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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증권,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13년만에 자사주 소각 배당금까지 합쳐 3000억대, 통큰 주주환원 단행

손현지 기자공개 2024-04-02 14:58:25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8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투자증권이 주주환원 차원에서 13년만에 자사주 소각에 나선다. 소각 규모(500억)는 작년 별도 순이익 증가분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로 설정했다. 배당금까지 합쳐 총 3308억원, 전체 순이익의 76%에 달하는 금액을 주주환원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그간 모험자본 투자를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제고하는 데 무게를 뒀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번 결정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에 발맞춘 선제적인 조치로서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의지로 표명된다.

◇순이익 76%에 달하는 주주환원성향

NH투자증권은 지난 27일 주주총회에서 총 500억원(보통주 약 417만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는 지난해 별도 당기순이익 증가분(965억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자사주 취득은 오는 6월 11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NH증권이 자사주 소각에 나선 건 13년 만이다. 지난 2011년 주주가치 제고, 임직원 성과 보상 등을 목적으로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이후 처음 진행하는 것이다.

주주환원 전략의 일환으로 배당도 진행한다. 배당금 총액은 2808억원이며, 보통주 기준 800원(우선주는 850원)이다. 전년과 비교해 약 14% 늘린 규모다. 배당성향은 순이익의 65%로 주요 증권사들의 배당성향(30~40%)보다 크게 높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금 합계는 3308억원으로 주주환원성향은 순이익의 76%에 달한다. 김재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배당 상향과 추가 자사주 취득소각으로 9% 이상에 달하는 총주주수익률(TSR)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큰 주주환원 방안을 결정할 수 있었던 건 작년 높은 실적이 기반이 된다. NH증권은 작년 영업이익 7258억원, 순이익 5530억원(연결 기준)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각각 39%, 83%씩 증가한 수준이다. 수익성 측면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며 증권업계 3위를 차지했다.

특히 IB부문에서 패키지딜을 성공시키며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오스템임플란트 인수 관련 브릿지론 1조7000억원, 오스템임플란트 인수금융 1조2000억원, 루트로닉 인수 관련 브릿지론 9000억원 등 실적을 냈다. DCM 회사채 대표주관과 인수 부문 모두 작년 1위에 올랐다. 유상증자에서도 SK이노베이션 등 2조원 넘는 실적을 내며 선두에 올랐다.

◇대표적 저PBR 업종이었는데…정부 밸류업프로그램 선제 대응

NH증권은 이번 주주친화전략이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에 부응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정부는 기업이 배당을 확대하거나 자사주 소각 규모를 늘린 증가분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아직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에 자사주 소각과 관련한 내용이 담길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밸류업 세부 가이드라인을 두고 아직 논의 중에 있지만, 자사주 소각이 전면으로 부각되면 그 기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으로 평가된다.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인 뒤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감소해 주당 가치가 올라간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보유 종목의 주가가 상승해 직접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자사주 활용을 두고 변수가 많았던 만큼 소각 자체가 확실한 주가부양책이 될 수 있다.

다만 증권업계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꺼려왔다. 사업 영역을 판가름하는 자기자본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동안 증권이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로 지목됐던 이유다.

국내 증권사는 자기자본에 따라 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이 나뉜다.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하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이, 4조원을 넘어서면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얻게 된다.

현재 증권업계에서 사주 매입과 소각 계획을 발표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29일 자사주 822억원 어치를 소각했다.

대신증권은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하긴 하나, 이를 최대주주 일가와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자사주 9만8695주를 처분해 이어룡 회장과 임직원 39명의 성과급을 지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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