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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논란으로 본 금융 지배구조]은행의 주인은 누구인가①금융지주사 초기부터 외국인 주주권 강해…정부통제·주주권 두고 논란 본격화

고설봉 기자공개 2023-03-27 07:42:47

[편집자주]

공공성을 앞세워 정부와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올바른 지배구조를 갖추고 정해진 제도 안에서 정도경영하라는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다. CEO 교체는 물론 이사회에도 칼날을 겨눠 위기감이 높아졌다. 금융지주사들은 태동 이후 가장 큰 지배구조 격변 앞에 서 있다. 더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 현주소를 살피고 정부와 금융당국이 문제삼는 지점들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6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은행산업은 태동기를 거쳐 고도 성장기 동안 국가 주도로 운영돼 왔다. 경제 성장기 다양한 산업 및 경제 주체들의 요구에 맞춰 관 주도로 은행이 생겨났다. 국가라는 담장 아래 보호와 제약을 동시에 받는 형태로 은행산업은 성장했다.

여신과 수신이란 은행산업의 독점적인 영업구조 이면엔 정부와 금융 당국의 인허가란 막강한 권한이 개입돼 있다. 그만큼 은행에 대한 정부와 금융 당국의 입김도 셌다. 은행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높았고 정권에 따라 은행들은 저마다 다른 형태의 책임과 의무를 져왔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에 은행들은 코로나19 방파제 역할에 내몰렸다. 저신용 상태인 차주들에 저리로 대량의 자금을 공급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선 '공공재'란 다소 모호한 역할을 부여받았다. 지배구조 개선과 예대마진 축소 미션을 받았다.

◇정부 입김 세지만…주주권은 외국인투자자 손에

은행은 국가란 거대한 힘에 의해 지배구조와 경영 형태가 시시각각 변하는 조직이다. 이 때문에 은행의 주인은 국가라는 어긋난 인식도 종종 생겨난다. 은행의 공공성이란 표현은 그나마 부드러운 수준이다.

실질적인 면에서 국내 대표 은행들은 모두 주식회사로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 주식회사란 면에서 은행의 지배구조의 정점엔 '주주'가 있다. 국가의 지배란 말은 엄밀한 의미에선 틀린 표현이다.

국내 대형 은행의 지분율을 살펴 보면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투자자 집단은 외국인이다. 글로벌 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은행 투자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이 개방된 이후 은행주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사들이고 가장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는 코스피 대표 종목으로 등극했다. 은행주는 일종의 한국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코스피 시장을 단단하게 지지하는 버팀목이다.

국내 대표 금융지주 4개 사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외국인 지분율은 평균 62%를 넘어선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개 금융지주사는 모두 코스피 시장에 상장돼 있다.

은행주는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국내 대표 종목 가운데서도 유독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 코스피 40위인 우리금융지주를 기준으로 상위 40개 종목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어서는 종목은 총 8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금융지주사가 3곳 포함돼 있다.

금융지주사는 압도적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 KB금융지주 72.66%, 신한금융지주 62.93%, 하나금융지주 71.83% 등을 각각 기록했다. 나란히 외국인 지분율이 최상위인 종목으로 등재 돼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은 40.21%로 비교적 낮았다. 오랫동안 예금보험공사 등 정부가 최대주주로 있었고, 금융지주사 설립일이 2019년 1월로 대형 은행 가운데 가장 늦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로 상장한 것도 2019년 2월로 외국인 주주들이 유입될 환경이 경쟁사 대비 덜 조성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 1위 종목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주, 현대차 등 자동차주,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주, 네이버 등 IT주, POSCO홀딩스 등 철강주, 셀트리온 등 제약바이오주 등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산업별 핵심 종목들의 외국인 지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외국인 지분율이 50% 넘는 코스피 상위 40개 종목은 사우디 아람코가 최대주주인 S-OIL과 반도체 업종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유입량이 많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 SK하이닉스 등이다. 또 보험사로 금융주로 분류되는 삼성화재도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어섰다.

이처럼 금융주는 국내 핵심 산업군별 대표 기업들을 제치고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식이다. 국가 주도로 설립되고 정부와 금융 당국 등의 감독과 통제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지배구조 면에서 가장 탈정부적, 탈국가적 성격을 띄고 있다.

◇금융지주사 출범 초기부터 꾸준히 외국인 주주권 강해

이러한 은행 주주권의 탈 정부적 성격은 단순히 최근 몇 년에 걸쳐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은행들이 금융지주사를 출범하며 주식시장에 상장되면서부터 이미 이러한 외국인 주주들의 대거 유입 현상이 있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설립 초기부터 외국인 지분율이 50% 이상을 기록했었다. 신한지주 설립일은 2001년 9월 1일이다. 상장일은 같은 해 9월 10일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확인되는 가장 가장 최근인 2005년 1월 3일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62.82%로 집계됐다.

KB지주 설립일은 2008년 9월 29일이고 상장일은 그해 10월 10일이다. 2008년 10월 13일 외국인 지분율은 59.77%였다. 이후 계속해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졌고 한 때 80%를 넘어서기도 했다. 쵝느 몇 년 75% 안팎의 외국인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하나지주는 2005년 12월 1일 설립돼 같은 달 12일 상장했다. 2005년 12월 12일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72.32%였다. 하나지주 역시 옛 외환은행 인수합병(M&A) 등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낮아지기도 했지만 통상 75% 안팎을 유지 중이다.

우리지주는 2019년 1월 11일 설립돼 2월 13일 상장했다. 2019년 2월 13일 외국인 지분율은 27.51%로 비교적 낮았다. 그러나 예보 등 보유 지분 민영화가 일단락된 2021년 말을 기점으로 현재 수준인 40%대로 외국인 지분율이 올라섰다.

이처럼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 은행의 주주권이 외국인투자자에 쏠려 있는 현상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매년 은행들이 천문학적인 현금배당을 하는 만큼 대규모 국부유출 사태의 주범이란 비판이 있다.

반면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자본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오래 전부터 장기투자하면서 각 은행의 자본비율 안정화 등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사회적으로 공공재적 성격이 물론 있지만 주식회사로서 주주가 분명히 있고 그에 따른 역할도 명확하다”며 “주주권도 대부분 글로벌 사모펀드를 중심으로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쏠려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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