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6월 07일 07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다수 기업 앞에는 '수식어'가 붙는다. '글로벌 넘버원' 등 기업이 원하는 방향을 표명하거나 '착한 기업' 등 그동안의 행보가 쌓이며 대중의 인식 속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각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뇌리에 어떤 존재로 각인되느냐는 생존과 미래를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최근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고 한앤컴퍼니를 새 주인으로 맞은 남양유업에는 지난 10년간 다수의 수식어가 붙었다. 수식어가 '꾸며주는 말'이라는 긍정적 의미가 내포됐다고 보면 사실상 남양유업 앞에 붙었던 것은 꼬리표였다.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사건이 알려지며 '1호 갑질' 기업의 낙인이 찍혔다. 기업 평판이 하락하는 순간에도 기존 경영진은 제품력을 믿고 뒤에 숨었다. 제품이 좋으면 잘 팔릴 것이라는 믿음하에 리스크 관리를 제쳐뒀다. 오너 리스크에 따라 언론에 자주 부정적으로 언급됐고 갑질 이슈가 터질 때마다 어김없이 남양유업이 회자됐다.
'코로나19' 시기 불가리스 과장 광고는 신뢰도 하락을 부채질했다. 나쁜 기업 이미지는 남양유업의 생존을 위협했고 오너는 사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갑자기 사퇴를 번복하며 한앤코와의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졌다. 올해 초 출입처와 식사 자리마다 남양유업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냐고 물으면 대부분 한숨을 쉬곤 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오너 경영이 막을 내려야 한다는 것에 모두 입을 모았다.
3월 말 한앤코의 승리로 분쟁이 마무리가 되자 대부분 "다행이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아직까지 대중들에게는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나 남양유업 사례는 달랐다. 평판에 가려진 제품 경쟁력, 안전한 먹거리 제공을 위해 남양유업이 그동안 쌓아온 노력이 빛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줄 구원투수가 등장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후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변화를 위해 공격적으로 메스를 들 것이라고 전망됐지만 예상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차 관문이라 여겼던 구조조정 대신 오랜 기간 회사에 몸담으며 통찰력을 가진 내부 인물들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동기 부여를 통해 함께 정상화를 이뤄보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였다. 사업은 남양유업 측에 힘을 싣는 대신 이사회에 참여하며 컴플라이언스 강화 등의 과제를 이행하고 있다.
사실 대주주 변경 이전에도 김승언 경영 지배인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실시하고 있었다. 그 결과 지난해 영업적자를 17% 줄이는 등의 성과를 냈다.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변화를 위한 마중물을 부었을 뿐 내부 직원들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런 말이 나오고 있다. 남양유업의 '제품력이 성장 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소비자들이 나쁜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지 않으려는 움직이었을 뿐 제품의 맛이나 품질은 좋다는 인식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리스크를 털어내고 이제 출발대에 다시 선 남양유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제품력을 더 끌어올리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 앞으로 남양유업 앞에 붙을 수식어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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