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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반도체 유리기판 생태계]인텔이 쏘아올린 '6조 시장' 국내 플레이어 바빠진 손길[총론]패키징 혁신 불러올 선행기술, TGV장비·코팅제 메이커 등 가치 재평가

조영갑 기자공개 2024-05-07 09:01:15

[편집자주]

'꿈의 기판'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유리기판(글라스기판) 시장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인텔이 선행 투자를 한 가운데 SKC, 삼성전기 등 국내 메이커들도 참전하고 있다. 코스닥 섹터의 벤더사 움직임 역시 빨라지면서 가치를 재평가 받는 분위기다. 더벨은 싹트는 유리기판 생태계를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9일 16: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케미칼 전문 제조사 '와이씨켐(옛 영창케미칼)'은 3~4월 들어 주가 흐름에 옷매무새를 고치고 있다. 202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래 2만원의 벽을 넘어본 적 없는 주가가 3만원을 돌파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까닭이다. 3월 말 1만3000원에 불과하던 주가는 4월 초 잇딴 상한가 무드를 타고, 4월 5일 3만5400원까지 치솟았다. 1000억원 초반대의 시가총액은 현재 3000억원을 돌파했다.

디스플레이·반도체 레이저 공정장비 제조사 필옵틱스의 주가도 비슷하다. 지난 1월 말 8740원을 기록하면서 52주 최저치를 찍은 필옵틱스의 주가는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3월 말을 분기점으로 급상승했다. 4월 5일 52주 최고점은 3만7750원을 찍은 필옵틱스는 현재 등락을 보이고 있지만, 3만원 선을 안정적으로 지키고 있다. 3개월 만에 시가총액은 2000억원 대에서 7300억원으로 300% 이상 불었다.

◇장비·케미칼 입고 소식에 1개월 만에 '시총 3배'

3월 반도체 투심은 몇 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 양대 IDM(종합반도체사)의 1분기 실적, AI 반도체, HBM 시장이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 SCM(공급망관리)', 선단 경쟁의 핵심인 EUV(극자외선) 공정 등이다. 키워드 이슈에 따라 반도체 대장주와 그 하위 생태계의 차트가 등락을 거듭했다. 현재 고도화되고 있는 시장에 대한 판도 변화에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3~4월 폭발력을 보여준 '유리기판(글라스기판)' 테마는 앞서 언급한 키워드와는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시장의 눈길을 사로 잡으면서 여러 기대주를 배출했다. 유리기판 시장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시장이다.

인텔 등 가장 앞서 투자한 IDM이 설정한 양산 시점도 2030년 경이다. 하지만 신기술과 신시장에 대한 선점 기대감과 업사이드 포텐셜 등이 맞물려 와이씨켐, 필옵틱스를 비롯한 유리기판 테마주 종목에 유동성이 대거 몰렸다. 3월 이후에만 SKC 54%, 이오테크닉스 34%, HB테크놀러지 72% 등의 등락률을 보였다.

▲반도체 케미칼 전문 제조사 와이씨켐의 주가는 최근 2개월 간 약 3배 가량 상승했다.

유리기판은 말 그대로 유리로 만든 반도체 패키지 기판(Substrate)을 의미한다. 현재범용적으로 사용되는 PCB(인쇄회로기판)의 경우는 칩과 기판 사이의 인터포저(interposer)에서 다양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인터포저는 현재 HBM 등 AI 반도체가 고밀도화, 집적화되면서 칩의 입출력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유기 인터포저는 열로 인한 휨 현상(워피지)이 최대 약점이고, 실리콘(Si) 기반 인터포저는 열에는 강하지만, 설비 투자 비용이 너무 크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기판을 유리 소재로 만들면 상대적으로 싼 비용으로 열에 강한 패키징을 할 수 있다. 글라스 기판은 표면이 매끄럽고, 대형 사각형 패널로 가공성이 우수해 초미세 선폭 패키징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인터포저 자체가 필요 없기 때문에 기판의 두께를 25% 가량 줄일 수 있고, 패키징 영역에서 사용되는 다른 소재 대비 저항성이 현저히 작아 소비전력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패키징이 집적화, 거대화되는 AI 시장에 맞춤한 기술이 될 수 있다. 최종 엔드유저는 인텔, 삼성 등이다.

양산 전이기 때문에 정확한 시장 규모를 예측하기 힘들지만, 업계에서는 약 5~7%의 연평균성장률(CAGR)을 기록, 2034년 경 약 6조원(연 생산기준) 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칩 엔드유저의 캐파와 제조사들의 투자 상황에 따라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

인텔의 움직임이 가장 앞서있다. 인텔은 2014년 경 유리기판을 향후 반도체 패키징 시장의 게임 체인저 아이템으로 설정하고, 투자를 시작했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1조3000억원 가량의 초도 투자를 집행하고, R&D 센터를 구축했다. 지난해 9월 유리기판을 적용한 반도체 시제품을 공개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다만 전량 생산이 아니라 주요한 칩 관련 기판만 제작하고, 나머지는 공급망 구축을 통해 조달하는 전략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인텔은 약 30% 가량만 직접 생산해 CPU 용 메인보드 패키징에 적용하고, 나머지는 관련 각국의 공급망을 활용해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비용 문제다. 가장 고부가가치 영역만 직접 생산하고, 나머지는 조달하는 게 득실상 가장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2030년 vs 2027년' 양산 시점 '설왕설래'

국내에서는 SKC(앱솔릭스)와 삼성전기의 기세가 무섭다. SK그룹 계열사인 SKC는 2021년 글로벌 톱티어 장비사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와 유리기판 합작사 앱솔릭스를 설립하고, 미국 조지아주에 1공장을 구축했다. 양사가 32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양산 전 시험생산 단계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 현재 국내 고객사 공정 장비가 해당 생산라인에 입고, 양산 검증을 받고 있다. SKC는 1공장 수율을 토대로 2공장 설립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기 역시 세종 인근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내년께 시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투자는 상대적으로 늦었지만 양산 시점을 2027년께로 잡고 있다.

글로벌 거대 메이커들이 양산 경쟁에 돌입하면서 국내 코스닥 베이스 생태계의 손도 분주해지고 있다. 유리기판 공정 프로세스의 핵심은 'TGV(글라스 관통 전극 제조)'다. 필옵틱스의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서있다. 켐트로닉스도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유리기판에 전류가 흐를 수 있는 미세한 전극 통로를 만드는 솔루션이다. 유리기판은 물성상 아주 미세한 균열(크랙)이 생기면 전체가 파손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초단파 레이저로 기판에 균열없이 미세한 홀을 뚫을 수 있다는 게 필옵틱스의 설명이다.

유리기판 시제품(출처=SKC 홈페이지)
와이씨켐은 케미칼 영역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와이씨켐은 최근 EUV 용 PR(포토레지스트) 린스 제품을 선보이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유리기판과 관련 PR, 스트리퍼, 디벨로퍼 등의 케미칼 제품이 고객사 테스트 라인에 입고되면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더불어 유리기판의 균열을 막는 특수 폴리머 유리 코팅제 역시 향후 시장이 개화되면 용처가 확되될 수 있다. 에칭 단계에서 활용된다.

이외에도 반도체 레이저 공정장비 전문 제조사 이오테크닉스와 ALD 증착장비 전문 제조사 주성엔지니어링, 반도체 테스트소켓 제조사 ISC 등도 공정장비와 검사부문에서 유리기판 기대주로 거론되고 있다. 식각 공정 부문에 에프앤에스테크, 기판 장비 부문에서 기가비스 등도 꼽힌다.

다만 양산 및 개화시점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2030년, 삼성전기 등은 2027년을 양산 출하 시점으로 보고 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제조사들의 투자 상황을 고려하면 당장 내년 대량은 아니지만, 양산 제품이 출시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 굴지의 글로벌 메이커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만틈 양산시점이 계획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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