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10일 07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백미’는 고려아연의 1조원 규모 사모사채 발행 결정이다. 선제적으로 경영권 분쟁의 신호탄을 쐈지만 수세에 몰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반격, 자본시장 ‘해결사’로 급부상한 메리츠증권의 지원사격,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조 단위 탄환까지.클라이맥스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요소가 가득했다. 다만 사안의 흥미로움과 달리 최 회장의 자충수가 될 요소가 다분하다.
우선 발행규모 측면이다. 고려아연은 2008년 이래로 전체 차입금보다 현금성자산이 많은 ‘실질적 무차입’ 구조를 유지해 왔다. 올해 상반기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은 ‘마이너스(-)’ 7170억원. 우수한 재무구조 덕분에 신용도는 전체 등급에서 두 번째로 높은 AA+다. 이번 1조원 사모채 발행은 16년 넘게 이어온 무차입 기조를 단번에 깨뜨리는 동시에 신용등급 하방 압력을 키우는 '트리거'다.
실제로 나이스신용평가는 고려아연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요인 중 하나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0배 초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1조원 사모채는 순차입금을 단번에 ‘플러스(+)’로 높여 하향 트리거 터치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측면은 이자율이다. 발행금리는 연 6.5%. 고려아연이 속한 AA+ 등급의 1년물 공모채 민평평균금리는 현재 3.3% 수준이다. 고려아연이 고금리 사모채를 택한 이유는 명백하다.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약 한 달여의 기간이 소요되는 탓에 공개매수 실탄으로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추가된 조달비용. 연 3.2%포인트 수준의 가산금리를 이자비용으로 환산하면 300억원을 넘어선다.
자금조달에 있어서 최 회장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지만 고려아연에게 필요한 건 낮은 금리다. 한 몸처럼 경영권 분쟁에 나서고 있는 최 회장과 고려아연은 조 단위 사모채를 찍으면서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차라리 총수익스와프(TRS) 카드를 썼으면 어땠을까. 부채로 분류되지 않아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낮았을 것이고 회사채 대비 높은 이자율도 어느 정도 용인됐을 수 있다. 클라이맥스의 디테일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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