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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신탁사 경영분석]한토신, '차입형' 빛 좋은 개살구?④아이스텀, 고수익 노리고 토지신탁 올인…자산건전성 '경고음'

길진홍 기자공개 2014-03-31 08:39:26

이 기사는 2014년 03월 25일 10: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토지신탁은 부동산신탁업계의 맏형으로 통한다. 한국토지공사(LH공사) 자회사 시절 다진 노하우와 전문 인력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해마다 개발신탁(토지신탁) 부문의 높은 수수료와 신탁계정대로 유입되는 이자수익으로 대규모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다만 토지신탁에 지나치게 편중된 포트폴리오는 약점으로 꼽힌다. 담보신탁 등 비개발신탁을 줄이고, 시행 업무를 대행하면서 부실 위험이 커졌다. 단기간 내 차입형 토지신탁 급증에 따른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대주주 간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면서 내부 통제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점유율 1위…차입형·관리형 신탁보수 비중 99%

한국토지신탁의 지난해 영업수익(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628억 원, 6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6%, 15.2% 증가했다. 순익은 508억 원으로 9% 늘었다. 시장점유율은 영업수익 기준으로 36%에 달한다. 코람코자산신탁(12%)과 대한토지신탁(11%), KB부동산신탁(10%) 등의 경쟁사와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한토신 영업이익 추이
(자료: 금융투자협회 공시)

순익 규모도 업계 1위를 기록했다. 2013년 부동산신탁사 11개 업체가 벌어들인 순익은 1222억 원이다. 이 가운데 41%가 한국토지신탁에서 나왔다. 한국토지신탁은 2011년과 2012년에도 각각 450억, 467억 원의 순익을 냈다. 같은 기간 신탁보수도 305억, 52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신탁보수는 8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4% 늘었다.

수익의 대부분은 토지신탁에서 나왔다. 분양시장 침체와 맞물려 자금 사정이 열악한 시행사들의 수탁 의뢰가 늘고, 지방 틈새시장을 파고들면서 신탁보수가 급증했다. 지난해 개발신탁 신탁보수는 797억 원으로 전체의 99%를 차지한다. 관리신탁과 처분신탁, 담보신탁 등의 비개발신탁의 보수는 12억 원에 그쳤다. 수익 창출을 개발신탁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다.

특히 차입형 토지신탁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차입형 토지신탁 수탁고는 2013년 말 132건, 1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지난 1년간 23건(2534억 원)의 일감을 신규로 따냈다. 반면 관리형 토지신탁은 수탁고가 1조 6383억 원으로 전년대비 22.2% 줄었다. 토지신탁 가운데 상대적으로 신탁보수가 박한 관리형을 줄이고, 개발형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토신 수탁고 추이
(자료: 금융투자협회 공시)

◇대주주 변동 후 담보신탁 급감…개발신탁 선회

차입형 토지신탁 쏠림 현상은 대주주 변동과 궤를 같이 한다. 지난 2009년 아이스텀앤트러스트(이하 아이스텀)가 최대주주 지위를 갖고,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개발신탁이 급증했다. 아이스텀이 한국토지공사 보유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할 당시 비개발신탁 비중이 전체 83%에 달했다. 담보신탁(57%), 처분신탁(21%), 관리신탁(5%) 등이 주를 이뤘다. 토지신탁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한토신 수탁고 비중
(자료: 금융투자협회 공시)

이후 포트폴리오가 급격히 달라진다. 2013년 말 비개발신탁 비중이 56%로 떨어졌다. 특히 담보신탁 비중이 43%로 감소했다. 반면 토지신탁 비중은 44%로 늘어났다. 개발신탁과 담보신탁 비중이 5년 만에 역전됐다. 고수익을 쫓아 개발신탁에 치중한 결과다. 전체 수탁고는 당시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아이스텀의 의도는 적중했다. 개발사업 확대로 신탁보수가 늘었고, 신탁계정대에서 공사비 지원 등으로 이자수익이 유입됐다. 부동산침체에도 불구 해마다 순익을 냈다.

한토신, 토시신탁 수탁고 추이
(자료: 금융투자협회 공시)

토지신탁 증가는 2012년 더욱 두드러진다. 이듬해인 2013년 4월 아이스텀 펀드의 만기가 예정돼 있었다. 토지신탁 수탁고가 3조 3831억 원으로 전년대비 7058억 원 증가한다. 반면 담보신탁 수탁고는 4조 5202억 원 줄었다. 관리신탁과 처분신탁 등도 급감했다. 사실상 비개발신탁 업무에서 손을 뗐다. 덕분에 신탁보수가 급증했다. 영업수익과 영업이익 감소에도 불구 순익은 오히려 늘었다.

이는 펀드 청산을 앞두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의도적으로 토지신탁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스텀이 지난해 지분매각에 실패한 뒤로는 토지신탁 비중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한토신 수탁고 유형
(자료: 감사보고서)

◇NCR 858% 포인트 급감...신탁계정대 1000억 손상

차입형 토지신탁의 증가는 재무건전성 악화를 수반했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775%로 전년(1633%) 대비 무려 858% 포인트 감소했다. 위험 증가로 자본적정성에 경고음이 켜졌다. 자본금과 외부차입 등을 통해 조달한 고유계정에서 나간 신탁계정대가 4758억 원을 웃돈다. 공사비 등 사업비 대출로 나간 돈이 2850억 원에 달한다. 신탁계정대 가운데 1000억 원 가량은 이미 손상됐다.

다수의 토지신탁 사업장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손실이 추가로 불거질 수 있다. 게다가 2012년을 전후해 급증한 차입형 토지신탁의 경우 대부분 사업이 초기단계다. 분양대금 유입 차질로 공사비 지급 부담이 늘어날 경우 자본금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아이스텀을 제치고 한국토지신탁 최대주주로 올라선 MK인베스트먼트도 기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에 적잖은 의문을 품고 있다. 지난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진입에 성공하면서 사업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 등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다수의 개발사업 진행에 따른 소송 위험도 부담이다. 개발사업 등과 관련해 피소된 소송가액이 3194억 원이다. 지난 2009년 당시에 비해 700억원 가량 늘었다. 한토신은 지난 2010년에도 일산 스타쇼핑몰, 용인 동백 코아루 등의 사업장 소송에 휘말려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적이 있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한토신은 비교적 사업위험이 덜한 소규모 사업장 중심의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 사업장이 지방에 위치해 있고, 업무가 개발신탁으로 치우쳐 수익성 부문은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토신 신탁계정대 손상
(자료: 감사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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