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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운용을 움직이는 사람들]운용업계 '퍼스트 무버'...시스템경영 중심 'RM 위원회'① 심종극 대표 배재규·김유상 부사장 중심 '컨트롤 타워' 형성

정유현 기자공개 2020-07-14 13:52:22

[편집자주]

삼성자산운용은 260조원을 굴리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자산운용사다. 20여년간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혁신적인 상품 개발뿐 아니라 선진 운용 시스템, 체계적인 위험 관리 능력을 갖춰 업계를 선도한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중심에서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30일 10:2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관리의 삼성'. 수십년간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수식어다. 경직적인 조직 문화는 때때로 혁신을 발목잡았지만 뼈를 깎는 노력으로 '창의의 삼성'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변화 속에서 삼성그룹에 자리잡은 것은 '조직과 시스템에 의한 경영'이다. 굳건한 오너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혁신적 일류 그룹으로 도약한 것도 성과주의 경영을 통해 조직 구성원이 지속적인 고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 덕분이다.

260조원을 굴리며 한국의 명실상부한 1위 자산운용사로 도약한 삼성자산운용에서도 삼성그룹의 경영 스타일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삼성자산운용의 탄탄한 시스템 경영은 출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15명 이상의 전문경영인을 거치며 단단해졌다.

혹독한 삼성만의 테스트를 통과한 조직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CEO들이 투입됐고 내부의 역량 있는 조직원들의 성과가 극대화되며 시너지가 커졌다. 각각의 CEO들은 자신만의 경영 스타일을 녹였고 그 요소들이 한데 버무려져 '집단 지성'을 바탕으로 운용 업계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했다.

◇수뇌부 역할 'RM 위원회', 핵심 의사결정

삼성자산운용은 운용사 최초 수식어가 가장 많다. 전신은 1997년 삼성그룹과 미국 JP모건이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삼성JP모건투신운용이다. 당시 금융업계에서 외국사와의 합작사 설립은 삼성이 처음이다.

하지만 자금지원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양사가 160일만에 결별했고 삼성이 JP모건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삼성투신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1998년 삼성생명이 동양투자신탁을 인수한 후 삼성투자신탁증권과 삼성생명투자신탁운용으로 분리됐는데 1999년 합병했다. 삼성투신운용으로 출범한 후 2010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됐다.

삼성자산운용의 영업보고서상 설립일이 1998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동양투자신탁 인수부터 본격적인 운용사로 출발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삼성그룹의 후광도 있었지만 22년간 성장하며 나름의 장르를 개척하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명실상부한 1위 운용사로 거듭났다.

운용 업계에서 꼽는 삼성자산운용의 장점은 실행력이다. 투자자들의 수요를 빨리 읽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 과감하게 투자하고 실행한다. 확신이 있으면 스스로 시장의 틀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다. 한국 최초로 상장지수펀드(ETF), 타깃데이터펀드(TDF)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삼성자산운용만의 시스템과 문화 덕분이다.

불모지였던 한국 금융 시장에서 ETF를 연구해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배재규 부사장이 금융감독원 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설득 작업을 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퍼스트 무버로서 온갖 시행착오를 직접 겪었지만 스스로 개척한 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했다.

현재 삼성자산운용의 ETF 점유율은 51%, TDF는 40%다. 룰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실행력과 네트워크, 과감한 투자 집행은 업계가 부러워하는 삼성자산운용만의 문화이기도 하다.

퍼스트 무버지만 업무 처리 과정이 결코 자유스럽지 않다. 그리고 리스크 관리도 철저하다. 통상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의 경우 실적에 대한 압박이 크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주기적인 대표이사 교체에도 삼성자산운용이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것은 '리스크 관리(RM)' 실무위원회 덕분이다.

왼쪽부터 심종극 대표이사, 배재규 부사장, 김유상 부사장

RM은 모든 운용사의 의사결정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심종극 대표이사를 주축으로 오랜기간 몸담아온 배재규 부사장, 김유상 마케팅총괄 부사장 등 수뇌부가 참여해 중요한 의사 결정을 진행한다.

배 부사장은 2008년, 김 부사장은 2012년부터 합류해 각각 삼성자산운용의 운용과 살림을 맡은 인물들이다. 실질적으로 삼성자산운용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핵심 의사결정기구로 볼 수 있다. 사실상의 컨트롤 타워다.

RM위원회는 이사회에 부의할 안건을 사전 심의하는 게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최근 삼성자산운용은 이사회를 열고 삼성헤지자산운용 합병을 결의했다. 사모시장 경쟁 격화로 수탁고가 감소하면서 존속 법인으로서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의한 결정이었다. RM위원회가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삼성헤지자산운용 등 자회사 경영에도 관여할 수 있다고 알려진만큼 최근의 합병 이슈도 RM위원회를 거친 것으로 분석된다.

RM위원회는 한 달에 한 번씩 진행되며 필요시 각 본부장 급도 참석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안건을 검증하고 또 검증한다. 상명하달식의 권위주의 방식으로 무조건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신규 상품 설정 등 각 본부별 이슈가 생길 경우 안건을 올리고 위원회는 다각도로 리스크를 점검해 최종 승인을 담당하는 역할이다.

꼼꼼하게 리스크를 체크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책임 경영을 실천하는 기구다. 물론 하부 리스크 관련 팀들로부터 모니터링 활동을 보고 받고 조치를 강구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각 분야 전문성을 제고하면서도 운용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한 삼성만의 스타일이라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디지털 중심' 변화의 바람, 시스템 경영 윤활유는 '성과주의'

삼성자산운용과 삼성생명은 떼놓을 수 없는 사이다. 2014년 삼성생명이 100% 지분을 인수하며 공동 운명체가 됐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생명의 자금을 운용하는 업무가 중요 축인만큼 삼성생명 출신이 CEO로 투입되는 것이 공식이었다. 2012년 박준현 전 사장을 필두로 윤용암 전 사장, 구성훈 전 사장, 전영묵 대표 등 모두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CIO)을 역임했다.

전문경영인들이 바통을 이어 받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직에 활기를 불어 넣었고 더 단단하게 결집시켰다. 일례로 전영묵 전 대표의 경우 '디지털 전략'에 무게를 뒀다. 삼성자산운용이 모바일 펀드 직판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디지털 퍼스트 전략에 따른 결과였다. 유튜브·페이스북 등 SNS 채널을 통해 다양한 금융 콘텐츠를 내세워 마케팅에 나섰다.

대표적 바이 사이드였던 운용사가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발굴한 점에서 업계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의 행보에 주목했다. 업계 추산 유튜브 마케팅에 수십억원의 비용을 집행할 수 있었던 것도 삼성자산운용이니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전 전 대표는 디지털 전략을 위해 신입사원 등 대리급 이하의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영 보드(young board)' 제도를 도입했다. 젊은 이사회라고 보면된다. 디지털 전략을 위해서 젊은 세대의 의견 청취는 필수라고 봤다. 핀테크가 화제로 떠오를 당시 젊은 직원들에게 해외 연수 기회를 제공한 것도 유명하다.

전 전 대표의 바통을 이어 받은 심종극 대표도 영 보드 제도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생명 CIO 출신=삼성자산운용 대표'의 오랜 공식을 깬 심 대표는 전임자의 방식을 계승해 디지털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달 한 번씩 대표이사 및 고위 경영진이 영보드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운용 업계가 직면한 디지털 이슈에 대응하고 있다. 다년간의 경영진단업무를 담당, 주요 계열사 경영 혁신에 기여하며 '금융 마케팅 전문가'로 인정받는 심 대표는 삼성자산운용의 디지털 금융 마케팅의 격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고객 관점에서 디지털 환경을 점검하고 그동안의 노하우를 접목시켜 디지털 분야에서도 업계 퍼스트 무버로서의 면모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심 대표는 임기동안 삼성자산운용만의 ETF, TDF 등 핵심 사업 경쟁력을 공고히 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또 대체 투자 분야와 자회사 경쟁력을 높인다. 이를 위해 최근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마쳤다. 그동안 운용총괄(배재규 부사장)과 마케팅총괄(김유상 부사장) 중심의 2개 총괄 중심 조직을 4개의 부문으로 쪼개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총괄 임원에 집중된 조직을 분산시키며 매니저 세대교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의 전무, 부사장을 거치며 주요 마케팅 및 영업 전 분야를 거치며 쌓아온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할 전망이다.

삼성자산운용 내부의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철저한 성과주의 덕분이다. 삼성그룹의 신상필벌·성과주의 인사 기조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삼성자산운용의 이 같은 원칙은 직원들의 로열티를 높인다.

성과에 매몰돼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은 분위기가 아닌 조직원 스스로 일할 수 있게 시스템이 흘러가는 점이 강점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성과가 우수한 인재를 적극 중용하고 이 같은 원칙을 체험한 직원들은 스스로 성과를 내기 위해 분주하다.

내부 조직원들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되 필요한 경우 연차와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이 같은 분위기가 허용되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성과를 내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형성된 조직 문화도 삼성자산운용의 강점이다.

운용 업계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의 문화가 우수하고 소위 '부럽다'고 보는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 과감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진 것 때문"이라며 "이같은 문화는 운용 업계에서 삼성자산운용이 독보적이라고 보면 된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직원들 스스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들어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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