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18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홈페이지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신뢰'다. 신용평가사들은 기업 등이 채권을 발행할 때 상환능력에 따른 신용등급을 책정한다.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함께 맡다 보니 '신뢰'라는 덕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금융투자협회가 매년 3대 신용평가사들의 역량을 평가하는 배경에도 신뢰가 있다. 신용등급의 정확성과 안정성, 예측지표의 유용성을 잣대삼아 정량·정성평가를 실시한다. 지난해에는 신뢰도 부문에서 역대 최고 수준인 3.87점(5점 척도 기준)을 기록했다.
다만 높아진 신뢰도에도 여전히 개선될 부분이 상당한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라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슈를 겪은 건설사들로부터 유독 신용평가사들을 향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건설사들은'신뢰도'를 특히 문제 삼았다.
최근 증권가를 통해 1조5000억원을 수혈한 건설사가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다. 이 건설사는 지난해 PF 우발채무가 6조원을 상회한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았다. 그룹 일감을 제외하면 규모가 줄지만 유동화가 원활하지 않던 시장 분위기 탓에 힘든 연말을 보냈다.
이 건설사는 문제 해결 차원에서 공모·사모·전환사채와 단기 CP, 담보대출 등을 통해 자금줄을 모색했다. 이달에는 증권가로부터 확보한 1조5000억원 가운데 1조3000여억원을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매입소각하는데 활용했다. 우발부채를 줄여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증권가와의 투자협약 체결 이후 나온 신용평가사의 보고서에는 그간의 노력이 반영되지 않았다. 여전히 2개월 전 우발부채 규모를 근거로 제시했다. 문제를 제기할 수 있던 상황이었지만 비상장 건설사인데다 자체 IR팀도 부재해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PF 사태가 불거진 후 미분양 물량이 많거나 지방에 위치한 사업장이 리스크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사업장의 유형과 입지가 곧 부동산 PF 익스포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도시정비사업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업의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건설사도 시장의 상황이 심상치 않자 지방에 위치한 두 개 사업장의 분양시기를 늦췄다. 하지만 미분양 문제를 다룬 신용평가사의 보고서에는 분양시기를 미룬 두 개 사업장이 익스포저가 상당한 사업장으로 분류됐다. 건설사가 나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보고서를 발표한 신용평가사는 수정을 거부했다.
지난해 역량평가에서 3대 신용평가사들이 기록한 신뢰도 점수 3.87점은 '높음(4점)'을 하회한다. 다시 말하면 신뢰도가 아직 높지는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신용평가사들이 향후 신뢰도 부문에서 '매우 높음(5점)'을 지향한다면 건설사들로부터 불거진 논란을 잠재우고 자체 개선책을 마련하는 과정이 수반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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