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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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순현금 쌓아올린 철옹성 신용도 [Earnings&Credit]순현금 100조 대 근접, 글로벌 등급 근간…재무 정책 신뢰, FCF 흑자 기조

양정우 기자공개 2020-05-25 14:34:26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2일 08:0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파고에도 삼성전자의 신용도엔 흔들림이 없다. 올해 1분기 실적 선방에 따른 진단이기보다 오랜 기간 쌓아올린 순현금으로 철옹성을 이루고 있다. '키' 비즈니스가 업황 사이클에 노출돼 있으나 웬만한 부침에도 극강의 신용도를 고수하고 있다.

올들어 순현금 규모는 100조원 규모에 다가서고 있다. 실적 부침 속에서도 장기간 잉여현금(FCF)을 창출해왔기 때문이다. 현금 창출력이 강력해도 과도한 투자를 막지 못하면 차입 구조가 훼손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신중한 재무 정책으로 순현금 기조를 고수해 왔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도 예측 가능성을 높인 일관된 정책 흐름에 우호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에도 1분기 실적 선방…막대한 순현금, 신용도 지탱 열쇠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6조4473억원)이 전년 동기보다 3.43% 증가했다. 매출액의 경우 55조3252억원을 기록해 5.61% 늘었다.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가 실물경제를 강타했으나 다른 대기업과 달리 선방을 거뒀다는 평가다. 반도체 사업이 4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책임지면서 전체 실적의 절반 이상을 감당했다.

물론 코로나19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건 2분기 실적이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DS부문)를 제외한 모바일(IM부문), 가전(CE부문), 디스플레이(DS부문) 등 주요 사업의 역성장이 우려되고 있다. 하반기는 경기 회복 쪽으로 무게가 실리지만 아직 코로나19의 불확실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단기 부진에 삼성전자의 신용도가 흔들릴 것으로 보는 시각은 드물다. 무엇보다 막대한 순현금을 토대로 매우 우수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순현금 규모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97조5300억원 수준을 기록해 100조원 시대를 열 기세다. 지난해 말(93조7400억원)과 비교하면 한 분기만에 4조원 가량의 현금을 추가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삼성전자에 국가신용등급 수준의 신용도(무디스 Aa3, S&P AA-, 피치 AA-)를 인정한 것도 매우 우량한 재무건전성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영업 마진은 이미 지난해(영업이익률 12.1%)부터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며 2017~2018년 정점(20% 이상)에 못 미치고 있다. 수익성 지표(무디스 기준 A 수준)만 따로 보면 현재 글로벌 등급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막대한 순현금은 부채상환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우기 충분한 규모다.

삼성전자 집계 기준(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단기상각후원가금융자산+ 장기 정기예금 등)

◇반도체 등 핵심 사업, 업황 사이클 노출…보수적 재무 정책, 매년 FCF 흑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탑티어 입지를 닦은 반도체, 모바일 등 핵심 영역은 호락호락한 시장이 아니다. 혁신 기술의 개발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동시에 경쟁자의 추격이 매우 위협적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사업에선 중국 경쟁사가 사력을 다하고 있고 반도체의 경우 중국 정부가 발벗고 나섰다. 기술력과 생산성 개발 전략에서 한 발만 헛디뎌도 시장 점유율을 반납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기술 격차를 진입 장벽으로 삼아 시장을 선도해 왔다. 그간 혁신 기술과 제품을 꾸준히 내놓았던 건 그만큼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왔기 때문이다. 전 사업 부문에 쓰이는 연구개발 비용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특유의 케펙스(CAPEX)를 감안하면 번 돈 못지 않게 쓸 돈이 많은 여건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삼성전자의 핵심 비즈니스를 자본 소모가 매우 높은 사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구조적 여건 속에서 FCF가 줄곧 흑자를 기록한 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지난 2018년엔 한 해 FCF 규모가 26조원에 달했고 올해 1분기 역시 2조29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연간 에비타(EBITDA)은 사업 사이클에 따라 부침을 겪었지만 투자 지출을 그 폭에 맞춰 절묘하게 통제해 왔다. 신중을 기한 재무 정책으로 자금수지의 미스매치를 없앤 게 막대한 순현금을 쌓은 비결이다.

S&P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삼성전자의 재무 지표가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코멘트를 내놨다. 단기적 실적 악화가 90조원 이상의 순현금이 지닌 신용도를 훼손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올해 CAPEX 역시 모두 내부 현금흐름 내에서 충당할 것이라는 기대가 실려있다. 일관되게 집행해 온 보수적 재무 정책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반도체 비전 2030, 비메모리 133조 투입…'CAPEX-EBITDA' 균형 신뢰 무게

올해 1분기 실적에서도 확인됐듯이 한동안 사운을 책임질 사업은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를 발표했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글로벌 선두에 오른 데 이어 2030년까지 133조원을 써 비메모리 반도체(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비메모리 반도체 매출액은 올해 1분기 4조5000억원을 기록해 전년(3조원)보다 약 50% 증가했다. 반도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25%를 넘어섰다. 21일 두 번째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을 평택에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비전 2030의 후속 조치다. 올해 7나노 이하 생산 규모를 3배 이상 확대해 글로벌 1위인 대만 TSMC를 추격할 방침이다.

증권업계에선 향후 비메모리 반도체에 연간 10조원 안팎의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본다. 현재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기술을 보유한 게 삼성전자와 TSMC뿐인 만큼 투자회수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당분간 파운드리 영역에선 EBITDA 내에서 CAPEX를 소화하는 게 쉽지 않다.

반도체 부문의 'EBITDA-CAPEX' 균형을 잡고자 D램 등 메모리 사업의 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역시 삼성전자가 고수하는 신중한 재무 정책에 기반한 진단이다. 경쟁자가 추격 증설에 나서도 당장 공고한 시장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 비메모리 사업이 본격적 현금 창출에 나서기 전까지 메모리 파트는 캐시카우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반도체 섹터에 대한 산업 전망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빅사이클' 이후 다운 턴(하락국면)에 들어섰으나 중장기적 수요를 확신하고 있다. 5G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자원이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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