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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계열분리의 서막 '3세 주식교환' [오너십의 탄생]①부모 증여→분할→맞교환 수순, '정용진=이마트·정유경=신세계'

박창현 기자공개 2017-12-08 08:55:57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업과 오너십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풍파와 무게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왕관을 쓸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오너십의 형성 스토리와 핵심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2월 05일 13: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그룹의 후계 승계는 빈틈없는 계획 아래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승계 주역인 3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사진)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 큰 밑그림을 따라 정해진 수순을 밟아나가는 모양새다. 마지막 채색까지 끝난 후에는 결국 '계열분리'라는 완성작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1995년 27세의 나이에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에 입사했다. 이후 기획조정실 상무와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거쳐 2006년 부회장에 올랐다. 정유경 사장은 1996년 신세계조선호텔 마케팅담당으로 출발했다. 줄곧 신세계조선호텔에 몸 담다가 2009년 ㈜신세계로 자리를 옮겼다. 총괄사장 승진은 2015년에 단행됐다.

신세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좌)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우)

경영수업을 시작한 시기에 남매는 모두 그룹 지배력이 미미했다. 1997년 말 기준으로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의 ㈜신세계 지분율은 각각 1.55%, 0.97%에 불과했다. 이마트와 분할전이라 ㈜신세계는 그룹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첫 변곡점은 1998년이었다. 그해 1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신세계 지분 50만 주를 장남인 정용진 부회장에게 증여했다. 이 거래로 정용진 부회장 지분율이 단숨에 5.63%까지 올라갔다. 후계 승계의 신호탄이 쏴 올려진 셈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후 개인 자금을 들여 ㈜신세계 지분을 늘려나갔다. 먼저 2004년 한 해동안 총 20차례에 걸쳐 장내에서 ㈜신세계 보통주와 우선주를 사들였다. 15만 5000주를 매입하는데 총 411억 원을 투입했다.

이듬해에도 147억 원을 들여 3만 7600주를 매입했다. 그 결과 대규모 전환사채 발행으로 지분율 희석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분율을 4.8%대로 유지했다. 반면 정유경 사장은 이 기간까지 정중동 행보를 보였다.

2006년 다시 한번 승계 플랜이 발동됐다. 남매의 아버지인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이 그 중심에 선다. 정재은 명예회장은 2006년 9월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 지분 147만 4571주(7.81%)를 남매에게 전량 증여했다. 보유 지분의 56%에 해당하는 84만주(4.4%)는 정용진 부회장에게, 나머지 63만 4571주(3.4%)는 정유경 사장에게 물려줬다.

그 전까지 91만 7100주를 갖고 있던 정용진 부회장은 지분량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분율 또한 9.31%로 상승했다. 정유경 사장도 극적인 지분율 증가를 경험했다. 보유 지분이 5배 넘게 증가했고, 1%도 안됐던 지분율이 4%대로 올라갔다.

다만 남매 모두 증여세를 ㈜신세계 지분으로 대납하면서 최종 지분율은 다소 낮아졌다. 실제 수증 6개월 뒤인 2007년 3월 증여분의 45%를 물납했다. 결과적으로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 지분율은 7.32%, 2.51%로 조정됐다. 이후 남매는 나란히 ㈜신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경영 능력을 키워나갔다. 특히 정용진 부회장은 전사 총괄 중책을 맡아 그룹을 이끌어 나갔다.

지분 증여로 3세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갖춰지자 신세계그룹은 지배구조 재편 작업에 돌입했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5월 사업 부문별 전문성과 책임 경영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신세계의 대형마트 부문을 인적분할했다. '이마트' 탄생의 순간이다. 이 거래로 신세계그룹은 대형마트 중심의 '이마트'와 백화점 사업을 영위하는 '㈜신세계'로 양분된다.

인적분할 방식에 따라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7.32%씩 보유하게 됐다. 정유경 사장 또한 양 사 지분을 2.51%씩 확보했다.

신세계

후계 승계의 화룡점정은 지난해 5월 찍힌다. 이마트 경영을 관장하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과 백화점부문을 총괄하는 정유경 사장은 보유 지분을 맞바꾸면서 경영과 소유를 완전히 일원화시켰다.

먼저 정용진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 지분 72만 203주를 모두 정유경 사장에게 팔았다. 정유경 사장은 주당 21만 1500원씩 총 1523억 원을 지불했다. 반대로 정유경 사장은 이마트 지분 70만 1203주를 정용진 부회장한테 처분했다. 처분 대가로 1286억 원을 받았다.

지분 맞교환으로 정용진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이 9.83%로 상승했고, 정유경 사장 또한 ㈜신세계 지분율이 9.83%로 올라갔다. 결과적으로 두 남매는 직접 경영을 맞고 있는 계열사 지분만 소유하게 됐다.

업계는 향후 두 남매가 각자 경영을 도맡고 있는 계열사 지분을 더 늘리는 방식으로 점진적인 계열분리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또한 계열 분리의 판이 확실히 짜여진 만큼 그 속도 또한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만큼 3세 계열분리 방향성이 확실히 정해진 기업도 드물다"며 "3세들 입장에서는 담당 계열사 지분을 늘리는 방법만 고민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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