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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비스테온 잠재 리스크 '범현대가(家) 오너십' 한라그룹, 옛 계열사 잃을 판...현대차 물량 축소 가능성 '촉각'

박창현 기자공개 2014-12-22 08:19:33

이 기사는 2014년 12월 19일 11: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범 현대가(家) 오너십이 한앤컴퍼니-한국타이어의 한라비스테온 인수 거래의 잠재 위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한라비스테온이 한라그룹의 옛 계열사였고, 현재 현대기아차그룹 매출 비중이 50%가 넘는 등 범 현대가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범 현대가의 전략적 결단이 실제 거래 물량 축소 등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타이어와 국내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는 최근 한라비스테온 지분 69.99%를 인수했다. 한국타이어와 한앤컴퍼니가 각각 19.49%, 50.5%의 지분을 취득하는 구조다. 인수가격만 3조 9400억 원에 달한다.

다만 변수가 있다. 최대 고객사인 현대기아차그룹의 재가가 남아있다. 한라비스테온은 전체 매출의 40~50%가량을 현대기아차를 통해 벌어들이고 있다. 현재 현대가아차는 핵심 협력 업체가 사모펀드에 넘어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자본 회수를 위해 고배당 정책을 실시할 경우 상대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 잦은 경영권 교체로 안정적인 제품 공급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표면적으로는 제품 품질 저하와 공급 불확실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더 깊게는 범 현대가 일원인 한라그룹과의 관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사촌지간이다.

한라비스테온의 전신이 바로 한라그룹 옛 계열사인 한라공조다. 한라공조는 지난 1986년 한라그룹(만도기계)과 미국 포드자동차가 50대 50으로 출자해 설립됐다. 자동차용 냉난방기와 공기조절장치가 주력 생산 제품이다. 지난 1996년에는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양 사는 지분을 약 35%씩 나눠가졌다. 하지만 한라그룹은 지난 1999년 IMF 외환위기로 경영난에 빠지면서 한라공조 보유 지분을 모두 비스테온에 넘겼다. 비스테온은 지난 2000년 포드의 보유분까지 모두 인수하며 단일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이후 경영 위기 상황을 넘기자 한라그룹은 과거 처분했던 계열사들을 다시 사 모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범 현대가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았다. 만도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8년 한라그룹은 8년 만에 만도를 되찾았다. 범 현대가인 KCC의 도움이 컸다. KCC는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해 2695억 원을 투자했다.

현대차의 측면 지원도 있었다. 현대차는 만도의 최대 고객사로서 전체 매출의 60%가량을 책임지고 있었다. 현대차의 의중이 중요했던 이유다. 원래 만도 인수에 가장 근접했던 후보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KKR이었다. KKR은 한라그룹이 제시한 인수금액보다 수천억 원 더 많은 1조 원 이상을 베팅했다. 대신 현대차의 물량보전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묵묵부담으로 일관했다. 결국 협상은 결렬됐고 한라그룹이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었다. KKR이 아닌 한라그룹이 만도 인수에 성공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결국 현대차가 한라그룹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라그룹의 만도 인수 거래에 대해 범 현대가의 결집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한라그룹의 인수 의지, KCC의 자금력, 현대차의 통솔력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사모펀드의 공세를 이겨내고 집안 큰 어른(고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었기 때문이다.

한라그룹의 타깃은 바로 한라비스테온(옛 한라공조)이었다. 만도는 2년 전 국민연금과 글로벌 투자 파트너십 양해각서(MOU) 체결하면서 한라비스테온을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라비스테온이 이후 모기업인 비스테온 공조 부문을 사들여 몸집을 크게 키운 탓에 본격적인 인수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타이어가 사모펀드와 손잡고 한라비스테온을 인수하자 한라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다시 제2의 만도 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타이어와 한앤컴퍼니가 이미 비스테온과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했다는 점에서 현대차를 포함한 이해당사자 간에 사전 조율이 이미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다만 정몽원 회장과 정몽구 회장 등 탑 매니지먼트가 움직일 경우 상황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사는 완성차와의 거래 관계가 기업 가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타이어와 한앤컴퍼니가 현대자동차와의 어떤 관계를 구축해 나가느냐가 거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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