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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티넘, '야속한 유가'…4100억 허공으로 [이민주 해외자원 투자 리뷰 ]①2260억 자산가치 '0원'…오너 개인투자도 1850억 손실

박창현 기자공개 2018-12-10 08:36:31

[편집자주]

'1조 거부'. 이민주 회장을 따라다니는 대표 수식어다. 2008년 현금부자가 된 이 회장은 사업가에서 투자가로 변신한다. 그는 평범한 투자를 거부했다. 고심 끝에 미개척 분야였던 '해외자원'에 과감하게 베팅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노렸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건 수천억대 손실과 청산 등기 뿐이다. 실패로 끝났지만 국내 투자사에 의미있는 도전이었다. 이 회장의 해외자원 투자구조와 실적, 대주단 정산 이슈 등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2월 07일 13: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대학 졸업 후 봉제인형 사업에 뛰어들어 큰 돈을 벌었다. 이 자금을 밑천삼아 케이블TV 시장 재편을 주도하며 씨앤엠(C&M)을 설립했다. 미디어 환경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란 선견지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투자였다. 2008년 투자 회수에 나섰고 1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손에 쥐었다.

'1조 거부'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전문 투자가로 변신해 제2의 케이블 시장을 찾았다.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투자처는 바로 '해외자원'이었다. 예측 조차 할 수 없는 리스크들이 도사리고 있지만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판이 뒤집히고 패러다임이 바뀌는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동물적으로 직감했다.

이민주

이 회장의 해외자원 투자는 크게 '에이티넘파트너스'와 '에이티넘에너지', 두 축을 통해 이뤄졌다. 이 회장은 양 사 개인 지분율이 각각 85.7%, 94.9%에 달한다. 사실상 개인회사를 활용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셈이다.

해외 자원 중에서도 '셰일가스' 투자에 집중했다. 2011년 에이티넘파트너스가 주도한 '미시시피 라임(Mississippi Lime) 유가스전' 투자가 대표적이다. 당시 에이티넘파트너스는 5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원유·가스 탐사업체인 샌드리지 에너지(SandRidge Energy)가 보유한 미시시피 라임 지분 13.4%를 매입했다. 현지 회사가 갖고 있는 유가스전 지분 일부를 인수해 광구 개발 및 시추에 함께 참여하는 조인트벤처(JV) 투자 구조였다.

에이티넘파트너스는 투자회사 '에이티넘미드콘 제1,2,3호'를 세운 뒤, 유상증자와 외부 차입을 통해 총 2259억원을 투입했다. 나머지 자금은 우정사업본부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책임졌다.

미시시피 라임 투자가 이뤄졌을 당시 세계 시장은 셰일가스 혁명이 불어닥쳤다. 셰일가스는 퇴적암의 미세한 틈에 끼어 있는 천연가스다. 이 천연가스에는 난방·발전용 메탄가스와 에탄가스가 섞여 있다. 이를 이용해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에틸렌을 만들 수도 있다.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셰일가스 투자가치 또한 크게 높아졌다. 채굴 비용 대비 높은 수익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이에 이 회장과 에이티넘파트너스는 선제적 투자를 단행하고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2014년에는 아예 해외자원 투자 계열사인 '에이티넘에너지'를 설립했다. 빠른 의사결정과 투자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 창구를 일원화하는 성격이 강했다. 이 회장은 사재 3300억원을 에이티넘에너지 자본금으로 투입했다.

이 자금을 밑천 삼아 에이티넘에너지는 다양한 에너지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소유하고 있는 해외 자원개발 자회사만 △Atinum Marcellus, △Atinum South Texas, △AEHUSA Wolfberry 등 7곳에 달한다.
에이티넘

하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시장도 급변했다. 이전까지 100달러를 넘나들던 유가는 1년만에 반토막이 났다. 2016년 초에는 30달러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유가 하락으로 셰일가스 중심 투자 포트폴리오를 짰던 이 회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셰일가스의 경우, 국제 유가가 최소 70달러 이상에 형성돼야만 채산성이 유지됐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손익 분기점 밑으로 떨어진데다 저유가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자원을 캐면 캘수록 손해가 쌓이는 적자 사업구조가 고착화됐다. 실제 시장이 무너지자 이 회장 투자회사들의 실적도 악화됐다.

특히 해외자원 자산 가치가 급락하면서 장부가치도 떨어졌고 그 차액만큼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아야만 했다. 수 년간 적자가 지속되자 결국 지난해 에이티넘파트너스는 셰일가스 투자회사인 '에이티넘미드콘 1·2·3호'를 모두 청산했다.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산 역시 회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전액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결과적으로 2200억원이 넘게 주고 산 해외자원 자산들의 가치가 '0(제로)'이 된 셈이다.

에이티넘에너지 또한 수천억원 대 손실이 쌓여있는 상태다. 설립 때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손실로 인해 까먹은 자본금만 1850억원에 달한다. 워낙 대규모 사재를 출자한 탓에 아직 1551억원의 자본이 남아있지만 사업 반등이 이뤄지지 못하면 재무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내년 223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일시 상환해야 한다는 점도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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