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중기 대출'로 차선 급변경…리스크관리 괜찮나 연체율 상승 추세에 전담 인력 확충…건전성 관리 시스템 재편이 우선
최필우 기자공개 2023-09-20 08:16:27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9일 16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이 BIZ프라임센터에 지점장급 인력을 대대적으로 충원하면서 기업금융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반월시화센터는 대기업보단 중소기업 대상 대출에 초점을 맞추는 곳이다. 대기업 중심 영업에서 중소기업 특화로 차선 변경이 본격화된 것이다.기존 대기업 대출에 더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것 만으로는 기업금융 영업 전략 성공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대기업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건전성 관리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정 방향으로 영업 드라이브를 걸었다가 금융 사고를 겪는 패턴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심사 시스템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체된 대기업 대출, 필연적인 중기 중심 '체질 개선'
우리은행이 BIZ프라임센터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특화 영업에 나선 건 금융권 대출 자산 포트폴리오 변화에 따라 생존하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민영화 원년이라고 할 수 있는 2016년 상반기 만 해도 대기업 대출잔액 20조827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3월 기준 우리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은 19조3892억원이다. 7년 남짓 되는 기간 동안 잔액이 역성장한 셈이다.

대기업 대출이 정체된 건 우리은행 만의 문제라기보단 대기업의 자금 조달 전략이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에 손을 내밀었던 것과 달리 최근 대기업은 은행보다 자본시장을 주요 자금 조달 창구로 쓴다. 안정적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대기업은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 비용을 절감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은 신규 영업이 아닌 기존 대출을 유지하는 전략으로 대기업 고객을 관리해야 한다.
이와 같은 구도 재편은 대기업 분야에 특화돼 있었던 우리은행에 가장 불리하다. 국내 38개 주채무계열 중 우리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삼고 있는 곳이 11개에 달할 정도로 우리은행은 대기업 영업에 특화돼 있다. 잔액이 늘지 않고 대출 금리도 과거에 비해 낮아진 탓에 대기업 중심 자산 포트폴리오는 더 이상 강점이 아니다.
정체된 대기업 대출과 달리 중소기업 대출은 2016년 6월 66조104억원에서 지난 3월말 110조9800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다른 시중은행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우리은행이 중소기업 분야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은행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에 이어 하나은행에도 따라 잡히며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중소기업 대출 잔고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BIZ프라임센터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대출 판을 흔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지점장급 인력 40명 투입하기로 한 것도 공세적인 영업에 나서기 위해서다.

◇심상찮은 중기 연체율, 임직원 자신감 회복이 우선
중소기업 대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체율 관리다. 연체율 현황을 고려하지 않고 중소기업 대출 영업에 힘을 실으면 리스크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우리은행 중소기업 연체율은 2021년 6월 0.2%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말 0.27%, 지난 3월 0.33%로 점차 오르고 있다. 가파른 금리 상승과 물가 상승을 견디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 연체율은 0%에 가까운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우리은행 대기업 연체율이 중소기업보다 높았던 건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하반기와 2021년 상반기 정도다. 이후엔 금리 상승에도 불구 낮은 연체율을 유지하고 있다. 대기업 건전성 관리가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우리은행이 대기업 여신 심사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동시에 연체율을 안정시키려면 대기업 중심 여신 심사 시스템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특히 BIZ프라임센터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업들은 2차 전지, 비메모리 반도체, 바이오 등 신성장 산업군에 속해 있다. 신규 영업 섹터까지 고려한 리스크관리 모델을 적용되지 않으면 추후 건전성 악화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 구성원들이 전반적으로 자신감이 하락한 상태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과거 키코 사태로 대규모 고객 손실을 야기해 오랜 기간 분쟁을 겪었다. 비교적 최근에는 라임 사태와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로 홍역을 치렀다. 익숙하지 않은 상품을 검증하지 않고 강하게 영업 드라이브를 걸어서 발생한 금융 사고다. 체계적인 건전성 관리 시스템으로 구성원을 안심시킬 수 있어야 중소기업 영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이나 정도 경영이 금융권 키워드인데 우리은행이 공세적으로 영업에 나서겠다고 간담회까지 연 건 다소 차별화된 행보"라며 "영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 크든 작든 부작용이 생기는 만큼 선제적으로 리스크관리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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