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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 딜레마 지속, IB도 '골머리' [IPO 수요예측 제도개선 후]경쟁률 거품에도 홍보효과 높아···무책임 기관 증거금 도입 목소리

김시목 기자공개 2017-08-22 06:20:00

이 기사는 2017년 08월 18일 13: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의 기관 경쟁률은 IB에겐 계륵과도 같다. 진수요 여부를 떠나 참여자가 몰려 높아진 단순 경쟁률 수치는 그 자체만으로 딜을 홍보하는 효과를 가진다. 외부적으로 공모가를 더 높일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기도 한다. 허수를 제외한 물량 배정은 차후의 문제일 뿐이다.

IB 역시 경쟁률에 낀 거품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단순 경쟁률이 줄어들 경우 흡사 수요예측 실패로 보여질 우려가 있다. 기관참여가 실제 저조했을 경우엔 미매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는 곧 주관사의 손실로 이어진다. 공모가 산정에서 가격 왜곡이 생길 수 있는 시점이다.

새로운 수요예측 공시 규정 역시 별다른 효험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허수로 분류되는 검은머리 외국인과 일부 기관엔 증거금을 걷는 게 극약처방이란 주장도 나온다. 가격 결정 권한을 가진 기관들에 증거금은 면제돼왔지만 무책임한 행태를 고려하면 도입해 볼 만하다는 지적이다.

◇ 경쟁률 거품에도 홍보효과 '탁월'

올해 랜드마크 딜로 남은 넷마블게임즈 IPO를 보면 수요예측 기관 경쟁률은 큰 의미를 갖는다. 시장에 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동시에 일반공모 청약에도 긍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경쟁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흥행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는 심리다.

반대로 경쟁률이 낮을 경우 딜에 문제가 있다는 시그널을 주면서 공모주 매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 일반공모 청약에도 악재로 작용해 전체 딜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 IPO 이해관계자들은 우려를 걷기 위해 거품이 잔뜩 낀 기관 경쟁률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발행사도 이를 적극 활용한다. '우리 회사의 상장 과정이 이처럼 대박을 내고 있다'는 신호를 안팎으로 알리길 원한다. 주관사 입장에서도 담당자들은 회사 가격을 정하는 수요예측에 수백 개 기관의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주관업무에 대한 하우스 역량을 과시하기도 한다.

특히 높은 경쟁률은 공모가를 높일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다수의 검은머리 외국인 등 허수들에 물량을 배분하지 않더라도 공모가격 산정엔 반영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허수 투자자들에 물량 배정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이 같은 경우 장기 주가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넷마블게임즈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기관 경쟁률만 놓고 보면 넷마블게임즈의 압승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진수요와 공모가를 고려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더 성공적인 딜"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 밴드 최상단으로 정했지만 주가는 정반대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 수요예측 부진, 손실 회피 허수 포함 불가피

더 심각한 상황은 수요예측 결과가 저조했을 때 나타난다. 경쟁률이 낮은데 가수요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몰렸다면 IPO를 강행해야 하는 발행사 입장에선 허수들을 활용해서라도 공모가 산정을 밀어붙인다. 가격 형성에 왜곡이 발생함과 동시에 상장 후 주가 침체는 필연적 수순이 된다.

부진한 기관 참여 속에 허수마저 배제해버리면 미매각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는 결국 주관사의 미매각 리스크가 크게 확대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IB들 가운데 일부는 검은머리 외국인에게도 일정 수량의 공모주가 배정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실토하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일부 발행사들은 밴드 하단 아래에 실수요가 몰리고 허수들이 상단에 운집할 경우 밸류에이션 욕심으로 허수들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발행사가 고집을 꺾지 않을 경우 IB도 마땅한 도리가 없다. 상장 이후 주가는 당연히 침체일로를 겪을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손실은 불가피해진다.

IB 관계자는 "수요예측 성적표에서 '허수'가 포함된 경쟁률은 IB나 발행사 입장에서 '양날의 검'"이라며 "특히 경쟁률이 낮거나 허수 비중이 높을 때는 발행사는 물론 IB 입장에서도 미매각에 따른 평판 저하, 손실 가능성 탓에 이를 활용하려고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 '허수 줄이기' 증거금 도입 요구도

수요예측 결과 공시는 경쟁률로만 집계된다. 올해 새로 도입된 규정에 따라 그룹별로 투자자를 세분화해 발표한다. 하지만 일반 청약에 참여하는 개인들은 세부 공시에 관심을 두지 않고 전체 경쟁률을 중심으로 딜의 성패를 판단하는 경향이 지속되면서 특별한 효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이보다 현실적 대책으로 투자자 측면의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50여 곳 미만의 기관투자자들이 이제 수백여 곳에 달하는 등 당시의 투자자 풀 확장이란 목적이 달성된 만큼 가수요나 가격왜곡을 부르는 일부 투자자들에 대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그동안 가격결정 권한을 가진 기관투자자들에게도 증거금을 납입케 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실수요의 경우엔 충분한 납입 여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큰 영향을 받지 않거나 '풀베팅' 등의 관행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허수 역시 크게 감소한다는 설명이다.

시장 관계자는 "가격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물량의 상당 비중(통상 60%)을 배정하고 증거금을 면제해주지만 무책임한 행태로 왜곡을 일으키는 기관들도 다수"라며 "인수증권사와 거래실적이 없는 사실상 허수로 분류되는 기관들에게만 증거금을 납부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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