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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싸움' 박삼구, 코너몰린 산업은행? 컨소시엄 불허 오래전 공론화…SPA 체결 후에야 공격, 다양한 노림수

김장환 기자공개 2017-03-17 10:18:18

이 기사는 2017년 03월 16일 1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산업은행을 향해 금호타이어 인수 우선매수권 행사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해달라고 갑작스럽게 요구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먼저 박 회장과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 협약을 맺은 시점은 7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을 무리하게 인수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9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부실이 계열 전반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이듬해 2월 채권단 공동관리절차에 돌입한다. 이 과정에서 금호타이어 등 주요 계열은 출자전환으로 채권단 소유 회사가 됐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이례적으로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던 중인 2010년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권을 약속했다. 이 시점에 우선매수권 협약도 이미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을 필두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타이어를 살리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이유였다. 다만 우선매수권 효력이 발생한 때는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2014년 12월이다.

당시 양측이 맺은 우선매수권 협약 내용에는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 주관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를 근거로 컨소시엄을 통한 우선매수권 행사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지분 공유 자체가 해당 조항에 어긋난다는 포괄적 해석을 내렸다.

산업은행은 이를 언론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밝혀왔다. 박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이곳을 통해 전략적투자자(SI)나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말을 공공연히 밝히고 다녔을 때도 "자금조달 구조를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이는 박 회장 측이 산업은행을 공격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직접 (컨소시엄 불허 등) 얘기를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바가 전혀 없고, 언론을 통해서만 관련 내용을 알았다"며 "경영정상화의 과실을 임의로 제3자에게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 양도 제한 조항이 들어간 것일뿐 컨소시엄 구성 자체가 안된다는 해석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문점은 박 회장이 왜 지금에 와서야 이 같은 반박에 나섰는지 여부다. 우선매수권 효력이 발생한 지 2년여가 지났고, 또 산업은행은 이미 해당 시점부터 컨소시엄 구성이 안된다는 점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인지 시점이 아무리 늦었다고 해도 금호산업 인수 시점에 특혜 시비가 붙어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 역시 주목받았었다는 점을 보면 적어도 1년여 전에는 산업은행의 이 같은 입장을 박 회장이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이도 아니라면 지난해 말 금호타이어 매각 본입찰이 시작돼 더블스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라도 서둘러 이 같은 생각을 밝힐 수도 있었다. 어느 모로 보나 너무 뒤늦은 반박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고도로 계산된 플레이로 판단하고 있다. 만약 1년 혹은 본입찰이 진행되기 전 이에 대한 반박에 나섰다면 산업은행은 주주협의회를 서둘러 열고 문제가 불거질 소지를 완전히 차단한 채 매각전을 진행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 회장에게는 금호타이어를 가져가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고 투자자를 끌어모아 본입찰에 참여하는 방법, 또는 이번처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그때가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방법이다. 양쪽 모두 실패하면 그때가서 산업은행을 지금처럼 압박하고 나서겠다는 생각이 이미 박 회장 의중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SPA를 체결한 현 시점이 가장 난감한 때일 수밖에 없다. 금호타이어 매각 본입찰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지만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고 계열사를 동원할 수 없다"는 원칙을 밝혔던 것으로 확인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도 이를 믿고 들어왔다고 봐야 한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뿐 아니라 더블스타에게도 자칫하면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에 놓였다.

결론적으로 박 회장은 SPC를 활용한 투자자 확보에 실패하면서 이 같은 반격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박 회장이 가장 바랄만한 일은 컨소시엄 허용 카드를 새롭게 마련해 투자자를 보다 수월하게 만들수 있는 길을 트거나 혹은 매각전을 좌초시키는 일이다. 이처럼 고도로 계산된 수를 들고 지난 수개월 동안 박 회장이 침묵하면서 산업은행은 이를 사전에 차단할 길을 놓쳤다.

산업은행은 오는 17일 주주협의회를 열고 박 회장의 주장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등 주요 주주들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또 국내 경제단체 등도 박 회장을 지지하는 선언을 하고 나선 탓에 산업은행의 압박감도 더욱 커졌다. 이 같은 상황이 향후 주주협의회에서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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