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08일 19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인적 및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에 성큼 다가섰다. 완료 시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 변수는 주식매수청구권이다. 3분기 들어 주가가 힘을 내지 못하면서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극단적으로 분할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8일 주성엔지니어링은 제30기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고 발표했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해당 안건은 상법 제530조의 3 및 상법 제434조에 따라 특별결의요건을 충족해 가결됐다"고 밝혔다.


앞서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와 태양광, 디스플레이 사업을 분리하기로 했다. 인적분할로 신설되는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사업을 전문으로 하고 존속회사는 주성홀딩스로 사명을 바꿔 핵심사업 경쟁력 및 투자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게 골자다.

주성홀딩스의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되는 주성룩스는 태양광 및 디스플레이 사업을 영위하기로 했다. 궁극적으로 주성홀딩스 지주사 체제가 구축되고 주성엔지니어링과 주성룩스가 영역을 나누는 그림이다.

이번 승인으로 주성엔지니어링의 청사진은 8부 능선을 넘었다. 이날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사진)은 기자들과 만나 "주총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분할 과정 및 추후 운영 등을 투명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기업지배구조 개편 관련해서 주주, 기관투자자, 언론사 등 대상으로 설명회를 지속 개최하고 유선 상담채널을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IR 활동을 이어간 것이 가결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과정은 2세 경영 신호탄으로도 여겨진다. 황 회장이 주성홀딩스를 맡는 한편 아들인 황은석 미래전략사업부 총괄 사장이 주성엔지니어링을 이끌게 됐기 때문이다.

황 사장을 보좌할 인사도 영입한 상태다. 이우경 ASML코리아 전 대표가 대상이다. 이 전 대표가 황 사장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황 회장은 황 사장이 단독으로 주성엔지니어링을 맡기에는 경험 등이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해 공동대표 체제를 택했다. 주성룩스는 유진혁 주성엔지니어링 반도체 개발실장이 대표 내정자다.

다만 마지막 관문이 존재한다. 황 회장은 "승인이 됐지만 다 끝난 게 아니다. 가장 큰 걸림돌인 주식매수청구권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의 합병 및 영업양수도 등이 주총에서 결의된 경우 그 결의에 반대했던 주주가 자신의 소유주식을 관련 기업이 매수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일컫는다.

주식매수청구 가격은 주당 3만5305원으로 책정됐다. 해당 가격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 전일부터 과거 2개월, 1개월, 1주일간 공표된 매일의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최종시세가격에 실물거래에 의한 거래량을 가중산술평균한 수치다.

이날 종가 기준 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2만7150원이다. 주식매수청구 가격과 괴리가 커 주주들이 대거 해당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주식매수청구 대금으로 500억원을 설정한 바 있다.

이달 28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 청구가 이어진다. 이를 기반으로 최종적으로 주성엔지니어링이 대금을 지급하면 분할은 사실상 끝나게 된다. 해당 날짜까지 주가를 올려 청구를 최소화하는 게 주성엔지니어링에 유리하나 최근 국내 주식시장 침체로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한도 금액이 초과되면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재심의할 예정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일단 추이를 지켜본 뒤 결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