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9월 21일 08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권이 추석을 앞두고 분주하다. 금융회사가 영업에 힘을 쏟는 기간은 통상 1~3분기다. 10월, 11월에는 목표치에 미달한 실적을 보완하고 12월에는 내년 계획 수립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4분기 실적 규모가 작다. 추석 연휴가 3분기 끝자락에 걸친 올 가을은 말 그대로 수확의 계절이다.KB, 신한의 리딩뱅크 대결 만큼 관심을 모으는 건 우리금융의 성적표다. 우리금융은 상반기 NH농협금융에 밀려 자존심을 구겼던 터라 3분기 실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후 반년 간 추진한 경영 방침이 성적표에 어떻게 반영됐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우리금융 관계자들에게 전해 들은 임 회장의 경영 키워드는 '벤치마킹'이다. 다른 금융지주가 갖춘 크고 작은 시스템이 우리금융에도 필요하다는 게 임 회장의 지론이다. NH농협금융 회장 경험이 있는 그는 우리금융이 금융권 트렌드를 따르지 못하는 걸 의아하게 여겼다고 한다.
계열사에 위탁했던 IT·전산 업무를 우리은행에 내재화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은행 중심으로 개발자를 영입하고 시스템을 개발하는 금융권 추세를 따랐다. 은행장 승계 프로그램 도입, 본부장급 임원 연차 부여, 여성 부점장 목표 비율 설정에도 다른 금융지주 현황을 참고했다.
또 다른 경영 아젠다는 '비용 감축'이다. 비용을 절감해 경쟁사와 순이익 격차를 줄인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임원 운전기사 지원을 폐지했고 조직별로 비용 절감에 한창이다. 최대 현안인 증권사 인수도 매물이 비싼 탓에 미루기로 했다.
임 회장의 행보는 투자 대가 워런 버핏의 조언을 떠올리게 한다. 버핏은 2013년에 본인 사후 유산의 90%로 미국 S&P 500 ETF를 사라는 유언장을 남겼다. 벤치마크(기준) 추종 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혜안이 담겼다. 본인 정도가 아니면 펀드매니저에게 비싼 수수료를 내지 말고 보수가 싼 ETF에 투자하는 게 자산을 지키는 길이라 봤다. 우리금융의 벤치마킹과 비용 감축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벤치마크 추종은 답답해 보여도 섣부른 투자를 지양하고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우리은행이 잘 하지 못하는 일을 무리하게 추진해 발생한 키코 사태나 라임펀드 사태를 상기하면 경쟁사 추종은 매우 안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버핏이 추천한 방법으로 성과를 내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버핏은 1942년 첫 주식 투자 후 71년 동안 주식 시장을 지켜보고 S&P 500 투자가 강력한 전략이라는 걸 확신했다. 장기투자가 아니면 벤치마크 추종 효과는 반감된다.
임 회장은 3년 임기의 첫해를 보내고 있다. 추가 임기가 있다면 그의 경영 철학을 오랜 기간 유지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첫 임기에 준수한 성과를 내야 가능한 일이다. 임종룡호 우리금융 1년차 성적을 가늠할 수 있는 3분기 누적 실적이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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