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한화, 육해공 '원스톱' vs 라인메탈, 지상방산 '정통파'[포트폴리오]①한화에어로, '대전 2번' 거친 유럽사와 어깨 견줘…'체계' 중심 승부수
허인혜 기자공개 2025-05-14 10:43:25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7일 16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라이벌로 꼽는 독일의 라인메탈은 지상방산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세계대전을 두 번이나 거친 만큼 전통 무기 분야의 강자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무기는 육해공을 아우르는 폭넓은 포트폴리오다. 지상방산부터 해양, 항공우주 분야까지 방산 분야의 전방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끄는 한화그룹의 방산 사업은 그동안 라인메탈과 엎치락뒤치락 경쟁했지만 라인메탈이 한수 위를 점하는 양상이었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전환되고 있다.
변화의 배경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수합병(M&A)과 공격적인 투자로 구축한 육·해·공·우주 통합 포트폴리오가 자리한다. 특히 미래전 양상에서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힘을 얻으면서 산업 내 위상이 역전되는 분위기다.
◇한화에어로, '업력 긴' 라인메탈과 어깨 견주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라인메탈을 비교하려면 우선 두 기업간 라이벌 관계가 성립해야 한다. 매출액과 수익성, 기업의 인식 등을 토대로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서서히 라인메탈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시가총액 부문에서는 라인메탈이 우위다. 7일을 기준으로 라인메탈의 시가총액은 약 743억1700만유로로 약 118조에 해당한다. 같은 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가총액은 약 39조다. 3배의 차이는 글로벌 장악력과 업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라인메탈은 유럽과 미국 등 14개의 국가에 거점을 마련한 유럽 최대 방산기업이다. 1889년 출범해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신인 삼성정밀공업을 감안해도 1977년 설립됐다. 오스탈과 필리조선소 등을 고려하면 거점은 미국과 호주 두 곳이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은 시가총액뿐 아니라 매출액 등 여러 방면에서 라인메탈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보다 한수 위였다. 라이벌보다는 도전의 대상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라인메탈을 본격적으로 라이벌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군사 전문지 디펜스뉴스의 '2024년 글로벌 방산기업 톱100' 순위가 기점이 됐다. 전년 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발표하는데 글로벌 시장에서는 방산기업의 순위 지표로 여길 만큼 공신력이 높다.
여기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필두로 한 한화가 19위를 차지에 20위에 오른 라인메탈을 눌렀다. 한해 전인 2023년 순위는 한화가 26위, 라인메탈이 19위였다. 2024년 이익률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라인메탈을 넘어섰다.

◇'세계대전 2번 거친' 라인메탈 누른 레드백
양사의 무기 포트폴리오는 기본적으로 지상방산 중심이다. 라인메탈은 130년이 넘는 역사를 통해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모두 거쳤다. 지상무기에 특화될 수밖에 없는 연혁이다. 라인메탈의 매출액 중 7~8할 이상이 지상방산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상방산 비중은 약 62% 수준이다.
대표적인 지상방산과 포병화력 제품군을 비교해보면 라인메탈은 Lynx KF41 보병전투차량(IFV), Boxer 8×8 장갑차, PzH 2000 자주포, Skynex 방공시스템 등 다양한 지상전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포병화력과 기동전력 모두에서 유럽 시장 내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상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K239 천무 다연장로켓, K21 보병전투차량, AS21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 등으로 지상 무기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K9 자주포는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천무와 레드백 역시 수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덕분에 최근 지각변동의 조짐이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병전투장갑차(IFV) 수출전에서 라인메탈을 제쳤다. 2023년 호주 육군이 추진한 미래형 장갑차 도입 사업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AS21 레드백은 라인메탈의 링스(Lynx) KF41과 경합을 벌인 끝에 최종 승자로 선정됐다. 호주법인 한화디펜스오스트레일리아(HDA)는 호주 국방부와 본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3조1650억원에 달했다.
이 계약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라인메탈의 전통적인 강세 시장 중 하나인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두게 됐다.
◇'체계' 중심 한화에어로, 해양·항공우주 '한수 위'
앞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전은 지상과 해상, 공중, 사이버와 우주자산 등 '다영역 전투'로 진화 중이라서다. 라인메탈이 긴 업력으로 지상방산 분야 강자로 도약했다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인수합병을 통해 종합 포트폴리오를 이뤘다. 육해공과 우주까지 실질적인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라인메탈도 해양과 항공 부문의 제품군을 판매한다. 다만 기술적으로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더 통합적인 체제를 지향하고, 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함정을 건조하고 항공기 주요 부품을 제작하지만 라인메탈은 운영 시스템과 부품 수준에서 접근하고 있어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함정으로 대표되는 해양과 K9, 천무 등의 지상 분야에서 '체계'를 보유했다"며 "라인메탈은 하이마스 외에는 체계 레벨이 아닌 구성품이나 소프트웨어 레벨"이라고 답했다. 하이마스는 미국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으로 라인메탈이 독일 내 생산을 목표로 협상에 나선 바 있다.
라인메탈의 해양 부문 제품들을 보면 정찰과 센서 시스템, 해군 방공, 무기체계와 탄약 등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근접 방어 무기 시스템인 'Millennium CIWS'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을 통해 아예 구축함이나 잠수함 등 특수선 신조를 건조하거나 해군 함정을 유지보수(MRO)하는 기술력을 갖췄다. 시스템과 부품 면에서도 '유기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한화시스템이 함정 전투관리시스템(CMS), 소나, 레이더, 유도무기 발사체계 등의 통합 시스템을 제공한다. 방산 시장 트렌드가 패키지 중심으로 진화한 만큼 경쟁력이 높다.
방공 분야도 마찬가지다. 라인메탈은 주요 포트폴리오로 항공 정찰 시스템과 공항용 드론 방어, 비행감시 시스템 등을 소개한다. 스마트 탄약 등의 제품 라인업도 갖췄다. 다만 역시 시스템과 부품 중심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표 제품군으로 엔진을 제시한다. 항공기 제작의 가장 중요한 기술을 보유한 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군이 운용하고 이라크, 폴란드 등에 수출하는 T-50의 F404 엔진, KF-21의 F414 엔진 등을 제작한다. 한국형 헬기인 수리온T700, 소형무장헬기 Arriel 2L2 헬기 엔진도 간판 제품이다. 국산화율은 지난해 약 40% 수준이라고 답했다. 대표적인 국산화 부품으로는 고기술을 요하는 하이프레셔(high-pressure·고압) 부품을 꼽았다.
우주 분야는 라인메탈이 위성 등으로 접근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 누리호(KSLV-II) 발사체 사업을 총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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