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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탈경쟁'으로 가는 길 [thebell note]

이장준 기자공개 2022-11-17 13:18:57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5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인들은 경쟁을 신성시하며 경쟁 덕에 사회주의자처럼 가난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본주의와 경쟁은 상극이다."

페이팔(PayPal)의 창립자 피터 틸은 그의 책 '제로 투 원(ZERO to ONE)'에서 경쟁 이데올로기가 허상임을 지적한다. 고만고만한 제품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은 이윤을 파괴한다. 압도적인 기술력에 기반한 '창조적 독점'이 자본주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독점 이윤을 통해 자본을 축적해야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고 후발주자들은 꿈도 꾸지 못할 야심 찬 프로젝트에 도전할 수 있다. 물론 어려운 길이지만 테크 기업이라면 마땅히 추구해야 할 방향이 아닐까 싶다.

ICT 산업의 근간인 통신업은 어떨까. 외관상 독과점 형태지만 사실상 경쟁으로 시작해 경쟁으로 끝난다. 새로운 세대의 통신 기술 도입에 앞서 정부가 주파수를 입찰에 부치면 사업자들은 유리한 대역을 따내기 위해 눈치싸움을 벌인다. 인프라 구축에도 막대한 자본적지출(CAPEX)이 투입되고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마케팅 경쟁도 빠질 수 없다.

다달이 받는 통신료는 든든한 캐시카우지만 그 이상 성장이나 새로운 가치 창출을 기대하긴 어렵다. 시장에서 '경기방어주' 내지는 '배당주'로만 통신주를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도 당장은 할 말이 없다. 쳇바퀴 돌듯 반복하는 경쟁에서 벗어나 창조적 독점으로 나아가려면 결국 '텔레콤' 바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도 올해 들어서는 통신 3사 모두 새로운 비전을 구체화하고 신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유무선통신,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아이버스(AIVERSE), 커넥티드 인텔리전스(Connected Intelligence) 등 5대 사업군을 바탕으로 AI 서비스 회사로 전환하는 'SKT 2.0'을 기치로 내걸었다.

KT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전환(DX) 솔루션을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 회사(디지코)'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LG유플러스는 4대 플랫폼을 중심으로 데이터와 기술에 기반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유플러스 3.0' 비전을 발표했다.

이들은 AI, 메타버스, 도심항공교통(UAM), 양자암호 등 통신 기술을 고도화하거나 기존 사업과 접목이 용이한 분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들 시장은 아직 개화하지 않은 초기 단계이고 본연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피터 틸은 "앞으로 그 누구도 컴퓨터 운영체제(OS)를 만들어서 제2의 빌 게이츠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제로(0)'의 상태에서 '새로운 것(1)'을 창조하는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지 않으면 이미 만들어진 것을 모방할 수밖에 없다.

'탈통신'이 단순한 사업 다각화에 그칠지, 아니면 '탈경쟁'의 경지에 이르러 더 이상 통신사라고 규정할 수 없을 정도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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