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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분양은 꼼수다

이대종 기자공개 2012-01-17 16:05:14

이 기사는 2012년 01월 17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기역이나 쌍시옷 등의 된소리는 욕이나 속어의 주재료다. 이들 단어는 소리가 나오는 길을 막았다 일순간 터진다.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자신의 분노를 타인에게 각인시키는데 이 소리는 효과적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데시벨은 듣는 이의 귀를 자극하고 말하는 이의 입안을 두드리는 파열음은 그 소리가 찰지다.

꼼수란 단어는 쌍기역을 포함한다. 사전적 의미는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이다. 통용되는 뜻은 목적을 위해 야비한 수단조차 마다하지 않음을 비꼬는 것이다. 이런 행동을 쌍기역이 포함된 꼼수로 지칭했다는 건 적어도 이로운 행동은 아니라는 뜻일게다. 이렇게라도 불러 그 쩨쩨한 행동을 경계케 하고 싶은 마음일테다.

포스코건설은 오는 18일 인천 송도개발사업을 위해 19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할 예정이다. 조달구조가 특이하다. 여느 자금조달의 조건과 달리 지급보증 약정이 없고 책임분양을 조건으로 ABS를 발행한다. 책임분양은 말그대로 일정부분의 분양률을 시공사인 건설사가 책임진다는 것이다.

이 책임분양은 시공을 맡은 건설사의 채무로 회계상 인식되지 않는다. 약정한 만큼의 분양만 성공하면 이행보증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게 주요 근거다. 직접적인 채무인수가 아니기 때문에 채무인식이 필요없다고도 한다. 이런 이유로 책임분양은 재무제표 주석에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그만큼의 분양에 성공하지 못했을 때다. 책임분양의 약정을 맺은 시공사는 일정 금액 이상의 이행보증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번 자금조달에서 포스코건설이 일정 수준의 분양을 하지 못하면 최소 1953억원의 돈을 내놓아야 한다. 2000억원에 가까운 돈이 유출될 위험이 엄연히 있지만 우발채무로 인식되지 않는다. 명백한 꼼수다.

포스코건설이 추진하고 있는 송도사업장은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부실화됐을 경우 포스코건설이 입는 타격도 크다. 지난해 중반까지 포스코건설이 밝힌 PF 잔액은 1조3786억원이다. 이 중 송도 사업의 PF 잔액은 3566억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국제 신용등급을 내린 S&P는 송도 사업장을 구체적인 근거로 언급했다.

공시는 기업이 자사의 재무내용 등을 주주나 채권자 등의 이해관계자에게 정확히 알리는 제도다. 이들 정보가 왜곡되면 자칫 주식시장에서의 가격이나 거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활용하지 못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공시감독의 방향을 '선택과 집중'이라 했다. 지난해부터 양적·질적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심사 시스템을 마련했다고도 했다. 기업 내 부실한 곳이나 부실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명확히 공개하게 만들겠다는 의중이다. 책임분양은 그러한 공시의무에 포함돼야 한다. 상당히 많은 책임분양이 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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