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2월 20일 10: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글과컴퓨터는 국내에서 문서작성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을 목적으로 1990년에 설립돼 30년 차가 다 돼가니 '한컴오피스'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글과컴퓨터 주인이 수차례 바뀐 사실을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김상철 회장은 한글과컴퓨터의 9번째 주인이다.

한글과컴퓨터는 김 회장을 주인으로 맞은 이후 급변하고 있다. 기존에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 불과했다면 최근에는 신사업 발굴, 인수합병(M&A)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빠르게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다. 이제 한글과컴퓨터 '그룹'의 모습을 갖췄다는 평가다.

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한컴시큐어(옛 소프트포럼)가 자리 잡고 있다. 한컴시큐어는 한글과컴퓨터 그룹 내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김 회장(23.8%), 부인 김정실 사내이사(8.89%), 딸 김연수 상무(4.79%) 등 특수관계자가 지분 37.48%를 들고 있다. 한컴시큐어 아래로 한글과컴퓨터, 한컴지엠디 등이 펼쳐져 있다.

◇2005년 한컴시큐어로 시작된 한글과컴퓨터 그룹

김 회장과 한컴시큐어의 인연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1월 한컴시큐어 최대주주는 미래산업에서 김정실 사내이사로 변경됐다. 김 사내이사는 한컴시큐어 지분 34%(272만 6800주)를 주당 3304원, 총 9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김 사내이사의 행보는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김 사내이사는 김 회장의 부인이자 1996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한국인 벤처신화를 일으켰던 네트워크 전문회사 자일랜의 공동창업자였기 때문이다. 김 사내이사는 나스닥 상장 후 프랑스 통신장비업체 알카텔에 자일랜을 20억 달러에 매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사내이사는 한컴시큐어 경영권 인수 2개월 뒤에 지분 절반을 두레테크에 45억 원을 받고 넘겼다. 김 사내이사와 두레테크가 한컴시큐어 지분 17%씩을 보유하게 됐다. 두레테크는 LCD 장비업체로 김 회장이 최대주주인 동시에 대표로 있는 기업이었다. 김 사내이사 역시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었다.

같은 해 12월 한컴시큐어는 두레테크와의 합병을 결정했다. 한컴시큐어가 1대 1.06의 비율로 두레테크를 흡수하는 형태였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이 들고 있던 두레테크 주식이 한컴시큐어 주식으로 전환됐다. 2006년 1월 합병을 완료한 결과 김 회장은 한컴시큐어 지분율 16.38%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장내매수 및 장내매도를 통해 지금의 지분구조를 갖추게 됐다.


◇무모해 보였던 결단, 한글과컴퓨터 인수

한컴시큐어는 2010년 한글과컴퓨터를 품에 안으며 9번째 주인이 됐다. 그러나 한글과컴퓨터 인수 과정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한컴시큐어는 2009년에도 한글과컴퓨터 인수를 시도했지만 셀런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셀런이 한글과컴퓨터 경영권을 내려놓으면서 한컴시큐어는 1년 만에 다시 기회를 얻었다.

이번엔 인수가격이 문제였다. 한컴시큐어는 최종적으로 한글과컴퓨터를 670억 원에 인수했다. 주당 인수가는 1만 367원. 당시 한글과컴퓨터 주가가 4700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120%가량 붙은 셈이다.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 한글과컴퓨터 인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인수여력도 충분치 않았다. 2010년 기준 한컴시큐어의 현금성자산은 36억 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20억 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불과했다.

김 회장의 한글과컴퓨터 인수 의지는 확고했다. 김 회장은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큐캐피탈을 재무적투자자(FI)로 끌어왔다. 큐캐피탈은 사모펀드(PEF)를 통해 4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김 사내이사와 계열사 한컴지엠디(옛 다윈텍)도 각각 100억 원, 65억 원을 내놓으며 힘을 보탰다. 인수 직후 큐캐피탈의 사모펀드 지분율이 10.7%로 한컴시큐어보다 높았지만, 큐캐피탈이 투자회수를 하고 한컴시큐어가 추가 지분을 확보하면서 작년 3분기 기준 특수관계자 지분율을 27.44%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한글과컴퓨터는 그룹의 주춧돌이다. 한글과컴퓨터 밑으로 그룹 대부분의 계열사가 있다. 중간 지주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 말 지주회사 사명이 소프트포럼에서 한컴시큐어로 변경된 데에도 한글과컴퓨터가 영향을 미쳤다.

*한글과컴퓨터가 출시한 오피스 문서작성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