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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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월스트리트'의 안일한 변주 혹은 이란성 쌍둥이?증시 작전세력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 '돈'의 한계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19-03-28 15:10:41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7일 10:5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얼마전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상장법인 주식투자자 현황'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법인의 수는 총 2216개사, 실질주주 수는 561만명(개인 556만명) 그리고 그들이 보유한 주식 수는 총 868억주에 이른다. 개인 실질주주 중에는 40대가 153만명(27.6%)으로 가장 많고, 보유주식 수 기준으로는 50대가 135억주(33.0%)로 가장 많다.

그렇게 전국민의 10%가 넘는 개인들과 5만에 이르는 법인들이 하루 동안 주식시장에서 거래하는 대금은 약 10조원 내외다. 이는 2019년 정부 예산 약 470조원의 약 2%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그렇다 보니 주식 시장의 동향은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문화 전 분야를 아우르는 중심에 항상 있어왔고, 그 때문에 주식 거래를 하지 않는 이들도 관련 뉴스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한 막대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대중 매체에서 주식시장은 그다지 환영 받는 소재가 되지 못했다. 최근 개봉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그나마 예외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사회 전체에 트라우마를 남긴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가 아니면, 주식시장을 무대로 대다수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개봉된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주연의 영화'돈'은 매우 용감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부당거래', '남자가 사랑을 할 때', '베를린'등 범죄·멜로 영화들의 조감독을 한 바 있지만, 주식시장을 다뤄본 적 없는 박누리 감독이 직접 각본까지 집필했다는 점은 그런 평가에 힘을 실어준다. 아쉬운 것은 용감한 시도의 결과가,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했다는 사실이다.

부정적인 평가의 원인으로는 도식화된 등장 인물들이나 치밀하지 못한 사건의 전개 등 영화 자체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많이 거론된다. 재밌는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초에 개봉됐던 이호재 감독, 故 박용하, 박희순, 김민정 주연의 영화'작전'도 그 비슷한 평가를 받으며 흥행에 실패했었다는 사실이다.

돈
증권가의 작전 세력을 본격적인 소재로 다룬 영화 '돈'

'돈'이 개봉되기 이전까지 주식 시장을 주무대로 만들어진 사실상 유일한 우리나라 영화였던 '작전'은, 많은 부분이'돈'의 이란성 쌍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사했다. 주식시장의 아웃사이더였던 젊은 주인공이 우연하게 작전 세력에 말려들어다가 우여곡절 끝에 빠져 나온다는 줄거리는 물론, 주요등장인물들의 구성이나 일부 장면들까지 '돈'과 놀랍도록 똑같았던 것이다.

물론 10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작전 세력은 그대로 건재하고, 그들의 작전 또한 크게 변한 것이 없으며,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응에도 별차이가 없는 것이 현실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영화 관객들의 눈높이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상황을 고려하면, '돈'은 너무 안이하게'작전'의 실패를 되풀이 한 것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그 '작전'조차도 오리지널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주식 시장과 관련된 영화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1987년작 올리버 스톤 감독, 마이클 더글라스,찰리 쉰 주연의 '월 스트리트'(Wall Street)를, 한국 주식시장의 상황에 맞춰 일부 변주한 결과가 '작전'이었다는 것은 10년 전에도 회자됐던 이야기다.

차라리 주식시장을 희화화한 '울프 오브 더 월스트리트'나 심도 깊게 금융위기를 되돌아본 '빅 쇼트'같은 영화들의 한국식 변주를 시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며,'작전'의 마지막 엔딩 크래딧에 등장하는 통찰력 있는 명대사를 옮겨 본다.'마산창투'라고 불리는 나이 든 슈퍼 개미가 젊은 주인공들에게 하는 말인데,'돈'에는 이렇게 건질만한 대사조차하나 없었다.

"하루 만에 두세 배씩 크거나 망하는 회사는 없어. 그런데 주식시장에서는 말이야, 하루에도 몇 천억씩 생겼다가도 없어지네. 그게 무슨 의미겠나? 아무 의미 없는 거야. 욕심들이 엉켜있을 뿐이지. 그걸 알고부터 투자를 할 땐, 주가를 보기 전에 먼저 사람을 보게 되더라구. 진짜로 일을 하는 사람들 말이야"

영화 <돈>리뷰:https://www.youtube.com/watch?v=4nj-f0wSqaI

이철민대표프로필(1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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