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이 내놓은 '당근과 채찍' 자회사 대표로서 성과 강조, 화해 제안…이사회서 해임 강행시 소송전 예고
이지혜 기자공개 2024-06-03 11:13:44
이 기사는 2024년 05월 31일 1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꺼내들었다. 법원에서 민 대표를 사내이사에서 해임하는 안건에 대해 하이브를 대상으로 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지 하루 만이다.민 대표는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과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4월 말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 대표는 하이브를 향한 불만을 쏟아냈지만 이번에는 자회사 대표로서 하이브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 이상 분쟁을 길게 끌었을 때 민 대표는 물론 하이브도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어도어 이사회를 장악한 만큼 대표이사 해임 추진 등을 현실적으로 막기 어렵다. 하이브도 주주간계약에 발목잡힌 만큼 민 대표가 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본인이 주도권을 쥐며 갈등을 끝낼 적기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이브에 화해 제안, 자회사 대표로서 성과 입증 '배신 아냐'
민 대표가 31일 오후 2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민 대표가 하이브로부터 경영권 탈취 혐의를 받은 이래 기자회견을 진행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민 대표는 4월 말 진행한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는 격앙된 모습으로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 박지원 대표 등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하며 폭로전을 벌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민 대표는 "누명을 벗어서 홀가분하다"고 했다. 그는 ‘대표로 일하고 싶다는 의지 등을 주주와 하이브 등에게 피력하며 화해를 제안하는 것이냐’는 기자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와) 분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뭘 얻기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기에 타협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주식회사는 주주의 이익과 사업적 비전을 위해 다같이 가야 하는 조직인 만큼 모두를 위해 감정적인 부분을 내려놓고 새 판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어도어 대표로서 본인의 성과를 강조했다. 어도어는 설립 2년 만에 매출 1100억원, 영업이익 335억원을 내는 레이블로 성장했다. 2022년 7월 데뷔한 5인조 다국적 걸그룹 뉴진스라는 단일 IP(지식재산권)로 일군 실적이다.
그는 “어도어로 이룬 2년 간의 성과는 선두권 아이돌 보이그룹이 5~7년 만에 냈던 것과 맞먹는다”며 “경영인의 자세는 숫자로 증명하는 건데 이런 성과를 낸 자회사 사장에게 배신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민 대표는 뉴진스 IP를 활용한 청사진이 지금 분쟁으로 꼬였다고 호소했다. 뉴진스는 6월 일본 진출에 이어 내년 월드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말 정도 앨범을 발매해 곡을 홍보해야 하는데 이런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얘기다. 월드투어는 엔터사에게 있어서 수익성이 상당히 좋은 콘서트사업으로 꼽힌다.
민 대표가 분쟁 종결의 정당성을 주주와 하이브 측에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로듀서이자 경영인으로서 성과를 입증한 만큼 하이브가 민 대표의 임기를 보장하는 게 주주, 아티스트 등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설득한 셈이다.
◇법원 판결 기점으로 주도권 확보, 소송전 양 측 부담 계산
민 대표가 하이브 측에 돌연 화해를 제시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더 이상 분쟁을 길게 끌어 봐야 민 대표는 물론 하이브 측에도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도어의 이사회 과반을 차지한 하이브의 권리를 인정하되 본인의 대표 임기를 보장하는 쪽으로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민 대표로서는 하이브의 주요 임원이 어도어의 정식 사내이사에 선임된 만큼 분쟁을 끝내지 않는다면 정상적 경영활동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사내이사로서 의결권을 명분으로 민 대표의 경영활동에 제동을 걸 수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민 대표가 임기를 채운다고 해도 성과를 입증하지 못할 수 있다.
또 하이브가 어도어 이사회를 장악한 만큼 이론상 민 대표를 대표 자리에서 해임하는 것은 가능하다.
민 대표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세종 이수균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 어도어의 신규 사내이사들이 민 대표를 대표에서 해임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법적으로 이사들의 해임 결의를 강제할 방법은 없어서 여전히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사 결의만 있으면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민 대표는 다시 한 번 소송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민 대표는 “하이브와 좋게 잘 지낼 수도 있고 싸울 수도 있을 거다”라며 “법원이 판결을 내려준 분기점이 생긴 만큼 나도 한 수 접을 테니 (하이브도) 접자는 얘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소송전은 개인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명분과 분쟁의 주도권을 민 대표가 잡는 동시에 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화해라는 당근을 제시, 추가 소송전이라는 채찍을 은근히 내비친 셈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하이브가 민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을 수 있다. 하이브로서도 지금 상황은 상당한 부담일 수 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려고 했다는 혐의로 그의 해임을 추진, 배임죄 등을 물으려 했는데 법원이 민 대표의 손을 들어줘서다.
한편 하이브는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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