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상장사 지분율 15%로 제한해야"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시장 왜곡시킬 우려 있어
이상균 기자공개 2014-05-20 08:33:13
이 기사는 2014년 05월 14일 1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상장사 지분율을 최대 15%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높아졌다는 것이다.14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행한 연금포럼 제53호 '국민연금기금의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국민연금 주식 보유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6.4%를 기록했다. 2002년 1.9%에 비해 3배 이상 상승했다. 2009년 3.7%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향후 국민연금 규모가 커지면서 2035년에는 10%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주식투자 규모도 2003년 9조 원에서 지난해 84조 원으로 9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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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수치는 해외 연기금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와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BP)이 자국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6%와 4.2%다. 캐나다 국민연금(CPPIB)은 0.8%,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은 0.4%로 1%가 채 되지 않는다.
전체 기금에서 자국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도 국민연금은 19.7%로 높은 편에 속한다. 일본 GPIF는 17.2%, 캐나다 CPPIB는 8.4%, 네덜란드 ABP는 3%에 불과하다. 유일하게 미국 CalPERS가 25.2%로 국민연금보다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미 국내 주식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율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는 268개에 달한다. 전체 상장사(1786개) 중 1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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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긍정적인 영향으로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 발전과 투자 수익률 제고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2008년 9~12월 국민연금이 6000억 원 이상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는 점을 꼽았다. 이를 통해 국내 지수의 추가 하락을 억제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위탁운용하면서 민간 자산운용업 시장의 활성화를 이끌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위탁규모는 2003년 3조 5000억 원에서 지난해 9월 39조 6000억 원으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이밖에 △주식을 장기 보유하면서 기업의 자금조달에 기여한 점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해 실문투자 증가. 부채비율 감소 등을 이끈 점 등이 긍정적인 영향으로 제시됐다.
반면 국민연금이 가격결정자 역할을 하면서 주식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은 부정적인 요소로 꼽혔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국민연금이 주식을 매수하고 매도할 때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포트폴리오를 이용한 선행매매, 추종매매, 머니게임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자산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2040년 이후에는 이 같은 우려가 더 커진다. 국민연금이 자산 유동화를 위해 보유 주식을 대거 매각할 경우 시장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시장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매 집중에 따른 시장 충격비용의 증가분을 측정해 적정 국내 주식 투자 상한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상철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개별주식 지분율이 15%를 넘지안도록 상한선을 설정해야 한다"며 "15%를 넘을 때 시장 충격비용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세대 신진영 교수는 "최근 국민연금의 상장사 보유 지분율을 10% 상회하도록 규제를 완화했지만 현실적으로 지분율을 대폭 확대하기는 어렵다"며 "국민연금 거래가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너무 크고 타 투자자들의 추종매매를 유발할 수 있는 등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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