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일본=신동주, 한국=신동빈' 균열 생기나 [지배구조분석]④소유구조 '팽팽'..한-일 롯데간 사업구조 개편 가능성도

문병선 기자/ 신수아 기자공개 2014-01-20 08:23:23

이 기사는 2014년 01월 09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롯데 뿐 아니라 일본롯데 소유구조를 통틀어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최상위 지배회사인 '광윤사'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신 총괄회장이 자녀 누구에게도 현 시점에서 '대권'을 물려주지 않았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다.

광윤사는 설립된 지 47년이 지난, 토지임대업을 주로 하는 중소 규모 회사로 파악된다. '옥상옥' 기업으로, 한·일 롯데그룹 최상단에 자리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이 회사 회장이자 최대주주로 파악된다. 그리고 광윤사를 통해 롯데홀딩스의 지분 약 28%를 보유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광윤사의 지배권을 자녀에게 아직 물려주지 않은 까닭은 롯데그룹의 안정적 경영을 위함과 아울러 대체로 큰 무리없이 진행된 후계승계 과정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신동주 부회장이나 신동빈 회장은 이 광윤사가 갖고 있는 롯데홀딩스 지분이 없더라도 한·일 롯데그룹 경영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롯데홀딩스는 광윤사 소유 지분이 없더라도 신씨 두 형제 지분 및 추후 물려받을 상속 지분에 의한 '형제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 총괄회장 이후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20여년간 국내에 공식처럼 떠돌아다닌 공식이 하나 있다. 바로 '일본=신동주, 한국=신동빈' 공식이다. 20여년 전 한 언론에 의해 알려졌고, 실제 그 이후 신동빈 회장은 한국롯데의 경영을 맡았고, 신동주 부회장은 주로 일본에 머물며 일본롯데에서 경영수업을 쌓았다.

신동주 신동빈 한일 롯데그룹 직위 비교

그러나 일본롯데와 한국롯데의 소유구조를 보면 신 총괄회장 이후 이 공식이 그대로 지켜질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한국롯데 뿐 아니라 일본롯데 소유구조에서조차 신동주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은 상호 '팽팽'하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경우 후계구도를 짤 때 2세간 계열사별 지분차나 일부 계열사의 경영 책임을 맡기는 방식으로 승계의 초석을 다진다. 그러나 유독 롯데그룹의 경우 두 아들의 주요 계열사 지분율은 대동소이하다.

특히 일본롯데의 소유구조는 예상과 큰 차이를 보인다. 롯데그룹의 설명처럼 신동빈 회장도 롯데홀딩스 대주주에 올라 있다. 두 형제의 모친인 일본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ハツ子, 신격호 회장의 둘째 부인)도 롯데홀딩스의 대주주다.

신 총괄회장의 지분과 광윤사가 보유한 롯데홀딩스 지분이 어디로 가는지에 따라 절대적 최대주주가 생길 수도 있다. 후계구도에 큰 변화가 올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는 한국롯데 뿐 아니라 일본롯데 역시 마찬가지로 보인다.

◇롯데제과 지분 경쟁?, 신동주의 한국영향력 확대

그 조짐은 미약하지만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신동주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이후 다섯 달 동안 연속으로 롯데제과의 주식을 취득했다. 이를 통해 신동주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3.52%에서 3.69%로 증가했다. 신동빈 회장의 지분율(5.34%)과의 격차를 1.65%포인트까지 줄였다. 비슷한 시기 신동빈 회장은 상호출자 해소를 위해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의 지분을 매입했다.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손보의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

롯데제과의 지분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크다.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핵심 연결 고리다. 한국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롯데쇼핑에 대한 지배 지분율을 높이려면 롯데쇼핑 지분을 취득하든지, 아니면 롯데제과 지분을 취득해야 한다. 롯데쇼핑 시가총액은 롯데제과 시가총액의 6배에 달해, 상대적으로 롯데제과 지분을 확대하는 게 롯데쇼핑에 대한 지배 지분율을 높이는 데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다.

사실 '한국롯데=신동빈'으로 굳어진 상황에서 신동주 부회장이 한국롯데 순환출자의 핵심 기업의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는 지분을 추가 매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여러 해석이 불거진다. '지분율 경쟁'을 벌인다는 시각도 제기되지만 이보다 신동주 부회장이 한국롯데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신호'라는 게 더 설득력있다.

롯데제과는 롯데푸드의 지분 9.32%, 롯데칠성음료의 지분 17.7%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롯데칠성음료는 롯데푸드의 지분을 롯데제과와 동률(9.32%)로 보유하고 있다. 롯데제과의 지배력을 높인다면 주요 식품 계열사인 롯데푸드와 롯데칠성음료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구조다.

◇한·일 롯데그룹간 사업구조 개편 가능성도

'일본=신동주, 한국=신동빈'이라는 공식에 균열이 가는 것일까. 과거엔 두 형제의 지배력은 지역을 경계선으로 나뉘었다. 이 경계선은 과거의 규율일 뿐이다. 이제는 사업군을 경계로 나뉘는 거 아니냐는 시각도 대두된다.

특히 신동주 부회장의 지분 매집이 식품 계열사에 집중된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향후 후계승계가 일본과 한국으로 양분되는 것이 아니라 혹시 '제과 및 식품'군과 '유통채널 및 제조'군으로 양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제과 사업은 롯데그룹의 모태다. 일본에서 경영 수업을 먼저 완수한 신동주 부회장은 '제과' 사업에 애착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일본롯데와 한국롯데는 과자 사업을 두고 '공생'과 '경쟁'을 하고 있다.

지난해 태국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신동주 부회장은 "일본에서 만든 과자를 해외에 전파하는 것이 일본 롯데의 역할"이라며 "과자브랜드 전략은 일본이 주도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신동주 부회장의 경영 역량이 제과사업에 집중돼 있음을 의미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