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29일 07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양대학교 재단이 68년간 품었던 한양증권을 떠나보내는 과정은 아름답지 못했다. 지난달 초 학교법인 한양학원의 이사회 결정 이후 KCGI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까지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인수의향서(LOI)는 단 하루만 받았다. 핵심 캐시카우를 매각하면서도 최선의 가격을 찾겠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물밑에서 KCGI를 내정하고 구색만 맞추느라 여타 인수후보자들을 들러리 세운 것 아니냐는 잡음이 들끓었다.매각의 배경은 더 아름답지 못했다. 한양학원 측은 등록금 동결과 전공의 파업에 따른 의료원 재정 악화를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한양학원의 매각 지분은 일부에 불과했다. 한양대 재단 계열회사인 백남관광과 에이치비디씨도 각각 10.85%, 7.45%의 한양증권 지분을 처분했는데, 이들의 지분 규모는 최대주주인 한양학원의 지분율(16.29%)을 웃돈다. 매각 사유는 무분별한 부동산 투자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재단의 경영실패였다.
진원지는 한양대 재단 산하 건설사인 한양산업개발이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49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290억원 수준의 자기자본이 단번에 잠식될 위기에 처했다. 모회사 에이치비디씨가 자본 확충을 도와 급한 불은 껐지만 이 과정에서 두 회사 모두 자본 여력이 급감했다. 재단 이사장 외조카인 홍택준 씨는 특수목적법인(SPC) ‘코너스톤’을 설립해 재단 계열회사들을 담보로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다.
기업이 리스크관리에 실패해 자본잠식에 처하든 부도가 발생하든 경영의 책임을 질 뿐이다. 다만 학교법인 재정의 근간을 이루던 기업의 부실은 산하 교육기관의 재무구조를 흔들 수 있어 문제다. 한양대학교는 한양증권 외에도 백남관광을 통해 프레지던트호텔을 운영하는 등 여타 대학교 대비 재정 여건이 좋은 편이지만 지난해 기준 등록금 의존율은 60%를 웃돌았다. 서울지역 평균(48.5%)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미 기업의 부실이 학교 재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한양증권 창업자는 한양대학교 설립자인 고 김연준 이사장. 한양증권을 통해 한양학원의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안정적인 학교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취지였다. 대(代)를 거치면서 창업자의 취지는 퇴색됐고 기업들은 이사장 일가 각각의 개인회사로 변질되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초 1100억~1200억원 수준이었던 한양증권의 시가총액은 현재 2000억원 안팎으로 훌쩍 뛰었다. 시장에선 대학 재단 산하의 지배구조에 디스카운트를 반영하고 있었다. 매각 과정은 아름답지 못했지만 매각 자체는 필연적이었던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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