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 SK 포트폴리오 점검]'떼고 붙이는' SK에코플랜트, IPO 불발시 FI 선택지는26년 7월까지 IPO 의무, 불발시 5%대 배당·매년 3% '스텝업' 발동
김지효 기자공개 2024-07-01 08:15:46
[편집자주]
SK그룹은 최근 수 년간 자본시장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기업이었다. 활발한 투자유치 활동 탓에 수많은 계열사가 여러 PE와 주주 관계로 엮여 있다. 이에 SK그룹이 최근 추진 중인 전사 차원의 리밸런싱 격랑에 PE들도 함께 휩싸이는 분위기다. 더벨은 PE들의 SK그룹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리밸런싱에 따른 여파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7일 15:2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에코플랜트는 SK온과 함께 이번 SK그룹 리밸런싱의 한 축에 놓여있다. 그간 3조원 이상을 투입해 건설업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환경 및 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재무 체력은 크게 약화됐다. 재무 체력이 약화하면서 기업공개(IPO)에도 제동이 걸렸다. 다수의 재무적 투자자(FI)에게 거액의 자금을 투자 받으면서 2026년 7월까지 IPO를 약속한 상황이다.FI들도 SK에코플랜트의 상장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1조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를 진행하며 프리미어파트너스, 이음프라이빗에쿼티, 유진프라이빗에쿼티-산업은행, 큐캐피탈파트너스, 브레인자산운용 등을 주주로 맞았다. 다행히 FI들은 상장이 불발됐을 때를 대비해뒀다. 약속한 시기까지 아직 2년이라는 시간도 남아있다. 이에 아직까지는 여유를 가지고 SK에코플랜트의 상장 플랜을 지켜본다는 태도다.
◇’SK에코플랜트 상장’ 과제, 자회사 매각·합병 대안 마련 분주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미 SK에코플랜트는 그간 투자한 자산들의 회수 모드에 돌입했다. 경영권을 쥐고 있는 기업들은 경영권에 문제가 없는 수준에서, 지분 투자한 기업들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면 거래를 단행한다는 기조다. 일부 자회사는 경영권을 통째로 넘기기 위해 원매자를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SK오션플랜트 매각설, 이미 추진 중인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 어센드엘리먼츠 매각 등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내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SK그룹의 경영전략회의에서는 SK에코플랜트와 1조원 초반대 기업가치를 지닌 그룹 내 계열사와 합병하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린다. 가장 유력한 합병 대상으로는 SK의 산업용 가스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등이 거론된다.
SK그룹이 SK에코플랜트와 '돈 잘 버는 자회사'의 합병까지 고려하는 데는 자회사 매각만으로는 SK에코플랜트의 깎여나간 재무적 체력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매출 8조9251억원, 영업이익 1745억원을 냈지만 33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SK에코플랜트의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2018년 말 9416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6018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1조2179억원이다. 2021년 말 5963억원, 2022년 말 9721억원에서 해마다 늘었다. 지난해에는 이자로 2873억원을 썼다.
2026년 7월 상장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가 절실한 상황이다. 물론 FI들의 전원 동의 하에 IPO 기간을 2년 연장할 수 있다. 동의를 얻는다면 2028년 7월까지 상장을 완료하면 된다. 하지만 통상 펀드 만기가 5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SK에코플랜트 프리IPO에 참여한 FI들이 IPO 연장에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장 불발 시 FI 투자 안전망 ‘배당’
문제는 기한 내 상장이 불발됐을 때다. 다행히 FI들은 상장 불발 시 자금을 회수할 안전장치를 만들어뒀다. 바로 배당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프리IPO에서 1조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전환우선주(CPS)로 6000억원,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4000억원을 조달했다. CPS는 배당 등에 있어 보통주보다 우선권을 갖는다.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돼있어 상장 전후 보통주 전환을 통해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
RCPS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과 만기 도래 시 투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이 함께 부여된다. CPS는 국제회계기준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반면 RCPS는 통상 부채로 분류된다. 하지만 발행사가 상환권을 보유하면 자본으로 분류되는데 SK에코플랜트의 경우 발행사가 상환권을 보유해 자본으로 처리됐다.
당시 SK에코플랜트가 발행한 CPS의 우선배당률은 0%다. FI들은 2026년 7월까지 사실상 공짜로 돈을 빌려준 셈이다. 하지만 그 이후 IPO가 성사되지 않으면 SK에코플랜트 최대주주인 SK는 매도청구권을 행사해 6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갚아줘야 한다.
매도청구권이 행사되지 않으면 CPS의 우선배당률은 5%로 높아진다. 다음해부터 우선배당률은 매년 3%p씩 가산된다. 첫해 5%를 시작으로 8%, 11%로 급격히 높아진다. CPS의 규모가 6000억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2026년에는 300억원, 이듬해에는 480억원, 2028년에는 660억원까지 불어난 금액을 FI들은 해마다 받게 된다.
RCPS 투자자들은 이미 높은 수준의 배당을 받고 있다. RCPS는 발행가액 기준 5.5%나 SK에코플랜트의 5년 만기 회사채 개별민평 수익률에 1.45%p를 가산한 수치 중 높은 값으로 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22년과 2023년 지급된 배당액은 연 300억원 수준이다. 배당률을 계산해보면 7%대의 고금리 투자다. 스텝업 조항도 달려있어 투자 이후 5년이 되는 2027년부터는 해마다 2%p씩 금리가 높아진다.
이 같은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FI들은 당분간 SK에코플랜트의 상장 노력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SK에코플랜트의 상장이 불발되더라도 마련해둔 안전장치 덕분에 원금 이상을 건질 수 있다. 상장을 통해 8조원까지 몸값이 불어날 것으로 보고 베팅한 기대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하지만 투자금 회수와 약간의 추가 수익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관망하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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