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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 350억 풋옵션 폭탄 맞나 한컴MDS 인수 때 '린드먼'과 계약…가치 반토막 '재무부담' 불가피

박창현 기자공개 2018-11-14 08:10:25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3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글과컴퓨터가 재무적투자(FI)와 맺은 한컴MDS(옛 MDS테크놀로지) 풋옵션 계약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컴MDS 주가가 권리행사 가격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차액 부담을 온전히 떠안게 생겼기 때문이다. 당장 350억원을 주고 사야하는 한컴MDS 주식 가치는 현재 170억원에 불과하다. 한글과컴퓨터는 FI 풋옵션 행사 기한이 아직 6개월 가량 남은 만큼 대응안을 충실히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글과컴퓨터와 벤처캐피탈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이하 린드먼아시아)'가 한컴MDS 공동 인수 당시 체결한 풋옵션 계약의 만료 시한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풋옵션 계약의 권리자는 린드먼아시아, 의무자는 한글과컴퓨터다. 계약 내용에 따라 린드먼아시아는 한컴MDS 보유 지분 122만 8285주(13.92%)를 내년 5월까지 한글과컴퓨터에 전량 매각할 수 있다.

양 사의 인연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글과컴퓨터는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사모펀드(PEF)로부터 한컴MDS 경영권을 인수했다. 매매 대상은 한컴MDS 주식 261만여주(29.97%)였고, 매매 대금은 총 745억원에 달했다.

이 때 한글과컴퓨터는 M&A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린드먼아시아를 재무적투자자로 합류시켰다. 새로운 인수구조가 만들어지면서 한글과컴퓨터가 매매 지분 중 139만주만 직접 인수하고 나머지 122만여주를 린드먼아시아가 책임졌다. 대신 린드먼아시아 측에 자금 회수를 위한 안전정치인 '풋옵션'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린드먼아시아는 2017년 5월부터 2019년 5월까지 한글과컴퓨터 측에 한컴MDS 주식 전량을 주당 2만8495원 씩, 총 350억원에 넘길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양 사간 복잡한 옵션 거래는 돈독한 신뢰가 밑바탕이 깔려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린드먼아시아는 2013년 한글과컴퓨터 지주사인 '한컴시큐어' 투자에 나서면서 한컴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린드먼아시아는 한컴시큐어가 발행한 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중 절반에 해당하는 100억원을 책임졌다. 여기에 신주만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인 '신주인수권'를 그대로 오너 일가 측에 넘겨 최대주주 지배력 희석 방지를 위한 안전판까지 마련해줬다. 상호 긴밀한 협의 없이는 불가능한 거래 구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컴

이번 풋옵션 거래가 시장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린드먼아시아는 한글과컴퓨터 측에 한컴MDS 주식을 주당 2만8495원에 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한컴MDS 주가가 권리행사 가격의 절반 수준인 1만4000원 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사인 한컴MDS는 한컴그룹 편입 후 시너지 창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2016년 초 권리행사 가격 수준까지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2만원 선에서 오랜 기간 보합세가 이어졌다. 다만 올해는 글로벌 경기 불안과 미국 금리 인상 기조 여파 등 국내 주식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그 결과 최근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1만4000원 벽이 무너지기도 했다.

권리자인 린드먼아시아는 권리 행사를 하지 않은 이유가 전혀 없다. 시가보다 2배 가량 높은 가격에 주식을 처분해 손실을 회피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반면 한컴MDS 주가가 권리행사 만료 시점인 내년 5월까지 반등하지 못할 경우, 풋옵션 의무자인 한글과컴퓨터는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시가 170억원 짜리 주식을 350억원을 주고 사야하기 때문이다.

당장 현금 마련이 시급하다. 올 6월말 현재 한글과컴퓨터의 현금성 자산은 170억원 수준이다. 풋옵션을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팔 자산이 많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종속기업과 관계기업 투자 자산만 1600억원 넘게 보유하고 있어, 유동화를 통한 자금 마련 여력이 높은 편이다. 실제 한글과컴퓨터는 이달 중 해외 자회사인 'THINKFREE NV'를 팔아 291억원의 현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자금 마련과 별개로 한컴MDS 풋옵션 손실이 실패한 M&A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글과컴퓨터의 고민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한컴MDS 풋옵션 행사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권리 행사 전이지만 예상 시나리오에 맞게 대응책을 마련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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