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23일 07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수출입, 해외투자 및 해외자원개발 등 대외 경제 협력에 필요한 금융을 제공함으로써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설립 목적이자 존재 이유다. 그런데 이에 충실했다는 사실로 최근 홍역을 치르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다.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수주와 관련해 야당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수출입은행이 체코 원전에 금융지원을 약속했고 손해를 보면서까지 거액의 장기 저리 대출을 하기로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수출입은행이 관련 주장에 대해 거듭 해명했지만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논란이 등장한 배경은 수출입은행의 역할에 대한 몰이해 혹은 고의적 외면을 꼽을 수 있다. 통상 원전 설치 등 초대형 계약의 경우 정부 간 계약 성격이 짙어 수출입은행 등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이 수입국에 대출을 내준다. 대규모·장기간으로 수행되는 특성상 민간금융의 참여는 어렵다.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의 정책금융 제공 의향 제시도 ECA 본연의 기능이자 국제관례를 이행하는 맥락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수주지원을 위한 관심 서한 발급과 수출신용제도 설명은 ECA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행정적 절차로 과거 대형 프로젝트 등에서도 있었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은 관심 서한이 금융지원을 약속한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재정적, 기술적, 경제적으로 타당하고 거래 조건 등 관련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정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라 금융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비구속적 관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ECA는 수출금융 관련 국가 간 협약인 'OECD 수출신용협약'을 준수해야 한다. 역마진을 감수하는 등의 과도한 금융 조건 제공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나 프랑스 전력공사 등 경쟁에서 탈락한 기관에서 이의를 제기할 뿐 아니라 OECD 보조금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문제다.
이런 사실들은 세간에 모두 공개된 내용이다. 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체코 원전 수주 관련 기관들이 여러 차례 해명자료를 냈다. 문제 삼는 정치권에서도 진위를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관에서 국회의원실에 충분한 요청 자료를 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재생산되는 건 다른 의도가 있다고 해석할 만하다. 계약이 마무리될 때까지 잡음과 흔들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와중에 수출입은행이 본연의 역할을 끝까지 해낼 방법은 단 하나다.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 경제의 발전을 위한 경제 논리에 충실히 하는 것. 수출입은행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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