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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주 된 '지주사 자산 상향 개정안' [지주사 폭탄 사조그룹]④올 7월 자산 5000억 조정, '제외' 신청할 듯

박창현 기자공개 2017-07-13 07:59:31

[편집자주]

지주회사 전환은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다. 많은 기업들이 지주사를 승계 히든카드로 활용하는 이유다. 하지만 사조그룹은 예외다. 이미 3세 지배력이 상당하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소유구조 탓에 지분 해소 비용도 부담이다. 실익이 전혀 없다. 사조그룹 지주사 강제전환의 배경과 영향, 향후 움직임 등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7월 10일 10: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주회사 강제 전환으로 지분 규제 부담을 떠안은 사조그룹이 구세주를 만났다. 올해 하반기부터 지주사 자산 요건이 상향 조정됨에 따라 사조그룹은 지주사 짐을 벗어던질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자산 미충족을 근거로 지주사 제외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당국이 제외 신청을 받아주면 사조그룹은 기존 순환·상호 출자 기반의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사조그룹 지배구조는 작년 말을 기점으로 격변기를 맞는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던 '사조시스템즈'가 지주사로 강제 전환되면서 대대적인 지분 재편 후속 절차가 예고됐다.

사조시스템즈가 지주사로 전환된 배경에는 오너 3세인 주지홍 상무와 사조산업이 있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은 2015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장남인 주 상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시스템즈에 사조산업 지분 15%를 넘겼다. 이 거래로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산업 최대주주(23.75%)로 등극하게 된다.

사조산업은 1조 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그룹 핵심 계열사다. 여기에 사조씨푸드와 사조해표, 사조대림 등 다른 계열사들도 지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오너일가는 사조시스템즈와 사조산업을 발판삼아 '주지홍 상무→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완벽한 3세 지배 체제를 구축한다.

순조로웠던 승계 작업은 작년 말 '사조시스템즈의 지주사 전환'이라는 돌발 변수를 만나게 된다. 지주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크게 자산과 지주비율을 충족해야 한다. 먼저 자산 총액이 1000억 원을 넘어야 하고, 전체 자산에서 자회사 주식 가액이 차지하는 비율(지주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한다. 사조시스템즈는 2015년부터 사조산업 지분을 적극 매입하면서 그 해 자산이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어섰다. 반면 지주 비율은 50%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추가적으로 사조산업 지분을 사들이면서 지주비율이 51.8%까지 상승했다. 사조시스템즈는 올해 초 감독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주사 전환 신고를 했다.

통상 대기업들은 지주사 전환에 앞서 수 년간에 걸쳐 사전 물밑 작업을 진행한다. 복잡한 지분 구조를 미리 단순화시키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지분도 선제적으로 정리를 한다. 하지만 사조그룹은 갑작스럽게 지주사로 전환되면서 다양한 행위제한 요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당장 계열사 지분 보유와 관련해 각종 규제를 받게 됐다. 사조그룹은 상호-순환 출자를 기반으로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 '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에서 파생된 연결 고리만 십 여개가 넘는다. 이 고리를 끊는데만 적어도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군다나 사조그룹은 주식 시장에 상장된 계열사가 6곳이나 된다.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이슈에 노출될 경우,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사조그룹 지주사

난제가 산적해 있지만 정작 사조그룹은 평온하기만 하다. 모든 부담을 한번에 털어버릴 확실한 탈출구가 있기 때문이다. 지주사 요건 강화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9월 발의돼 이달부터 적용되는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사의 자산 기준 충족 요건이 기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이미 지주사로 전환된 기업도 자산 총액이 5000억 원에 미치지 못하면 감독기관에 지주사 제외 신청을 할 수 있다. 제외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더 이상 지주사 전환에 따른 세재 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반대로 각종 행위제한 규율에서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사조그룹 지주사인 사조시스템즈의 자산 총액은 작년 말 기준으로 1541억 원에 불과하다. 상향 조정된 지주사 요건에 미달한다. 따라서 현재 자산 내역을 다시 산출해 공정위에 제출하면 지주사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산 5000억 원 미만의 기업들은 다시 자산 총액을 산출해서 이를 근거로 지주사 제외 신청을 할 수 있다"며 "신청을 하면 30일 내로 심사를 해서 회사 측에 결과를 통보해 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조그룹이 지주사 제외 카드를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에 순환-상호 출자 해소 노력을 일절 하고 있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조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유지하기 하려면 2년 내 지분 규제를 모두 해소해야 한다. 다수의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고, 연결 고리도 상호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주사로 전환된지 수 개월이 지났지만 사조그룹 계열사간 지분 이동은 전혀 없다. 더욱이 이미 3세 주지홍 상무로의 승계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된 만큼 지주사 전환을 통한 실익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사조그룹이 내부적으로 이미 지주사 포기 결정을 내렸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조그룹 지배구조는 순환-상호 출자 고리로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사조그룹이 철저히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을 보더라도 지주사 제외 신청을 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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