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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식품, 그룹회장이 자회사 '감사' 겸임 문제없나 이창환 ㈜동서 회장 동서식품 감사 겸직..'이해상충·사업 유기성' 검토 필요

신수아 기자공개 2014-11-11 08:45:00

이 기사는 2014년 11월 06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법상 감사제도는 회사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국내에 존재하는 후진적인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오너 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거나 이해가 상충되는 인사를 감사직에서 배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모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그룹의 수장이 자회사의 감사를 역임하는 것은 본래의 취지와 상충되지 않을까.

동서식품은 지난 3월 직전 대표이사이자 현 계열사(㈜동서)의 이창환 회장을 감사로 선임했다. 이 회장은 앞서 동서식품을 10년간 이끌었던 인물이다. 언뜻 보기에 수년간 동서식품에 몸 담아 온 만큼 이 회장이 사업 전반을 감시하는데 외부인에 비해 내부 사정에 능통하리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이 현재 ㈜동서의 상근 회장으로 등기임원에 등재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회장의 감사의 선임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감사는 이사진의 직무 집행을 감사할 의무를 갖고 있으며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사진의 경영에 관해 부조리를 감시하고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계열사 회장직과 또 다른 계열사 감사직을 동시에 수행하는 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현행 상법은 모회사의 임원이 자회사의 감사 역할을 맡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상법 제411조 겸임금지 조항에 따르면 "감사는 회사 및 자회사의 이사 또는 지배인 기타의 사용인의 직무를 겸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상 '겸임 금지 회사'를 '회사 및 자회사'로 한정하고는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의 경우 모회사 회장이며 자회사 감사를 맡고 있다.

법조계의 관계자는 "(411조는) 자회사의 이사가 모회사의 감사를 수행하면서 자회사에서 벌어지는 부당함을 무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며 "모회사의 이사가 자회사의 감사가 되는 것을 규제하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적 문제는 없으나 이해상충 소지는 없지 않다는 게 일각의 시각이다. 이 회장은 올해 3월부터 동서식품의 감사와 ㈜동서의 등기임원을 겸하고 있다. 그 이전에는 동서식품 대표이사만을 10여년간 맡았었다.

감사와 이사의 역할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명백하게 구분되어 있다. 이사가 의결권을 통해 사업 전반에 관여하는 반면 감사는 횡령·배임이 발생할 수 있는 방만한 경영이 이뤄지지 않도록 회계 감사를 실시하고 주주총회를 소집할 권리를 갖고 있다.

지배구조 전문가는 "감사제도를 두고 감사와 이사의 권한을 분리시킨 것은 모회사·자회사가 얽혀서 이익을 극대화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모회사의 임원이 자회사의 감사로 있는 경우 주식의 지배구조 등을 통해 양사간의 영향 관계를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설명했다.

동서식품의 지분은 ㈜동서와 미국 크래프트사가 절반씩 나눠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동서식품의 사업 영역이 국내 시장에 맞춰져 있다는 점, 또한 10명의 이사진 구성을 봤을 때 ㈜동서의 사업 궤도 안에 있는 회사로 업계는 분석한다. 또한 ㈜동서의 30%이상의 매출은 동서식품과의 거래를 통해 발생한다. 서로간의 이익이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구조다.

또 다른 지배구조 전문가는 "비상장 자회사의 경우 자산의 터널링 창구로 이용되거나 사적 활용될 경우 이를 유기적인 연관성이 있는 인물이 감사로 앉을 경우 이 같은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이 쉽지 않다"며 "또한 자회사의 경영이 잘못될 경우 (이익관계가 얽힌) 모회사의 주주들이 대표 소송을 해야하는 데 상대 감사자가 감사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동서식품은 외자 합작사로 양측의 감사인이 상호 견제를 통해 감사 역할을 보완할 수 있다. 현재 이 회장을 비롯해 미국 국적의 넬슨 우다네타씨가 감사로 올라있다.

하지만 이 회장이 개인자격으로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부분도 감사로서의 역할 수행에 논란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이 회장은 모회사인 ㈜동서의 지분 0.02%를 보유한 주주다. 실제로 동서식품은 지난해 1120억 원의 배당을 실시해, 지분율을 바탕으로 ㈜동서는 560억 원의 순수 배당금을 챙길 수 있었다. 한편 ㈜동서의 배당성향은 매년 평균 50%에 이른다. 동서식품의 이익이 곧 ㈜동서의 주주에게도 직접 이어져 이 회장의 개인 이익과도 상충되는 대목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회사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 감사를 맡으면 더 나은 감사직을 행할 수 있다"며 "모회사의 임원이 자회사의 감사를 맡는 경우가 금융회사에서는 종종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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