티와 계약을 맺음으로써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로만 직간접적으로 전 세계 108개 국가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단일 약물로 달성한 전체 거래 규모는 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이제껏 약 6000억 원의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수령했다.
◇진출 준비 움직임, '중국 합작사' 이그니스에 장진강 CSO 선임
SK바이오팜은 미국 시장에서 세노바메이트의 성장을 통해 국내 기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직판이 가능하다는 점을 몸소 입증했다. 미국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타 국가의 상업화 전략은 선택과 집중으로 가닥을 잡았다. 미국에 이어 넘보는 시장은 중국이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규모가 큰 시장이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항암제와 달리 뇌질환 치료제 영역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아직 제대로 된 시장이 형성되기 전이라 정확한 규모 파악은 어렵지만 중국 내 뇌전증 환자 수는 약 10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무엇보다 중국엔 일찍이 확보해 놓은 전초기지가 있다. 2021년 11월 중국 상하이 소재 투자사 '6디멘션캐피탈'과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 이그니스 테라퓨틱스가 그 주인공이다. 작년 말 기준 SK바이오팜은 이그니스 지분 41%를 보유, 최대주주로 올라있다.
SK바이오팜이 이그니스의 이사회 의석을 확보하고 주요 임원이 겸직을 하는 방식으로 재무적 투자자와 공동으로 지배하는 형태다. 기술을 이전받은 이그니스가 중국 내 상업화를 추진하는 수순이다. 이후 수익은 보유 지분율만큼 SK바이오팜에 귀속된다.
현재 SK바이오팜과 이그니스는 한국·중국·일본 등에서 뇌전증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세노바메이트 임상 3상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연내 임상이 마무리될 예정으로 2025년 한국·중국·일본 출시가 목표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출시를 마친 데 따라 무난하게 아시아 지역 인허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이그니스에 신규 임원을 배치하는 등 중국 진출 준비에 부쩍 공을 들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께 장진강 SK바이오팜 중국법인장을 이그니스 테라퓨틱스 공동 최고전략책임자(Co-CSO)로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SK바이오팜이 이그니스에 파견한 임원은 박정신 신약개발사업부장, 신해인 사업개발본부장을 포함해 총 3명이 됐다.
다만 중국 제약시장은 쉽지 않은 시장이다. 의약품 임상 연구부터 허가·특허 등 절차가 복잡하고 규제가 심한 탓에 진입의 문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 신약으로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국내 기업 중 중국 시장에 진출해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곳은 한미그룹의 북경한미약품 정도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세노바메이트 중국 상업화는 이그니스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연말 아시아 지역 임상이 끝나면 한국·중국·일본 등에서 내년께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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