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thebell note]전자담배와 '위해 저감'

이우찬 기자공개 2022-11-11 08:11:01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0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AT로스만스는 최근 간담회에서 연초 담배에서 전자담배 '글로'로 전환한 성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1년 동안 진행한 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전자담배를 흡입할 때 나오는 독성이 일반 연초 대비 90~95%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게 골자다.

한국필립모리스도 지난 6월 과학·의학 세미나를 열고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KT&G는 전자담배의 '위험성' 저감을 위한 연구 투자를 과감히 하겠다고 밝혔다.

담배기업의 이 같은 움직임은 '위해 저감(Harm Reduction)' 마케팅으로 요약된다. 위해 저감은 유해함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차선으로 이를 덜자는 의미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불에 태우는 연소 과정을 없애 담배 연기에 포함된 발암 물질을 크게 줄인 제품으로 평가된다.

전자담배는 향후 담배시장의 패권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1위 담배기업 필립모리스의 야첵 올자크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7월 10년 안에 연초 담배 말보로를 영국 소매점 진열대에서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KT&G는 2025년 궐련형 전자담배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전자담배 움직임은 전기차 행보와 닮은 데가 있다. 탄소중립 기조 속에 내연기관의 시대는 저물고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이 50%까지 확대된다고 밝혔고 벤츠는 2030년부터 전기차만 생산한다고 공언했다.

전기차는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없어 친환경차로 분류되지만 그 밸류체인을 보면 100% 친환경은 아니다. 충전소에 공급되는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화력연료, 폐배터리의 유해성 문제는 남아 있다.

미국의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진화는 진보라기보다 적응이고 다양성의 증가"라고 말했다. 분할 산란 전략(bet-hedging)과 일맥상통한다. 사막의 한해살이 식물은 어떤 해에는 발아 조건이 최적임에도 땅속 일부 씨앗을 틔우지 않는다. 한 해에 최대한 번식하는 것보다 장기간 걸쳐 번식 성공을 극대화하는 편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존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전자담배도 유사하다. 건강에 덜 해롭다는 윤리적 차원에서 연초 담배의 대체재로서의 가치를 강조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담배산업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