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2월 06일 08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개발시장에서 화두인 '신용'을 보증하는 상품이 새로 만들어진 만큼 많은 곳에서 관심을 보일 것입니다."최근 만난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출시될 건설공제조합의 책임준공보증 상품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부동산 개발을 위해 대규모의 자금 조달이 필요하지만 작금의 금융 환경에선 예전과 같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기대할 수가 없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설공제조합의 책임준공보증 상품은 부동산 PF 시장에서 시공사가 기한 내 미준공 시 대체 시공사를 찾거나 나머지 대출금을 보상하는 내용이 골자다. 건설공제조합이 시공사의 부족한 신용을 보증하는 만큼 PF 대주단 입장에선 선호하는 방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개발업계 주요 참여자들 사이에선 '신용'을 어떻게 보증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의견이 있었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소위 1군 시공사들보단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형 건설사들이 개발 사업에 뛰어들면서 화두로 떠올랐다. 신용을 담보할 수 없던 중소형 건설사의 아픈 곳을 긁어준 참여자는 신탁사였다. 2015년 KB부동산신탁을 시작으로 신탁사가 중소형 건설사의 부족한 신용을 책임준공 상품을 통해 채워줬다.
실제로 신탁사의 책임준공을 통한 개발사업은 부동산 시장 활황기를 맞아 꽃을 피웠다. 신용의 중요성도 후순위로 밀리는 듯 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시공사의 준공이 늦어지자 신탁사 책임준공 사업장이 하나둘 무너지며 신용이 다시 화두가 됐다. 신탁사라는 믿을 만했던 곳의 신용 보증도 더는 믿기 어렵다는 것을 안 금융시장도 자금 회수가 불확실한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다.
부동산 개발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까닭이다. 이런 시기에 건설공제조합이 책임준공보증 상품을 내놓기로 하면서 부동산 개발업계도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금이 6조원이 넘는 건설공제조합은 최근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AA+(안정적)'의 신용등급을 받으면서 상품 출시 채비를 마친 상황이다.
상품 출시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부동산 개발업계에선 신탁사의 책임준공을 통해 채무인수 등과 같은 다소 불리한 입장에 설 수밖에 없던 구조가 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없진 않다. 보증 상품이 회사채 신용등급 BBB+ 이상이자 시공능력순위 100위 이내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다는 계획 때문이다. 이를 만족하는 건설사는 상위 27곳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공제조합의 책임준공보증 상품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중소형 건설사들로선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업계에선 막혔던 물꼬가 한줄기라도 터진 데 기대를 품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 개발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금융, 더 나아가 신용을 보증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는 점만으로도 시장은 작은 희망을 품고 있다. 모두가 안 된다고 어렵다고 할 때 찾아낸 작은 변화가 얼었던 시장을 다시 한번 데워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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