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04일 07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3년 뮤지컬 시장이 호황기를 누렸다. 2022년의 성장이 일시적 보복 소비의 결과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기우라며 축배를 드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수치를 보면 이런 찬사가 무색해 보인다.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뮤지컬 시장 규모는 4591억원이다. 전체 시장이 주요 엔터사 한 곳의 매출에도 못 미친다. 성장속도도 느려졌다.인터뷰 중 규모가 작아 놀랐다고 말하자 뮤지컬 제작사의 한 대표는 “뮤지컬 시장은 산업화가 이뤄지는 과도기라서 투자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크게 성장했지만 투자가 없다면 성장세가 이어질지, 산업으로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장담키 어려운 단계라는 뜻이다.

투자 받기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투명성이다. 많은 이들이 침묵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투명성 개선을 위한 제도적 정비도 초기단계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서 뮤지컬 관련 데이터를 쌓기 시작한 건 4~5년밖에 되지 않았고 정보도 극히 한정적이다. 작품 별 매출이나 관객 등 기초적 수치가 공개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는 제작사에서 자료를 제공받아도 데이터 신뢰성을 검증할 수단이 부족하다. 기업이 뮤지컬 투자를 결심해도 내부 심의를 통과하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오랜 기간 뮤지컬에 투자해왔던 특정 기업에 의해 관행적으로, 소액 투자만 이뤄진다. 투자자들이 뮤지컬업계에 만연한 정보의 비대칭성에 발목이 붙잡혀 있다는 뜻이다.
취재 과정에서도 이런 기조에 영향을 받았다. 투자 현황을 공개하거나 기업의 매출이 공개됐을 때 거부감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언론이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해 투자 활성화와 산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투명성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뮤지컬은 대표적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사업으로서 불확실성이 크기에 정보 공개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고 성장통이 무서워 성장하지 않는다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영화업계도 그랬다. 관행이 아닌 계약으로, 의리가 아닌 실리를 도모해 산업화의 초석을 놓을 때 반발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옳았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면서 K필름은 지속가능성을 확보, 글로벌 문화가 됐다.
뮤지컬도 그렇다. 현상에 안주한다면 정체되거나 고사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 성장잠재력으로 미국 브로드웨이도 한국을 주목하지만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잠재성이 전부인 시장'으로 평가절하될 수 있다. 뮤지컬 시장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결국 투자를 통한 산업화가 필수적이다. 투명성 제고는 이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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