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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도 인사가 만사 [thebell note]

이돈섭 기자공개 2024-03-29 08:17:53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6일 08: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사람을 채용하고 배치하는 게 모든 일의 성사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최근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이 표현이 딱 들어맞는 사례가 주목을 끌었다. 30여년 제조업에 주력해 온 한 코스피 상장사 얘기다.

변화는 2021년 금융투자업계 출신 직원을 뽑으면서 시작됐다. 이 직원은 원래 회사가 출자한 금융상품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재무상황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우연찮게 퇴직연금 확정급여(DB)형 적립금 운용 현황을 확인하게 됐다. 이 회사는 그동안 저축은행 원리금보장형 상품 등으로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었다.

금투업계에서 오랜기간 일해온 그는 더 좋은 조건의 상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본인이 맡은 업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무를 맡은 인사팀 직원들과 논의해 당시 퇴직연금 사업자 측에 문의했더니 아니나다를까 5bp 높은 상품을 추천해주더란다. 애시당초 이 상품을 추천해주면 좋았을 것을. 기분이 상했다.

이 일을 계기로 사업자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다고 했다. 퇴직연금 사업자 공시를 보고 수수료 체계를 살펴봤더니 더 좋은 조건의 사업자들이 상당수였다. 기존 사업자에 계약해지 계획을 통보했다. 담당자는 전화를 받자마자 회사로 뛰어 들어와 계약이 끊기면 본인이 잘릴 수 있다고 읍소했다.

이때 이 직원의 일갈이 일품이었다. "그간 우리 회사에 제공했던 상품으로 실적 전부를 채워왔다면 그것 자체로 정말 문제 아닌가요?" 신의성실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사업자는 기업의 적립금을 자기 돈이라고 생각하고 성심성의껏 굴렸어야 했다. 신뢰가 깨진 이상 더 이상 회사 자산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회사의 퇴직연금 사업자 교체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업자를 교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 직원의 직보를 청취한 회장은 그간의 업무가 비효율적이었다고 보고 힘을 실어줬다. 금융상품에 대해선 누구보다 더 잘 알테니 앞으론 맡아서 해보라는 취지였다. 그렇게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업무를 맡았다.

다행히 새로 바꾼 사업자는 마음에 들었다. 수수료도 합리적이었고 상품 추천도 믿을만했다. 회사 수요에 맞는 맞춤형 자산과 운용전략을 주문했고 사업자는 운용사와 협의해 사모펀드를 설정해 제공했다. 사업자 추천으로 회사는 최근 경영성과급 제도를 도입, 계열사 근로자들에게까지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이 회사의 퇴직연금 업무 수준을 최고라고 치켜세우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직원 한 명의 적극성이 회사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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