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move]'미래 수익원' 찾는 크래프톤, '전략적투자' 역량 강화이사회의장 직속 '뉴프론티어팀' 발족, M&A 포트폴리오 확장 가속도
박동우 기자공개 2023-03-15 07:40:27
[편집자주]
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THE CFO가 기업의 재무조직과 관련된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9일 16:1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이 미래 수익원을 찾는 데 열중하고 있다. 최근 '뉴프론티어팀' 설치를 준비하는 가운데, 조직을 이끌 수장 영입에 나섰다. 뉴프론티어팀은 이사회 의장 직속 부서로 전략적 투자자(SI) 역량을 보강하는 취지가 반영됐다.꾸준히 외부의 유망기업을 찾아 지분을 사들이면서 사세를 키운 만큼, 크래프톤은 '투자'를 중장기 발전 전략의 중심축으로 설정했다. 뉴프론티어팀 발족을 계기로 인수·합병(M&A)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데 한층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분인수'로 성장, 5년간 투자액 1조5000억
크래프톤의 성장사를 관통하는 열쇳말은 '지분 투자'다. 회사의 전신인 블루홀스튜디오가 2011년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 '테라'를 출시했지만 기대한 만큼 흥행을 얻지 못했다. 경영진은 해마다 순손실이 늘어나는 국면에서 돌파구를 열어젖힐 필요성을 인식했다.
2015년에 펍지(당시 지노게임즈)를 인수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여세를 몰아 △스콜 △피닉스게임즈 △마우이게임즈 등을 잇달아 자회사로 편입했다. 게임 개발 업체 4곳을 인수하는 데 600억원 넘는 금액이 필요했지만, 지분 교환(스와프) 방식을 구사한 덕분에 실질적인 현금 소요는 없었다.
당시 인수 결정은 회사의 퀀텀점프를 이끌어낸 촉매로 작용했다. 펍지가 2017년에 선보인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국내외 이용자들의 선풍적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크래프톤의 실적은 대폭 늘어났다. 2015년 연결 기준으로 464억원에 그쳤던 매출이 2018년 1조1200억원으로 불어났던 대목이 방증한다.
외형 확대와 맞물려 투자도 탄력을 받았다. 2018년 이래 지난해 9월 말까지 크래프톤이 법인에 출자한 금액은 1조4830억원이다. 단연 많은 금액을 집행한 해는 2021년으로, 당시 1조3000억원가량 투입했다. 미국 게임 개발사인 언노운월즈엔터테인먼트(Unknown Worlds Entertainment)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크래프톤의 투자 중시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사회 의장 직속기구인 CO(Chairman's Office) 산하에 가칭 '뉴프론티어팀'을 출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업을 다각화하는 취지가 반영된 만큼, 잠재적 인수 대상을 발굴해 자금을 집행하는 데 업무의 주안점을 맞췄다. 팀의 소속 인원은 최대 5명으로 단출하게 꾸릴 계획이다.
뉴프론티어팀이 이사회 의장 직속 조직으로 편제된 건 장병규 의장이 M&A를 매개로 한 성장 로드맵에 긍정적 인식을 품고 있어서다. 장 의장은 2005년에 온라인 검색 서비스에 특화된 벤처기업 '첫눈'을 창업했다. 이듬해 네이버에 경영권을 넘기면서 350억원을 얻었다. 이때 확보한 실탄은 2007년 크래프톤(당시 블루홀)을 설립하는 밑거름이 됐다.
◇회계법인·PE 출신 적격, 신사업 'AI·UGC' 탄력받나
크래프톤은 뉴프론티어팀을 이끌어갈 전문가를 외부에서 물색키로 했다. 신성장 동력을 찾는 데 방점을 찍었기 때문에 △사업 개발 △기획 △전략 수립 등의 부서에서 10년가량 근무한 인력을 눈여겨보고 있다. 회계법인에서 M&A 실무를 수행한 인물이나 사모펀드(PEF) 운용역도 뉴프론티어팀장 지원 자격에 부합한다.
회사에 합류할 뉴프론티어팀장은 장병규 의장과 밀착하면서 업무를 수행한다. 크래프톤 측은 채용 공고에서 "이사회 의장을 보좌해 현업이 집중하지 못한 중장기 성장 기회를 검토한다"며 "의장과 다양한 성장 기회에 대해 격의 없는 토론을 하며 사업가로서 역량을 함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 논지를 정교하게 세워 사내 이해당사자를 설득하는 과제가 주요 업무로 명시된 대목을 감안하면 뉴프론티어팀장은 최고재무책임자(CFO)와도 긴밀하게 소통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데는 자금 조달과 투입이 뒤따르는 만큼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현재 크래프톤의 곳간을 총괄하는 인물은 배동근 이사다. 배 이사는 JP모간 IB본부장을 거쳐 2018년부터 크래프톤 CFO 직무를 수행해왔다.
뉴프론티어팀이 지향하는 투자 분야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크래프톤이 구상하는 신사업과 연관성이 뚜렷한 기업에 자금을 집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영역은 '인공지능(AI)'과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 게임 플랫폼'이다.
사내 딥러닝본부가 총대를 메고 음성 합성(TTS), 자연어 처리(NLP) 등 AI 부문을 연구하는 데 매진했다. 게임 캐릭터와 이용자의 상호작용 기능을 향상하는 방향을 설정했다. 사용자의 몰입도를 높여 궁극적으로 크래프톤 게임을 둘러싼 수요를 제고하는 취지가 녹아들었다. UGC 플랫폼은 일반 개발자의 창작 게임을 서비스하는 데 초점을 맞춘 만큼 수익원 다변화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주목하는 투자 대상을 거론하기에는 아직 조심스럽다"며 "뉴프론티어팀의 운영 방향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건 아니지만, 기존에 투자를 주도하던 전략실과의 협력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제일약품의 온코닉테라퓨틱 첫 '신약']세번째 P-CAB '자큐보' 2년만에 신약 명맥 잇는다
- [제약사 TSR 분석]제일약품, '주가·실적·배당' 3중고 열쇠 '온코닉의 신약'
- (여자)아이들 우기, 'YUQ1' 아이튠즈 앨범차트 10개국 석권
- 박셀바이오, 진행성 간세포암 타깃 'Vax-NK' 특허 출원
- 베니스 비엔날레, 30년만에 두발로 선 '곽훈'의 의미
- [대기업 프로스포츠 전술전략]'모기업발 숙제' 엔씨다이노스, 당분간 긴축 불가피
- 하이브, '민희진 없는' 어도어 경쟁력 입증할까
- [코스닥 리빌딩 리포트]'비상장사 투자 손실' 비투엔, 신사업 '삐걱'
- [엔비디아 밸류체인 파트너]'AI 붐'에 매출 오른 아이크래프, 단골 잡기 전략
- [노바렉스를 움직이는 사람들]정판영 연구개발총괄, '원료 강자' 만드는 브레인
박동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SNT모티브 CFO의 '특별한' 소통
- [유동성 풍향계]HD현대케미칼 현금흐름 좌우한 'HPC 설비'
- [Board Index/카카오]SM엔터·카뱅 이사회 공시, 결정적 차이는 '반대사유 공개'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갚고 또 갚고' GS E&R, 재무건전성 강화전략 지속
- [Board Index/카카오]페이·게임즈·SM엔터, 사추위에 '전원 사외이사' 배치
- [Board Index/카카오]'대표·의장 따로' 상장계열사 10곳 중 4곳
- [Board Index/카카오]'쇄신'과 마주한 이사회, 인적구성부터 바꿨다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HD현대오일뱅크 차입기조 관통하는 키워드 '장기'
- [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LS전선]'출범 10년차' LS에코에너지, 동남아시장 개척 첨병
- [유동성 풍향계]최대현금 쌓은 GS글로벌, 비결은 '운전자본 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