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문화재단의 진화]삼성 오너가 문화예술 철학이 이룬 60년의 가치①이병철·이건희 대 이은 미술품 수집 의지…아트 컬렉션 뿌리 둔 리움·호암의 힘
서은내 기자공개 2025-05-15 09:11:48
[편집자주]
문화재단은 기업의 문화예술에 대한 가치관과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한다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각사 오너의 의지에 따라 공익사업 성격, 실행력, 재단 구조 등이 매우 다양한 스팩트럼으로 나타난다. 특히 문화 예술에 대한 시민 의식이 높아진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변화를 시도하며 인식 개선을 꾀하는 재단들도 많이 보인다. 주요 대기업 문화재단들의 연간 공시를 토대로 특징과 변화 양상 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2일 15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문화재단은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설립된 후 지금까지 삼성그룹 문화예술사업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현재는 재단의 핵심 사업인 리움·호암미술관 운영을 축으로 예술가 창작 공간 지원, 악기 대여, 피아노 조율사 양성 등 문화예술계 여러 영역에 걸쳐 후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특히 리움은 국내 미술기관들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지닌 곳으로 평가받는다. 리움 덕에 미술계에서도 '역시 삼성'이란 말이 회자된다. 삼성 오너가의 예술 철학을 향한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문화예술계에 견고한 뿌리가 됐다. 삼성은 단순 수치로만 말하기 어려운 내제적 가치를 지닌 문화예술 브랜드다.
◇컬렉션 가치 스스로 정립한 삼성 미술관의 역사
삼성문화재단의 60년 역사는 미술관 사업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을 개관하고 소장품을 수집, 관리한다. 이를 토대로 전시를 기획해 온 사업은 미술관 운영의 정수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리움에서의 전시가 오랫동안 미술계를 선도했고 영향을 미친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삼성 미술관의 힘은 그 컬렉션에서 비롯된다. 국내 사립미술관을 통틀어 리움의 컬렉션만큼 제대로 된 수준 높은 작품들을 형성한 곳은 없다. 매년 수백억원 대의 예산을 들여 작품 수집을 지속하는 것 역시 여타의 미술관들은 하기 어려운 일이다. 삼성 미술관의 미술품 수집 예산이 국립현대미술관 보다 높다는 것 역시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병철 회장은 삼십대 때부터 미술품 수집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라토기나 조선백자, 고려청자, 불상, 조각 등에 심취했던 그의 수집품에는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것만도 수십여점이었다고 한다. 이병철 회장은 미술관이 국민들에게 문화 창조의 꿈을 주고 민족문화의 산 교육장이 되는 장소가 되길 희망했다.
부친의 미술품에 대한 깊은 애정은 이건희 회장에게 그대로 대물림됐다. 2020년 이 회장 타계 후 2만3000여점의 국보와 보물, 미술품이 '이건희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국가에 기증되면서 그가 수집한 걸작들이 대중들에게 공개됐다. 당시 감정평가법인들은 컬렉션의 가치를 3조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호암-리움 '하나의 이름, 두 개 장소'
그 뿌리가 된 삼성문화재단은 1965년 설립됐다. 재단이 미술관을 경영하기 시작한 건 1978년 호암미술관을 준공하면서다. 호암미술관은 이병철 회장이 생애에 걸쳐 수집한 한국 미술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982년에는 미술관 개관기념 특별전으로 헨리무어의 조각 초대전이 열렸다.
주로 호암미술관은 초기 고미술을 사랑했던 이병철 회장의 소장품을 토대로 '조선백자전' '민화걸작선' '도자기명품전' '백자특별전' '산수화 4대가전' 등 고미술 전시를 진행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건 1992년이다. 1995년에는 홍라희 관장이 호암미술관 관장으로 취임했다. 삼성문화재단으로 명칭이 변경된 것도 이때다. 원래는 삼성미술문화재단이었다. 미술에 그만큼 집중된 재단이었다.
리움미술관은 호암미술관 개관 이후 22년만인 2004년에 개관했다. 2000년대 리움을 열면서부터 재단의 사업은 더 확장하기 시작했다. 미술관 사업도 근현대 분야로 확대됐다. 리움미술관은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모색하고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융합미술관으로 관객과 향유, 소통하는 문화적 공간으로서의 이상을 품고 있다.
삼성 미술관 중 현재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1999년 개관했던 로댕갤러리도 있다. 서울 중국 삼성생명 빌딩 1층에 자리한 미술관이었다. 로댕갤러리는 이후 플라토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로댕 작품 전시를 위한 개관이라고 일컬어졌을만큼 로댕의 작품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었다. 이후 삼성생명 본관을 매각하면서 2016년 폐관했다.
현재 리움은 '하나의 이름, 두 개의 장소' 개념으로 서울 이태원과 용인에서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삼성 미술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약 183만명이 넘는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문을 닫았다가 리움미술관이 재개관한 2021년 이후 2022년에 42만명, 2023년 79만명, 2024년에는 62만명의 관람객이 미술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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