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25일 07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 최초의 영화는 어떤 작품일까. 1889년 미국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키네토스코프(Kinetoscope)'라는 기기를 창안했다. 커다란 상자에 달린 작은 렌즈에 눈을 대면 30초 분량의 영상이 나타나는 구조였다. 관객들은 동전을 지불하고 차례대로 키네토스토프 속 영상을 감상했다. 영상에는 권투시합, 베개싸움, 춤추는 모습 등이 담겼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영화로 인정받지 못했다.영화업계에서 효시로 지목하는 작품은 1895년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뤼미에르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이다. 공장에서 인파가 빠져나가는 모습을 담은 30초 분량의 단순한 내용이다. 작품성 측면에서는 에디슨의 영상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세계 최초의 영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이유는 바로 관람 방식에 있다.
뤼미에르 형제의 작품은 키네토스코프가 아닌 '시네마토그래프(Cinématographe)'라는 기기로 상영됐다. 이 기기는 텅 빈 화면에 영상을 비추는 구조였다. 이는 '다수의 사람'이 '특정한 공간'에서 함께 영상을 감상하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혼자만의 경험에 머무르는 에디슨의 작품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국내 법률에서 영화의 정의를 '상영관 등의 장소 또는 시설에서 공중에게 관람하게 할 목적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최근 영화의 정의는 분명 달라지고 있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서비스 보편화로 격변이 찾아왔다. 극장이 아닌 집에서 혼자 영화를 감상하는 문화는 새로운 문법이 됐다. 달리 말해 시네마토그래프가 아닌 키네토스코프가 주류가 됐다. 이미 국회에는 영화의 정의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코로나19 팬데믹만 끝나면 극장이 살아날 것으로 봤던 영화 배급업체들의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새로운 시대에 맞게 다시금 분주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업계 대표주자인 씨제이이엔엠은 다작이 아닌 대작 위주의 투자로 배급 전략을 선회했다. 최근 2년간 흥행작 발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누적된 손해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극도로 침체된 시장 환경을 무리해서 거스르기보다 관망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물론 모든 배급업체가 똑같은 자세를 견지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플러스엠 같은 배급업체는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적자를 감수하고 신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은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130년 가까이 이어졌던 시네마토그래프 시대의 끝에는 아득한 불확실성과 함께 무한한 가능성이 공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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