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15일 07시05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 최고 부자들을 줄 세워보면 상위 500명의 순자산이 10조달러를 넘는다. 국내에선 단 두 명만 올라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31위(84억6000만달러),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이 408위(71억6000만달러)다. 한국 경제규모가 전세계 13번째로 큰데 순위가 좀 실망스럽다.왜 국내엔 초고액 자산가(UHNWIs)가 적을까. 국내 기업 특유의 지배구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집단 대부분은 지주사 체제로 묶여 있고 자회사가 그 아래서 중복 상장하는 형태를 띈다.
따라서 가치가 이중으로 계산되는 비효율, 이른마 ‘더블 카운팅’ 이슈가 생길 뿐더러 지주사 지분을 보유한 오너들은 굳이 주가 부양에 힘쓰지 않는다. 지주사 주가가 저렴할수록 지배권을 싼값에 행사할 수 있고 승계를 할 때도 세금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더벨 SR본부가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2483개 기업을 조사했더니 지난해 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도 안 된 기업이 1394개로 절반을 훨씬 넘었다. 특히 지주사 비중이 압도적인데 35%는 PBR이 0.3배도 못 미쳤다.
반면 슈퍼리치 1, 2위를 배출한 테슬라와 아마존, 그리고 구글(알파벳)은 모두 상장법인이 하나뿐이다. 버크셔 역시 수십개의 자회사를 가진 대규모 복합기업인데도 버크셔 해서웨이만 증시에 공개돼 있다. 투자자가 이 기업들의 핵심사업에 투자하려면 단일 상장사 외에 다른 통로가 없다는 뜻이다.
메리츠금융 사례도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 조정호 회장은 올 3월 메리츠금융 주가가 오르면서 이재용 회장을 잠시 밀어내고 국내 1등 부자 타이틀을 차지했다. 하루만에 2위로 원상복귀하긴 했지만 삼성과 메리츠금융그룹의 자산이 800조원 넘게 차이난다는 점에서 여전히 놀랍다.
메리츠금융은 지배구조가 단순하게 이뤄져 있다. 조 회장이 지분 51%를 보유한 메리츠금융이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주식을 전량 소유 중이다. 원래 3개 회사가 모두 상장했었지만 2022년 말 ‘원 메리츠’ 체제 전환과 함께 상장사를 하나로 합쳤다. 국내 밸류업의 최고 성공 케이스로 불린다.
최근 기업들의 밸류업 정책이 배당에 쏠려 있는 것은 그래서 아쉽다. 투자자들은 오너나 경영진이 같은 배를 탔다고 여길 때 더 후한 가치를 준다. 이익을 공유한다고 믿을 수 있는 구조, 부의 열매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구조부터 만들어야 저평가를 탈출할 수 있다. 그리고 지배력은 그럴 책임을 수반하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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