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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성과 보수]'정몽원의 비전'에 HL그룹이 지급한 보수는정몽원 회장, 연봉 최상위권 수준…신사업 방향타 설정 등 인정

허인혜 기자공개 2023-03-24 09:12:10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1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인센티브 책정 기준은 주로 숫자에 기인한다. 경영진의 성과급은 더 명확하다. 매출액 증진과 영업이익 확대가 통상 경영인의 상여금 지급 사유다.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성과급도 경영실적에 근거했다. 그런데 독특한 기준이 하나 더 붙었다. HL그룹은 경영실적과 양립하는 근거로 정 회장의 리더십과 비전 제시를 들었다. HL그룹이 정 회장의 비전 등에 지급한 연봉은 77억원 수준이다. HL그룹은 정 회장의 어떤 리더십과 비전에 값을 매겼을까.

◇정몽원 회장, HL그룹 계열사에서 77억원 수령

정몽원 HL그룹 회장은 지주사인 HL홀딩스와 계열사 HL만도, HL D&I 한라의 사내이사로 임원직을 수행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HL클레무브에서도 정 회장이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정 회장이 지난해 그룹 계열사로부터 받은 연봉은 77억원 가량이다. HL만도가 가장 많은 24억6000만원을 지급했다. HL홀딩스에서 22억6000만원을, HL D&I 한라에서 14억6000만원을 수령했다. 비상장사 HL클레무브에서 받은 연봉은 15억2000만원이다.

성과급이 연봉에서 약 8분의 1을 차지한다. HL홀딩스에서 5억9000만원의 성과급을 책정했다. HL만도가 2억6000만원을 지급했고 HL D&I 한라는 성과급이 없었다.

정 회장 외의 주요 임원 연봉도 공개됐다. 정 회장 대비 절반 이하로 책정됐다. 지난해 HL홀딩스의 홍석화 사장이 11억500만원을, 최경선 고문이 9억800만원을 수령했다. 같은 기간 HL만도의 조성현 사장과 김광헌 CSO는 각각 7억6400만원과 11억66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석민 HL D&I 한라 대표에게 7억6000만원의 연봉이 지급됐다.

정 회장의 연봉은 객관적으로도 적지 않다. HL홀딩스의 영업이익 886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HL만도의 영업이익이 2479억원으로 다소 높다.

자동차 부품 등 동종업계에서는 비슷한 연봉이 없고 전체 기업으로 폭을 넓히면 정은승 삼성전자 고문(80억7300만원)과 규모가 같다. 정 고문은 지난해 삼성전자 내 연봉킹에 올랐는데 성과급이 49억원을 웃돈 점을 감안하면 정 회장에게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2021년 연봉이 87억7600만원 수준이다. 2021년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만 따져도 6조6790억원으로 HL그룹 내 계열사와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HL그룹, 정 회장 '리더십과 비전' 연봉 책정 사유로 제시

정 회장에게 높은 연봉이 책정된 배경으로 HL그룹은 정량 지표와 정성 지표를 근거로 들었다. HL그룹 중 정 회장에게 가장 높은 연봉을 책정한 HL만도는 상여 지급 주요 사유를 '기업의 중장기 성장을 위한 리더십과 비전 제시'로 적었다. HL클레무브도 같은 이유를 들었다.

정 회장이 제시한 HL그룹의 미래 비전은 전기차 등 미래차와 전장사업 등이다. 특히 알토란인 HL만도와 자회사 HL클레무브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에 집중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오면서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전기신호 구동 장치가 HL만도 등의 주력 분야다. HL홀딩스의 자체 사업도 테슬라 등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 부품 납품을 새 먹거리 삼았다.

정 회장은 꾸준히 만도를 통한 기업 재건을 이뤄왔다. 그의 '만도 사랑'은 익히 알려져 있다. 잠시 팔렸던 HL만도가 2005년 매물로 나오자 3년 간의 분투 끝에 품에 안은 사연은 유명하다. 정 회장에게는 HL만도가 단순한 기업이 아닌 선친의 회사이기도 했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잠시 그룹 내 약체였던 건설 부문을 돌보다가 2017년 5년 만에 HL만도 경영자로 복귀한 바 있다.

HL그룹은 영업이익 등의 확대도 보수 책정 배경으로 명시했다. HL만도는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전년대비 개선됐다. 지난 한해 영업이익은 2479억원, 매출은 7조5147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6.7%, 22.2% 늘었다. 매출액이 처음으로 7조원을 넘겼고 2년 연속 매출 목표치를 상회했다.

HL홀딩스는 매출은 1조2773억원으로 전년 대비 22.7% 늘었고 영업이익은 36.7% 줄었다. 사업형 지주사인 HL홀딩스가 자체 사업 부문의 성장을 이룬 점에서는 수익 개선세가 전망된다. 자체 사업 매출은 2022년 1조1766억원을, 영업이익은 352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성과를 냈다.

다만 일부 의결권 자문기관은 정 회장의 보수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23일 열리는 HL만도와 HL D&I 한라 정기 주주총회 안건 중 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과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에 반대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복수의 계열사에 등기이사를 겸직해 높은 보수를 챙기고 있다는 이유다.

국민연금공단 등의 주요 주주가 정 회장의 연임과 내년 이사 보수 한도에 어떤 판단을 내릴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2015년과 2017년 각각 정 회장의 선임의 건은 반대, 2020년에는 기권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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