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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이슈 거뜬히 극복한 한수원 [Deal Story]부정적 뉴스에도 한국물 우량 투자 수요 견조…중동 투자자 유치 쾌거

이길용 기자공개 2017-07-21 15:39:42

이 기사는 2017년 07월 19일 1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치권이 탈원전 이슈에 휘말리면서 여론의 중심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사업 안정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국제 금융 시장에서는 이를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10년 장기물로 글로벌본드(RegS/144a) 딜을 나섰지만 국내 투자자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해외 투자자들에게 대부분 주문을 받고 배정하는데 성공했다. 한국물 자체의 크레딧이 워낙 우량해 탈원전 이슈가 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딜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인지도를 활용해 중동 투자자들 유치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8일 아시아 시장에서 글로벌본드 발행을 선언(announce)하고 투자자를 모집했다. 10년물 단일 트랜치(tranche)로 제시했으며 이니셜 가이던스(Initial Guidance·IPG, 최초 제시 금리)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10T)에 120bp(area)를 가산한 수준으로 공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시키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한국수력원자력은 주력 사업인 원자력 발전 사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형성됐다. 정부의 탈원전 행보가 진행되면서 한국수력원자력 노조는 극렬하게 반대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지난 14일 한수원 이사회가 신고리 5·6호기 일시중단 결정을 내린 사안에 대해서 19일 노조가 대구지법 경지원에 한수원 이사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치적 이슈에 휘말린 한국수력원자력이지만 국제 금융 시장에서 별 무리 없이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북빌딩(수요예측) 과정에서 최대 17억 달러까지 주문을 받아냈으며 최종 유효 수요는 12억 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만기 도래 물량이 많지 않던 한국수력원자력은 3억 달러로 조달 규모를 최소화했고 최종 가산금리(스프레드)는 이니셜 가이던스에서 25bp 축소시킨 10T + 95bp로 결정했다. 쿠폰(coupon) 금리와 일드(Yield)는 각각 3.125%와 3.225%를 기록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결정한 금리는 다른 공기업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한국물 공기업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발행사 한국석유공사의 10년물 유통금리(G-Spread)는 95bp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탈원전 이슈와 부족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수력원자력은 한국석유공사 수준의 금리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지역 별로 보면 아시아가 80% 물량을 받아갔고 EMEA(유럽·중동·아프리카)와 미국은 9%와 11%의 비중을 차지했다. 아시아 투자자가 대부분이었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주문 물량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물 시장에서 10년물은 사실상 국내 보험사들의 수요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내에서는 AAA급인 공기업 채권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AA급 채권으로 변모해 높은 절대 금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변경되는 회계 기준에 맞춰 듀레이션(Duration)을 맞춰야 하는 국내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한국물 10년물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0년물 단일 트랜치로 주문을 받았지만 국내 투자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해외 투자자들의 주문 만으로 딜을 성공시켰다.

국내 투자자들은 탈원전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글로벌 한국물 투자자들은 이에 개의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되기는 했지만 현재 가동되고 있는 원전이 10년 안으로 모두 폐쇄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정부의 지원이 법적으로 명시된 공기업의 경우 국가의 지원 가능성이 강하게 반영돼 신용도가 우량하다. 한수원의 개별 이슈보다는 한국물의 우량한 크레딧이 다시 한 번 입증된 딜이라고 볼 수 있다. 내년 8억 달러가 만기 도래해 조달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한국수력원자력에게는 긍정적인 소식이다.

이번 딜에서는 중동 투자자들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한국물 발행사들은 중동의 큰 손들을 만나면서 투자를 타진했지만 실제로 주문이 들어온 경우는 극히 드믄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한국물보다는 한국 주식 시장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아랍에미리트(UAE)에 건설되는 원전의 운영 주체로 참여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중동에서는 다른 발행사와 달리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하면서 실제 투자를 이끌어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번 딜을 통해 한국물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데 성공했다.

한수원 글로벌본드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골드만삭스, 스탠다드차타드, UBS가 주관했다. 법률자문사는 김·장 법률사무소와 클리어리 고틀립(Cleary Gottlieb Steen & Hamilton)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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