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08일 08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관련 취재를 하다가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국내 모 증권사 직원과 금융투자협회 직원이 연기금투자풀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에게 '증권사의 일반사모운용사 라이선스 취득을 위한 패스트트랙 도입 필요성을 (기재부가) 금융감독원에 함께 주장해달라'라며 접촉했다는 이야기다. 이 말을 들은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그런 것 하는 데가 아니다'라며 단칼에 거절했다고.왜 황당한 얘기인지는 연기금투자풀 제도 변화와 관련돼 있다. 연기금투자풀 제도는 올해 변곡점을 맞는다. 지금까지 주간운용사 선정 입찰에 자산운용사만 응찰할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증권사도 가능해진다. 다만 증권사 중에서도 일반사모운용사 라이선스가 있는 곳만 지원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사모운용사 라이선스가 없는 증권사 중 응찰을 희망하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등은 막 신청작업을 마쳤다.
일반사모운용사 라이선스는 허가제가 아니라 등록제이기 때문에 표면상으로는 미비점만 없다면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보완을 요구하는 데 맞춰 작업을 해야 하므로 실질적으로는 취득에 1년여 기간이 소요된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들의 라이선스 필요를 주시하고 '패스트트랙' 도입을 금융당국에 먼저 꺼냈다. 연기금투자풀 주관운용사 RFP가 오는 7월 게시되는 만큼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일반사모운용사 등록에 '패스트트랙'이라는 것은 없는 개념이다. 금융감독원이 이를 수용할지 말지를 차치하고서라도 70여조원을 주간 운용하는 기관을 선정하는 국가사업에 협회가 한 쪽 사업자를 이롭게 하고자 '레이싱'에 개입하는 게 과연 마땅하냐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이 경기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공정하게 치러야 하는 첫 레이싱이며 증권사와 운용사는 협회가 이익을 대변해야 할 양대산맥 회원사다.
제때 자격을 갖추지 못 한 선수가 출전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금의 협회의 모습은 심사위원에게까지 함께 경기 룰을 바꾸자고 제안하는 꼴이다. 업계에서 '협회가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사업자 중 누가 더 기금 운용에 경쟁력이 있는지는 오로지 기재부가 업무를 일임한 조달청이 판단할 일이다. 향후 치러질 큰 경기를 두고 금융투자협회가 자신의 위치를 신중하게 고려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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