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04일 07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충전 시장은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더해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로 새국면을 맞았습니다. 시장 재편이 가속화됐습니다.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 계열사와 인프라를 선점한 몇몇 스타트업을 제외하곤 생존하기 어려울 겁니다."전기차 충전 스타트업에 투자한 한 벤처캐피탈(VC) 대표의 말이다. 전기차 충전사업자(CPO)들은 그간 치열한 영토 경쟁을 펼쳐 왔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자료에 따르면 CPO 사업자는 지자체, 정부 기관을 제외하고 112개에 달한다. 설치된 충전기는 37만여개 수준이다.
대기업도 다수 참전했다. SK그룹은 2021년 충전기를 제조하는 시그넷EX(현 SK시그넷)를 인수했고 GS그룹은 계열사 GS에너지가 차지비와 GS커넥트를 흡수합병했다. LS그룹은 2022년 설립한 LS이링크를 통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전기차 충전 합작법인 'LG유플러스 볼트업'을 출범했다.
대기업이 CPO에 눈독을 들인 건 '돈 되는 사업'으로 봤기 때문이다. CPO는 충전기 설치와 서비스 제공을 통해 전기차 이용자들에게 전력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다. 주된 수익 모델은 전력 재판매 수익과 위탁운영 수수료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주유소 사업과 유사하다.
인프라를 구축하기만 하면 수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수 국가에서 전기차 캐즘이 진행되고 있지만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미뤄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누적 보급된 전기차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인프라를 선점하지 못한 스타트업의 상황은 암울하다. 대다수 전기차 충전 기업은 높은 인프라 구축 비용 탓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청라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전기차 수요 전망치가 낮아졌다. 수익성 개선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진 셈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선 당장의 수익을 얻기 힘든 상황 속에서 인프라 확장도 이어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에선 투자 유치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미 일부 충전사업자는 보유한 충전기 매물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위해선 전기차 캐즘을 도약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삼아야 한다. 전기차 충전 시장은 아직 무르익지 않은 시장이다. 더 많은 혁신과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스스로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지 않고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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