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투자풀 지각변동]하위운용사도 눈치싸움…"증권사 무방 vs 기존 선호"⑤유니버스 속 50여곳 재간접펀드 운용…"변화 필요 vs 단기성과 치중 우려"
구혜린 기자공개 2025-05-20 15:12:48
[편집자주]
연기금투자풀 운용은 까다롭고 보수가 낮지만, 70조원 자금을 굴린다는 점에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에게 '명예의 전당'으로 인정된다. 올해로 '25돌'을 맞은 투자풀은 대변혁을 앞두고 있다. 그간 통합펀드를 운용하는 주간운용사 자격은 자산운용사에게만 주어졌으나, 증권사에게도 개방되면서다. 더벨은 연기금투자풀 제도의 변화 배경과 이를 둘러싼 업계의 다양한 이슈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4일 16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기금투자풀 하위펀드를 운용 중인 자산운용사들은 제도 변화와 관련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번 이슈는 통합펀드를 운용하는 주간운용사 만큼이나, 재간접펀드를 운용 중인 50여곳 사업자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그간 손발을 맞춰온 초대형 자산운용사와 이별하고 새로운 주간사인 증권사와 호흡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운용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종합자산운용사 중 일부는 운용사 고유의 업무가 줄어들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질 것을 우려한다. 연기금투자풀 진입을 새로 시작하는 곳 중 일부는 누가 담당하던 경쟁력 있는 사업자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연기금투자풀을 제외한 기금 운용으로 증권사와 협업 중인 곳에서는 단기 성과 평가 위주로 운용이 흘러갈 수 있음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위운용사 80곳…보수율 낮지만 중요 먹거리
최근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재간접펀드를 운용할 개별운용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연기금투자풀은 주간운용사가 개별운용사(하위운용사)에 자금을 분배해 재간접펀드 방식으로 운용된다. 주간운용사는 모펀드인 통합펀드를 관리하고 개별운용사는 자펀드인 개별펀드(하위펀드)를 운용한다. 주간운용사는 개별운용사 후보군으로 이뤄진 풀(Pool)인 일명 ‘유니버스’를 사전에 구축하고 유니버스 내에서 개별운용사 선정 및 교체를 진행한다.
연기금투자풀 개별운용사 수는 지난해 말 65조원 운용자산 기준 총 5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기금투자풀 다양한 자산 유형으로 운용되기에 각 개별운용사 후보들은 운용 강점이 있는 자산 성과를 내세워 재간접펀드 운용에 지원한다. 공모운용사에게만 개별운용사 자격이 주어지고 유일하게 대체자산만 일반사모운용사까지 운용이 허용된다. 대체자산의 특수성을 고려해 주간운용사가 풀을 사모운용사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요청하면서 지원 자격이 변경됐다.
자산군 중 MMF(머니마켓펀드) 규모가 가장 크다. 연기금투자풀 수익자들이 안정성이 높은 단기자금 운용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MMF 운용을 가장 먼저 시작한 하나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이 대규모 펀드를 운용 중이다. 이 외에도 액티브주식은 NH-아문디자산운용, 인덱스주식은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해외채권은 한국투자신탁운용, 해외주식은 KB자산운용 등이 각 유형별 경쟁력 있는 개별운용사로 평가받아 상당 규모 자금을 운용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운용보수율은 낮지만 쏠쏠한 수입원이다. 연기금투자풀 개별운용사 운용보수는 자산별로 다른데 MMF가 4bp, 채권이 10bp, 액티브주식이 16bp, 인덱스주식이 13bp, 해외주식 및 해외채권이 7.5bp 수준이다. 리테일 상품 운용보수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나, 규모의 경제를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다. 개별운용사 보수가 주간운용사 보수(3bp) 대비 높기도 하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에 운용사 자금 유입이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어서 기금운용에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증권사가 주간운용사 맡는다면?…반응 '제각각'
통합펀드 운용을 맡는 주간운용사 자격에 증권사가 포함되자 운용사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간운용사는 재무안정성, 인적자원, 운용자산 규모, 운용성과 등 정량지표와 경영안정성, 투자역량, 위험관리, 내부통제, 매니저관리 시스템 등 정성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운용사를 선정하고 있다. 다만 만약 주간운용사가 자산운용사에서 증권사로 변경된다면 개별운용사 선정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이나, 운용 성향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 체계 하에서 오랜 기간 개별운용사 자격을 유지해온 곳들은 제도 전환을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비즈니스 조건이 변경되는 것을 우려하기 보다는 자산운용사에서 증권사로 헤게모니가 전환되는 것 자체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한 종합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연기금투자풀 운용은 자산운용사만이 가장 잘 운용할 수 있는 업계 고유의 먹거리라고 생각한다”라며 “가뜩이나 운용사는 자본시장체제에서 증권사 아래에 있는데 앞으로 자산운용사의 설 자리가 더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되던 경쟁력 있는 사업자가 맡는 게 적절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주로 현 유니버스에 소속돼 있지 않은 운용사들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본부장은 “증권사도 어차피 랩어카운트 운용을 오랜 기간 해왔는데 기금운용업의 성격이 증권사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며 “누가 담당을 하던지 가장 잘 할 곳이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기재부의 평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증권사가 이해상충 가능성이 운용사 대비 높은 만큼 안전장치를 사전에 잘 마련해 놓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운용 방식을 부담스러워 하는 운용사도 있다. 이미 다양한 단일수익자 기금 운용을 통해 증권사와 협업해본 곳들이다. 자산운용사는 시장 변동에 따른 수익률 부침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만, 증권사는 단기 성과평가 위주로 업무를 진행한다는 반응이다. 한 종합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증권사는 1~3개월 단위로 평가를 하고 성과를 못 낼 경우 바로 교체한다”며 “랩어카운트 상품 운용 스타일이 각인돼 있기 때문으로 (증권사가 주간운용을 맡을 경우) 개별운용사들의 피로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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