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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신주 싹쓸이'로 완성된 '서경배 체제' [오너십의 탄생]②서 회장 등 발행신주 86% 취득…지분율 26%→55%

박창현 기자공개 2017-10-18 08:27:51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업과 오너십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풍파와 무게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왕관을 쓸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오너십의 형성 스토리와 핵심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0월 16일 10: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지주회사 전환 마법의 최대 수혜자다. 지주사 전환 후속 절차들을 오너십 강화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그룹 장악력을 크게 높였다. 실제 서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이 때 발행된 지주사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G)' 신주의 80% 이상을 손에 넣으면서 과반 지분을 확보했다.

지주회사 체제는 오너 일가가 지배력을 높이기 용이하다. 지주사 지분율만 높이면 전체 그룹사를 장악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이 공식을 따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06년 6월 지주사 전환을 위해 핵심 계열사 '태평양'을 지주회사 '아모레G'와 사업회사 '아모레퍼시픽'으로 분할했다.

이 과정에서 1차적으로 자사주 마법이 발현했다. 태평양은 분할 전 자사주를 15% 가량 보유하고 있었다. 인적 분할 절차를 거치면서 이 자사주도 '아모레G 주식'과 '아모레퍼시픽 주식'으로 나뉜다. 자산 승계 계획에 따라 지주사인 아모레G가 두 종류의 주식을 모두 가져갔다.

결과적으로 아모레G가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보유하게 되면서 모회사-자회사 소유관계가 만들어진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기틀이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요건 20%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사업회사 지분 확보가 필요했다. 이 때 아모레G가 꺼낸 카드가 바로 '아모레퍼시픽 현물출자 유상증자'다. 방식은 간단하다. 아모레G가 아모레퍼시픽 주주들을 대상으로 아모레퍼시픽 지분을 모집하고, 그 대가로 아모레G 신주를 주는 구조다. 단순하게 보면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 지분을 맞바꾸는 거래다.

아모레G 입장에서는 자금 지출 없이 자회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모레퍼시픽 주주들은 지주사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아모레G는 그해 12월 주식 맞교환 거래를 단행했다. 당초 아모레G는 아모레퍼시픽 보통주 155만 4988주를 모집해, 자회사 지분율을 42%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제 청약 물량은 116만 5655주에 그쳤다. 다만 20%의 지분을 더 확보하면서 지주사 요건은 충족할 수 있었다.

아모레
<참고 : 우선주 포함해 주식수, 지분율 계산>

눈길은 끄는 것은 청약 주주들의 면면이다. 청약 결과, 유증 참여 주주들의 대부분이 오너 일가였다. 전체 청약 참여 주식의 86%에 해당하는 100만 2697주가 태평양복지재단과 성환복지기금 등 오너 일가가 내놓은 물량이었다. 특히 그룹 총수인 서 회장 혼자서 92만 4218주(79%)의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맞교환 물량으로 내놨다.

통상적으로 일반 주주들은 주가 상승 매력도 탓에 지주사보다는 사업회사 지분 보유를 더 선호한다. 아모레퍼시픽 일반 주주들 또한 이런 점을 고려해 청약 포기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됐다. 반면 오너 일가는 지주사 지배력 강화가 목적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청약에 참여,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오너 일가가 유상증자 청약을 주도하면서 아모레G 신주 10주 가운데 8주를 가져갔다. 물론 대부분이 서 회장 몫이었다. 서 회장은 청약 비율에 따라 아모레G 발행 신주 441만 1197주 가운데 349만 7542주를 차지했다. 신주를 쓸어 담으면서 유증 전 26%에 불과했던 서 회장 지분율(보통주 기준)은 55%까지 치솟았다.

오너일가의 아모레G 신주 싹쓸이가 일어나면서 '서경배 체제'가 더욱 공고히 구축됐다는 분석이다. 분할 직후 아모레G 발행 주식 총수는 356만 여 주에 불과했다. 이후 현물출자 유증을 거치면서 기존 주식수보다 더 많은 441만 여 주의 신주가 발행됐다. 오너일가는 이 중 86%에 해당하는 379만 여주를 가져갔다. 오너일가 지배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마법부터 총수 일가의 현물출자 유상증자 물량 독식까지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주사를 활용한 오너십 구축의 전형을 따랐다"며 "현재도 서경배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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