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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회장의 승계 공식 '상속 후 지주사 전환' [오너십의 탄생]①차남 중심 가족 지분 결집, 지주사 전환 '지분율 50%' 넘겨

박창현 기자공개 2017-10-16 08:01:20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업과 오너십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풍파와 무게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왕관을 쓸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오너십의 형성 스토리와 핵심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0월 13일 13: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신구 조화를 이룬 가업 승계로 탄탄한 지배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통 후계자인 서 회장 중심으로 상속과 증여 창구를 일원화한 후 지주사 전환에 나서면서 오너십 강화 효과가 극대화됐다는 평가다. 실제 20% 대에 불과했던 서 회장 지분율은 승계 작업이 마무리된 직후 50%대까지 치솟았다.

서경배
서 회장은 차남 경영시대의 대표주자 격이다. 고(故) 서성환 창업주는 슬하에 2남 4녀를 뒀다. 경영에는 장남인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과 차남인 서 회장만이 참여했다. 형제는 각각 1982년과 1987년 그룹 모태인 태평양화학에서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후계 무게추가 장남에게 쏠리는 듯 했지만 1990년 대 말 외환위기 전후로 반전이 일어났다. 확장보다는 관리 역량이 중요시되면서 1993년부터 태평양 기획조정실 사장을 지냈던 서 회장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 시기 그는 금융과 전자, 금속, 의류, 야구단, 농구단 등 24개에 달했던 계열사들을 차례대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역시 차남의 선택에 힘을 실어줬다. 선제적인 구조조정은 IMF 위기를 넘기는 원동력이 됐고, 자연스럽게 적통 후계자 지위도 서 회장에게 넘어갔다.

1997년 태평양 대표이사 취임은 대관식이나 다름없었다. 수장 자리를 꿰찬 서 회장은 이후 실질적인 그룹 장악력을 키워나갔다. 대표 취임 당시까지만 해도 아버지와 아들 간 지분율 격차는 크지 않았다. 서 회장이 12.75% 지분으로 태평양 최대주주였고, 서 창업주가 7.8%로 뒤를 이었다. 지분율 격차는 5%도 채 안됐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확실한 후계자 밀어주기가 시작됐다. 1998년 들어 서 창업주는 7.65%의 지분을 아들에게 증여한다. 이 단 한 번의 증여로 서 회장 지분율은 20%를 넘어섰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는 스스로 지배력을 높였던 시기다. 서 회장은 1999년 한 해 동안 10만 4000주를 장내 매수했고, 2000년부터 2001년 6월까지도 총 15차례에 걸쳐 5만 9400주를 사들였다. 장내 매수 결과 지분율은 22.9%로 올라갔다.

2002년 들어 다시 상속과 증여 거래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아버지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까지 총동원됐다. 먼저 서 회장의 매부인 '김의광'씨가 2002년 2월 태평양 주식 5만 2227주를 증여했다. 그 해 7월에는 서 창업주가 다시 한 번 20만 9573주를 넘겼다. 5개월 뒤에는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인 변금주 여사도 17만 주를 물려줬다.

2003년 서 창업주가 세상을 떠나자 지분 상속 절차도 마무리 수순을 밟아나갔다. 그해 7월 서 회장은 마지막으로 4만8000주의 상속 지분을 받는다. 이에 발 맞춰 변 여사 역시 잔여 지분(1만 5070주)을 모두 아들에게 넘겼다. 일련의 상속 절차를 거치면서 서 회장 지분율은 26.1%로 상승했다.

개인 지분 매입과 상속·증여 절차 후에는 계열사를 활용한 지배력 강화 계획이 마련됐다. 먼저 2005년 12월 태평양은 녹차 재배·부동산 임대 계열사인 '장원산업'과 합병을 단행했다. 경영 합리화와 주주가치 극대화가 합병 목적이었다.

주목할 점은 장원산업 주주명부다. 장원산업은 오너일가와 태평양 계열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서 회장 지분율이 54%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서 회장은 합병 대가로 발행되는 태평양 신주의 절반 이상을 거머쥐었다. 신주 확보를 통해 지분율 희석을 막고 더 나아가 태평양 지배력을 26.5%로 끌어올렸다.


서경배
*아버지 서성환 창업주, 지분 7.65% 증여
**증여 지분에 대한 세금 물납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퍼시픽 간 주식 맞교환

화룡점정은 '지주사 전환'이었다. 그룹 측은 2006년 6월 지주사 전환을 위해 태평양을 지주회사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사업회사 '아모레퍼시픽''으로 분할했다. 딱 6개월 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간 주식 맞교환 절차가 진행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현물출자 받고, 그 대가로 아모레퍼시픽 주주들에게 지주사 신주를 주는 방식이었다.

일반적인 지주사 전환 사례와 마찬가지로 아모레퍼시픽그룹 역시 서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주식 맞교환 청약을 주도했다. 일반 주주들은 주가 상승 매력도가 높은 사업 회사를 선호했다. 따라서 굳이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사 지분과 맞바꾸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반면 그룹 지배력 강화가 목적인 오너 일가는 지분 스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서 회장의 경우, 교환비율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사업회사) 주식 92만 4218주(15.8%)를 넘기는 대가로 아모레퍼시픽그룹(지주사) 신주 349만 7542주(43.8%)를 받았다. 기존 지주사 보유 물량까지 더해지면서 전체 지분율이 55.6%로 치솟았다. 서경배 1인 체제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서 회장은 이후 지분 일부를 재단에 기부했지만, 이는 모두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였다. 지난해 2006년 발행된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지분율 희석 요인이 발생했지만 여전히 53%가 넘는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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