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노협 이대로 좋은가]노동이사제 요구, 제도적 인사개입 우려③사외이사 추천권 탐리
원충희 기자공개 2017-09-21 10:58:42
이 기사는 2017년 09월 15일 08: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그룹 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KB노동조합협의회(KB노협)가 윤종규 회장 퇴진 외에 요구하는 사항은 사외이사 추천권이다. 이미 참여연대 출신 하승수 변호사를 내정해놓고 경영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KB금융 안팎에서는 금융공기업에도 아직 도입되지 않은 '노동이사제'를 급하게 시도하는 KB노협의 목적에 관심이 쏠린다. 은행 등 주요 자회사 최고경영자 인선에 제도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근로자대표(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석해 발언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100대 정책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상법개정 등 관련제도를 정비한 뒤 이르면 내년부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민간금융회사는 아직 정책적으로 실시하진 않고 있어 KB노협은 우리사주를 통한 주주제안을 모색 중이다.
KB금융지주 정관에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소액주주가 주주총회에 의제·의안을 제안할 수 있는 주주제안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 중에는 사외이사 추천안건도 포함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김상조 당시 경제개혁센터 소장(현 공정거래위원장)은 주주자격으로 이병남 전 LG인화원장을 사외이사로 추천, KB금융 이사회에 입성시킨 사례가 있다.
물론 소액주주의 사외이사 추천안건이 이사회로 올라간다 해서 모두 가결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외이사 같은 등기이사 임명은 주주총회 안건이다.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해도 주주들이, 그 주주들을 대변하는 사외이사들이 찬성할 가능성은 낮다.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의미다.
아직 금융공기업에 도입되지 않은 노동이사제를 민간기업인 KB금융에 요구하는 것을 두고 너무 성급하다는 반응도 있다. 신규정책 및 제도는 공공기관에서 먼저 도입한 뒤 민간기업이 따라가는 게 일반적인 순서다. KB노협이 서둘러 노동이사제 도입을 요구하는 이유는 뭘까.
현재 KB노협의 행보를 감안하면 인사개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가장 설득력을 갖고 있다. KB노협은 이미 윤 회장 퇴진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며 CEO 인선에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외이사 추천권은 이를 제도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방안이란 해석이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6개의 소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곳은 지배구조위원회다. 지배구조위원회는 회장에 대한 경영승계계획 수립 및 변경, 계열사 대표이사 등에 대한 경영승계계획 수립 및 변경 등을 주관하는 소위다. 즉 지배구조위원회 멤버는 회장후보군 및 계열사 대표후보에 누가 올라와 있는지 알 수 있으며 선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다. 외부에서 시위, 기자회견을 여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인사개입 방법이다.
KB금융 계열사 한 관계자는 "노조 쪽에서 윤 회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회장선임 후 은행장 선임과정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포석이란 얘기가 들린다"며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게 되면 3년 후 차기회장 후보선정에도 관여할 수 있으니 현실화 된다면 상당히 좋은 패"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도 노사관계가 험악한데 근로자이사와 경영진의 극렬한 의견대립이 벌어지면 이사회가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최악의 경우 '제2의 KB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 지난 2014년 당시 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 간의 내분으로 경영진과 이사진이 동반 퇴진하면서 KB금융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아울러 KB금융지주의 지분 68% 이상을 외국계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할 요소다. 주로 해외 연기금 운용기관인데 이들은 중장기 투자와 안정적 수익 실현을 위해 지배구조(거버넌스)를 주요 투자판단 지표로 삼는다. 근로자이사를 통한 노조의 인사개입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적절치 않은 후보가 올라가거나 승계과정에서 불필요한 잡음이 생기면 의심의 눈초리로 KB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가치 및 주가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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